국내외 기획취재/ 지역과 대학, '유니버+시티'로 상생의 길을 걷다4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인 에스포는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에스포는 특히 핀란드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핀란드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이곳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헬싱키 도심을 벗어나 보다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는 이들이 모이면서 거대한 주거지역도 형성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판교와 비슷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화강암 채석장이 있어 관련 산업이 주를 이루고 보리·밀·감자 등 농산물, 버터·치즈 등 유제품이 생산됐던 이 곳이 첨단기술이 집약된 세계적인 창업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다름 아닌 ‘지역 대학’의 역할이 컸다.

에스포시 오타니에미 지역에 위치한 알토대학이다. 이 대학은 2010년 헬싱키기술대학, 헬싱키경제대학,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이 통합된 국립대학이다. 20분 거리에 각각 위치했던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와 경제 침체 영향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고 핀란드는 결국 이들의 통합을 결정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창업 생태계= 알토대학교는 디자인과 비즈니스, 과학기술 세 개 대학 통합으로 2만여명 학생을 보유하게 되면서 헬싱키대학에 이어 핀란드 제2대학으로 급부상했다.

알토대는 단순히 외적인 팽창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대학 4년 동안 학생들에게 창업가 정신을 교육하고 실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창업 지원에 집중한 것이다. 
알토대가 만든 창업 지원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사우나’는 대학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이 학생들의 활발한 창업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현재 핀란드의 대표적 스타트업 요람이 된 ‘스타트업 사우나’는 알토대 학생이 주도해 만든 창업 커뮤니티 ‘알토이에스’의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소독약 보관 창고였던 이곳은 2009년 알토대 학생들이 총장에게 직접 부탁해 자신들의 동아리 방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변신했다.

알토이에스 커뮤니티는 ‘스타트업 사우나’에서 창업의 기본 이론을 알려주거나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도록 돕고 외부 투자를 받아 청년들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알토이에스가 ‘스타트업 사우나’에서 진행하는 모든 과정이 알토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보수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알토대가 핀란드 스타트업 중심이 된 이유는 결코 대학만의 노력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사우나가 학생 주도로 이뤄진 창업 지원 공간이라면 알토대학 내 또 다른 창업 공간인 에이그리드(A-grid)는 단순히 창업 교육과 멘토링을 넘어 알토대 스타트업이 성장해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

에이그리드에는 현재 30개 스타트업이 상주하고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곳에 창업 기업 뿐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가 배치돼 각종 전문적인 문의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UN기술국과 에스포시 관련부서, EU우주개발센터도 이곳에 들어왔다.

에이그리드에서 3년 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계 CEO 알프 배 대표는 노키아 본사와 베이징, 독일 지점에서 일하다 노키아가 모바일 사업을 접으면서 창업에 뛰어든 경우다.
배 대표는 알토대 에이그리드가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기에 매우 좋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알토대에 위치해 있어 대학 인재를 영입하기에 유리하고 전문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배 대표는 또 이곳에서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를 지자체가 제공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핀란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월 760유로의 창업수당이 지원돼 기본적인 생활을 돕는다”면서 “에스포시 노동관련 부서에서 이 같은 지원과 알토대 스타트업 창업센터인 에이그리드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언제 누구든 창업을 꿈꾼다 ‘에스포 이노베이션 가든’= 에스포시가 스타트업 천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알토대학교와 에스포시, 관련한 다양한 기관과 기업의 활발한 협력에 있다. 알토대학교가 창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했다면 에스포시 창업 프로젝트인 ‘에스포 이노베이션 가든’은 누구든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뛰어난 기업이 탄생하고 도시 구성원이 그 일원이 되며 공동 작업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정원’에 비유한 것이다.

에스포시 이노베이션 가든은 지자체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에스포 관련 산하 기관과 경영인협회, 무료 법률자문 기구, 정부고용청 등 7개 기구가 연합해 창업을 돕는다.
에스포시 사업개발국 해리 빠아나넨 국장은 “에스포시는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대학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이고 전체 인구의 20%가 15세 이하의 청소년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이들이 에스포시에서 자리 잡고 살기 위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교통 등 기반시설, 일자리 창출 환경을 만드는 등의 역할이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빠아나넨 국장은 “에스포 이노베이션 가든은 거주자와 기업, 공동체들의 열린 네트워크로 연구 단체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며 “가장 큰 밑거름이 되는 것은 혁신성과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빠아나넨 국장은 “에스포시 창업 프로젝트는 눈에 띌만한 빠른 성장을 보이며 고용이 늘어나고 그 경제적 효과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노키아와 같이 큰 기업이나 성공 스토리가 더 이상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빠아나넨 국장을 포함한 에스포시 창업 관계자들은 최근 시청 안 사무실 이외에 별도로 알토대 에이그리드로 사무실을 마련했다. 알토대 창업자들과 가까이 사무실을 만들어 자주 만남을 갖고 지원과 협력을 하기 위해서다. 창업 환경 조성에 대한 에스포시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용인시도 창업 천국 에스포처럼

수지구 죽전동에 위치한 단국대학교는 학생들의 창업 환경 조성에 있어 알토대와 같은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이다. 창업휴학제(최대 2년) 시행 등 ‘창업친화적’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취·창업교육을 담당하는 I-다산 LINC+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 부분은 대학교 차원에서 활발한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알토대와 상당 부분 겹친다. 
LINC+ 사업단은 특히 지난달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18 창업교육 거점센터’에 선정돼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 3년 동안 창업거점센터로서 창업교육의 네트워크와 온라인 플랫폼 등을 구축해 창업문화를 전국에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단국대학교의 이 같은 노력은 이제 출발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단국대의 창업교육이 용인시 지역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에스포시가 에스포 이노베이션 가든을 운영하며 알토대의 혁신에 다양한 기관과 연계를 돕고 창업자들의 활발한 창업 중계자 역할을 해온 것처럼 말이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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