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획취재/ 지역과 대학, '유니버+시티'로 상생의 길을 걷다2

대학이 캠퍼스 담장을 허물고 지역과 상생을 꿈꾸고 있다. 대학의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 대학재정 악화, 대학 간 서열화 등 문제와 함께 지역의 청년실업, 구도심 몰락 등 현안에 대한 돌파구로 찾은 변화다.

대학 인접 지역이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시대도 지났다. 대학 내 대규모의 시설물(기숙사, 상가 등)이 들어오면서 지역주민의 생계에 위협을 주는가 하면 대학과 관련 없는 일반 주민이 지역을 이탈하는 이른바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대학과 지역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물적·인적 자원 등을 학교 경계를 넘어 지역과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자원과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공자원 등을 복합적으로 연계한다면 상생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청년실업, 주거, 경제, 복지 등 지역 문제를 대학과 함께 풀어가는 ‘유니버시티’는 국내에서는 서울특별시 ‘캠퍼스타운’이 그 불씨를 당겼다.

서울은 2018년 1월 ‘서울특별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속가능한 대학과 지역 상생 방안의 토대를 마련했다. 시는 대학이 보유한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청년실업과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캠퍼스타운 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시내 52개 대학 중 13곳에서 캠퍼스타운을 운영 중이다. 대학은 젊은 인력과 우수한 연구 성과 등을 공유하고 서울시는 캠퍼스타운의 창업 스튜디오 공간 운영비를 제공한다. 지역 공동체는 민간 협력 프로젝트에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청년 창업가의 참여를 유도한다.

청년창업 활성화로 유능한 인재 잡는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서울 캠퍼스타운의 첫 사례는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이다. 지난해 7월 1호 캠퍼스타운으로 문을 연 성북구 고려대 안암 캠퍼스는 인근 대학가의 연계를 고려해 공간 범위를 정했다. 대학의 영향권을 1km로 설정하고 청년 일자리, 상권 및 주거, 지역 교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대상지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5가 일대로 고려대학교 안암 캠퍼스 64만m²와 6호선 안암역을 중심으로 개운사길과 참살이길 인근 18만m² 규모의 대학가를 포함한 것으로, 그 규모가 89만m²에 달한다.

먼저 서울시와 성북구, 고려대는 협업을 위한 ‘캠퍼스타운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센터는 고려대 공정식 연구교수를 센터장으로 두고, 세부 사업과 대학연계사업을 추진하는 사무국장(1명), 분야별 활동가(2명), 고려대 교직원(1명)이 안암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의 거점역할을 맡는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조성단(도시계획국)과 성북구청 캠퍼스타운조성TF팀(도시재생디자인과)은 행정적인 협의체로서 지원센터와 협업한다. 고려대 산학협력단 등 관련부서와 법학전문대학원, 경영학과 등 관련학과 역시 필요할 때마다 자문·의견을 전달하며 도움을 준다. 지역에서는 안암 상인회, 상가번영회, 지역 주민이 캠퍼스타운 관련 사업 회의에 참석하거나 행사에 참여해 상생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대학과 행정당국, 지역이 연결고리를 형성함으로써 활발한 협력 체계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공적식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지원센터장은 서울시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창업을 활성화하는 데에는 고려대의 뛰어난 인적·물적 자원 뿐 아니라 체계적인 공공지원,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사업 참여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고려대는 지속가능한 창업생태계가 안암동에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려대 캠퍼스타운 창업 기업인 김승재연구소가 지난달 18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린 2018KU-안암 캠퍼스타운 페어에서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팀 김나윤

지속가능한 ‘창업생태계’ 만들다= 안암동 캠퍼스타운은 청년창업 활성화를 주요 목적으로 세웠다. 대학의 유능한 인력이 졸업과 동시에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에 창업 공간을 활성화하고 그곳에서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현재 안암동 캠퍼스타운 인근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공간인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 7곳과 카페 1곳이 운영 중이다. 고려대가 임차 보증금을, 서울시가 임차료를 부담했고 주택형, 사무형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다. 입주자들에게는 △책상·의자 등 사무집기 및 PC·복합기 등 사무기기 △최소 300만원 창업 활동비 △3개 교육 프로그램이 1년간 무상으로 제공됐다.

지난해부터 이곳에 사무 공간 운영과 지원인력 고용 등에 서울시가 쏟은 예산만 31억원이다. 효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이곳에 입주한 15개 팀은 반년 만에 8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3억85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등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중 안암동 캠퍼스타운 제 1회 창업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던 스타트업인 멘토Q(대표 한진혁)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 진학과 개별 전공 관련 강연을 제공하는 교육 스타트업인 ‘비전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험생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한 대표는 연구를 위해 고등학생을 만나다가 멘토Q를 창업하게 됐다. 한 대표는 전공에 대해 충분한 탐색을 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에 주목했고 대학과 고등학교를 연계한 전공탐색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 지난해 7월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의 청년 창업 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한 대표는 “대학의 유능한 인력풀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한 우리 모델에 캠퍼스타운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며 “최근 성북구 혁신교육단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강북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진로상담과 멘토링을 강화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타트업을 만든 냅스터 김현성 대표는 캠퍼스타운에 입주하면서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아 안정적인 사업 토대를 마련했다. 냅스터 역시 2회 창업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던 스타트업으로 현재는 안암동 인근에서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9개의 공유주택 ‘코잠’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6월 냅스터를 창업한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캠퍼스타운에 입주하면서 처음으로 사무실을 마련했다. 시와 성북구의 도움을 받아 지역재생 사업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캠퍼스타운에 입주한 뒤 시와 구의 도움으로 공유주택과 관련된 전문가를 만나면서 네트워킹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창업 기업이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민·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에이올은 안암동 캠퍼스타운에서 개발·생산한 제품을 최근 서울 장위동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 기증해 설치했다. 이 제품은 환기, 공기청정, 제습, 보조냉방 기능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에이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이 기술을 특허출원까지 했다.

밸류 컴포짓 임승혁 대표는 캠퍼스타운에 들어온 뒤 성북구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시각장애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진동점자’를 개발 중이다.

이렇게 각 창업입주팀은 단순히 기업 성장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청년창업을 꾀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혜택을 누리는 방식이 아닌 ‘상생’을 목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창업 지원이 청년 인재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데 그쳤다면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은 창업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 그 성장 바탕을 지역에 만들어줬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창업의 성장과 효과를 지역과 공유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학로 ‘참살이길’ 첨단 기술 접목해 지역 활력 모색= 안암동 캠퍼스타운은 현재 초기 청년과 대학, 지역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중물 사업’을 거쳐 본격적인 스마트 창업지원 기반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서울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지역상권인 참살이길(안암로터리~개운사 입구 약 500m 구간)을 ‘스마트 스트리트’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은 그중 하나다.

안암동 캠퍼스타운만의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심 대학가로인 참살이길을 첨단 기술 기반의 ‘스마트 스트리트’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 마련으로 청년과 주민,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유도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참살이길 스마트 스트리트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한 쓰레기통·가로등·벤치 등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쓰레기통이 채워지면 환경미화원에게 자동으로 신호가 가고 보행자가 쓰레기를 버리면 쿠폰을 적립해주는 ‘스마트 쓰레기통’,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보행자의 동향을 체크하며, 이상 징후를 감지했을 때 자동으로 인근 치안센터에 통보해주는 ‘스마트 가로등’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업 준비 과정에는 서울시, 성북구, 대학 관계자와 청년 창업팀, 주민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도 수시로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에는 성북구 안암동에 마련된 창업카페에서 ‘안암동 캠퍼스타운 스마트 스트리트 조성 기본 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안암역로터리~개운사 입구 참살이길 500m 구간에 스마트 스트리트를 조성하기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용역은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중간 용역 결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장양규 서울시 캠퍼스타운조성단장은 “스마트 스트리트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위한 준비 단계”라면서 “시 예산만으로는 스마트 스트리트 조성에 한계가 있어 통신회사 등 민간기업의 참여를 최대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 참여를 유도할 다양한 행사와 대학 연계 수업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10월 27일에는 안암동 참살이길에서 주민공모사업팀 주도로 주민, 상인, 동아리, 성북문화원이 참여하는 ‘끌어안암’ 축제가 열리고 대학과 지역 연계수업의 대상을 확대해 안안동 주민과 성북구 관내 상인, 초·중·고등학생을 대학으로 인문사회문화예술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안암동 캠퍼스타운은 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창업팀의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주요 목표인 청년 창업의 지역 기반 형성을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이를 위해 18일에는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2018 고려대-안암동 캠퍼스타운 페어’가 열려 민·관·학 관계자와 청년창업팀이 간담회를 가졌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비롯해 이승로 성북구청장, 권기욱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탬퍼스타운 58개 청년 창업팀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기존 입주팀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있는 팀의 창업지원 기간을 연장하고 입주기업의 사회공헌을 약속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또 제 4회 창업경진대회 시상식과 함께 지난 1년 6개월 동안 추진한 안암 캠퍼스타운 사업성과를 공유했다. 안암 캠퍼스타운은 올해 안에 창업 공안 2개소를 추가 조성해 총 20개 창업팀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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