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획취재/ 지역과 대학, '유니버+시티'로 상생의 길을 걷다5


산학정 협력으로 북유럽 대표 과학 도시 탄생
지방정부는 서비스 제공자·지원자 역할 충실

첨단기업과 대학, 주거복합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스웨덴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북유럽의 실리콘 밸리로도 불리는 스톡홀름시의 연구도시다. 원래 군사훈련장이었던 이곳은 1976년 스웨덴 최대 기업인 에릭슨 연구소가 이전하면서 과학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03년 에릭슨 본사까지 이전했고 이와 함께 에릭슨의 납품 업체들도 공장과 연구소를 이전했다. 용인의 일반 행정동 수준인 약 20만㎡ 면적으로 에릭슨을 비롯해 IBM, 필립스, 오라클, 인텔,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300여개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총 700여개 기업이 입주한 대규모 과학 도시로 발전했다.

시스타는 특히 타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아 기업 유치와 인재 활용이 용이한 곳이다. 스웨덴과 스톡홀름시는 이러한 시스타의 강점을 잘 활용해 ICT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 도시로 이끌었고 국가 경제규모의 20%를 짊어지고 나가는 지금의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를 만들어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성공은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 등 대학과 기업의 상호 연계와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합쳐져 이뤄졌다. 시스타 기업들은 대학 내 또는 주변에 위치해 대학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갖고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스웨덴왕립공대는 1988년부터 시스타에서 학과를 운영하며 민간기업에 필요한 연구 인력과 벤처기업인을 배출해왔다. 여기에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이 공동 설립한 정보기술(IT)대학은 산하 연구소에서 산학협동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한다. 시스타 기업들은 이들 대학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에 조성된 쇼핑몰 내부 모습.

산·학·정 대표 협력체계 구성으로 연구도시 이끌어= 스톡홀름시와 에릭슨, 스웨덴 정부는 1988년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에일렉트룸 협력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이를 운영하는 일렉트룸 재단을 만들었다. ‘일렉트룸’ 재단은 산·학·정 3자 대표들이 함께 주도한다. 일렉트룸 센터는 산학연 협력네트워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공간으로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협력 연구, 세미나, 교류회 등 모든 네트워크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다. 효율적인 재단 운영과 운영주체 간 이해관계 조정 및 중재를 위해 이사회는 에릭슨을 비롯해 스톡홀름시, 스웨덴왕립공대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일렉트룸의 자회사인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주식회사는 산·학·정 협력 관계를 높이고 내부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시스타 혁신성장 주식회사 스팅(STING)은 스타트업 촉진을 위해 각종 법률, 회계 자문과 함께 인큐베이터, 비즈니스 센터, 벤처자금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렉트룸과 이를 보조할 자회사 설립으로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당초 기업, 대학, 연구소가 몰린 사이언스 파크 수준의 도시에서 주거환경, 문화시설, 쇼핑센터, 보육, 교육 등 시설을 두루 갖춘 자족 과학도시로 거듭났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요한 에드마크 대표는 “지자체와 대학, 기업은 매우 강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면서 “일렉트룸 내 13명의 임원진은 대학에서 3명, 기업에서 3명, 스톡홀름 시장, 시의회 4명, 시스타 운영진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주체가 모여 정치적으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산·학·정 협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고 합의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산업단지에 주거공간과 휴식공간이 어우러진 우리의 혁신도시나 다름없다. 용인시 역시 지난 몇 년 간 산단 개발에 열을 올렸고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산단개발이 용인 난개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이 아닌 IT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 산업단지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태다.

정부(지자체)와 기업, 대학의 긴밀한 협력을 설명하고 있는 요한 에드마크 대표.

첨단 산업단지 개발에 있어 대학이 큰 주축이 돼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인재와 인프라를 산단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엔 지자체 역할이 컸다. 기업과 대학이 원활하게 협력관계를 맺도록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등 복지시설 확충에 힘썼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기업이나 대학에 단순히 일정 예산 지원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서비스 제공자 또는 지원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경우 개발 초기 ‘실패한 사이언스 파크’라 스스로 인정할 정도였다. 고용자 3%만이 도시 내 거주하고 그 외에는 스톡홀름 같은 인근 대도시 주민이었을 정도로 베드타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과 지자체가 협력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주거공간과 각종 서비스 시설, 편의시설을 지으면서 인구가 유입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인근 대학이 협력해 정보통신 대학을 시스타에 세우고 연구개발 활동 및 고급 연구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국립연구기관인 SISU나 SICS(컴퓨터관련 연구소), IMC(산업마이크로 일렉트로닉 연구소) 등 역시 이곳에 위치해 연구개발 활동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대학과 국립연구기관은 함께 자체 연구개발 활동 뿐 아니라 지역 기업과 연계한 개발활동에도 집중한다.

 

용인 IT산단, 대학과 연계해 개발한다면?

시스타의 사례를 들어 용인 첨단 산업단지 개발에 대학과 기업, 지자체의 협력을 접목시키는 것을 기대해 본다면 어떨까. IT 첨단 산업단지에 대학 관련 연구시설을 함께 입주시키고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협력체계를 구성해 나간다면 난개발 오명에 얼룩진 산단이 아닌 지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서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력 활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던 것처럼 말이다. 또 백군기 시장이 GTX역세권 일원에 4차 산업·창업밸리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계획에도 시스타의 사례 적용이 가능하다. 백 시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했지만 성공적인 경제신도시 추진을 위해 첨단기업 유치, 복합환승센터와 쇼핑몰 조성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시스타의 성공에 에릭슨이라는 대기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비중이 훨씬 높은 상태다. 지자체, 대학, 기업의 밀접한 협력은 이들 기업들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고 도시 발전에도 기여했다. 물론 첨단 기업 유치, 이들 기업의 대학 인력 활용,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춰야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할 핵심이다.

 

클러스터란?

클러스터는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 같은 기업과, 대학· 연구소· 금융이나 법률 회계법인 같은 각종 지원기관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통한 상호작용으로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특정지역을 말한다. 클러스터에서는 관련기업과 기관들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직접 접촉을 통한 정보교류와 지식창출의 흐름이 원활하고 동종업체간 경쟁압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혁신이 강조되는 시대에 지역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1990년대 초부터 혁신 클러스터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 사례로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스웨덴의 시스타와 핀란드의 울루, 컴퓨터 분야의 미국 실리콘벨리, 세계 최강의 자동차클러스터인 일본의 도요타시, 중국의 실리콘벨리인 중관춘 등이 꼽힌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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