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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3. 대학이 주도하는 산·학·정 활발한 협업 ‘민노 혁신 프로젝트’국내외 기획취재/ 지역과 대학, '유니버+시티'로 상생의 길을 걷다3

핀란드는 국토의 70%가 숲으로 뒤덮여 있고 18만여 개의 호수가 있는 숲과 호수의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 5만2400달러로 세계 14위 수준, 우리나라 3만3000달러보다 앞서 있다.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복지, 디자인, 통신기술 기업 노키아 외에도 최근엔 핀란드식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학교, 무상급식, 통합·융합 교육은 모두 핀란드 교육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접목된 교육 방식들이다. 이른바 혁신 교육의 진원지 핀란드 역시 지역과 대학의 긴밀한 협력으로 상생을 이끌어낸 국가 중 하나다.   

2016년 8월 세계는 핀란드의 자율주행버스 시험 주행 소식에 들썩였다. 핀란드는 법으로 무인자동차 운행을 허용한 첫 번째 국가인데 운전자 없는 미니버스를 대중교통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험 운행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시험 운행 프로젝트를 이끈 이는 정부나 지자체 관계자가 아닌 메트로폴리아 대학 응용과학과 매니저였다. 우리나라 종합기술전문대학 수준의 메트로폴리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국가사업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대학, 자생력 강화를 위해 기업·지역과 손잡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우리나라 폴리텍(종합기술전문대학)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핀란드의 폴리텍은 현재 일반 대학과 맞먹는 수준으로 개혁을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이후 경제 침체에 빠진 핀란드가 공공부문 예산을 점점 삭감하자 지자체와 기존 직업교육기관급의 기술전문대학들은 상생을 위해 학교를 고등교육수준으로 상향시키는 ‘폴리텍 개혁’을 급속히 추진했다.

그중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에 위치한 메트로폴리아 응용과학 대학은 학생 1만 6500명, 교직원은 10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가장 큰 폴리텍에 속한다. 공공서비스, 비즈니스, 문화, 심리학, 미술, 간호학 등등을 교육하는데 기업이나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혁신 프로젝트만 1년에 대략 1000개에 이를 정도로 지역과 활발한 상생을 이루고 있다.

당초 19개 캠퍼스로 나뉘어 있던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2019년까지 4개 캠퍼스로 통합을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전공을 통합‧융합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폴리텍 개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메트로폴리아가 통합·융합 과정을 거치는 등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엔 헬싱키(지자체)가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한 시립 대학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점에서 공공 예산이 많이 투입되니 그만큼 공적인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오히려 정부 교육 예산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립과 혁신이 중요해졌고 대학 통합 외에도 외부투자를 위해 민간기업이나 인근 지자체 사업과 연계해 진행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아 대학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지역이나 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사진은 학교 관계자가 학생들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분해되는 포장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

대학 수업이 곧 산·학·정 협업, ‘민노 혁신 프로젝트’= 국공립 대학이 소재하지 않는 용인시가 메트로폴리아 대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대학이 자생을 위해 이 같이 지역,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혁신 운영’ 때문이다.  
메트로폴리아 문화공간 혁신 담당자인 안나 마리아 발꾸나는 “대표적으로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현재 헬싱키 서쪽 지역인 혁신지구 ‘깔라사따마’ 지역에서 추진 중인 자동화 무인버스 시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진행한 무인버스 운영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민간 기업과 지자체, 정부가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역의 주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무인버스 사업을 대학이 자체 기술과 인력으로 연구하고 이를 통해 나온 자료는 기업과 지자체, 정부가 활용한다는 의미다. 대학은 이를 통해 자생력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이를 ‘민노 혁신 프로젝트’라 부른다. 헬싱키 메트로폴리아의 민노 혁신 프로젝트는 지역 현안 해결이나 일상생활의 변화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는 대학 내 협력 팀 프로젝트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의 모든 학부생들은 졸업 이전에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팀을 꾸려 모든 학점 가운데 10학점에 해당하는 ‘민노 혁신 프로젝트’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에 팀당 4~7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한 학생당 270시간의 혁신역량계발학습을 이수해야 한다. 한 팀원들은 다양한 분야 학생들과 전공강사들이 모이고 관련 공공조직과 기업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외협력담당 안나 마이야 베사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학생들에게 늘 열린 태도를 유지한다. 심지어 학생들이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학교에 와달라고 하면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면서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시 관계자와 학생들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들은 대학 내에서 매년 다양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 아라비아 오픈캠퍼스 책임자 뻬뜨라 라세니우스는 “대학이 있다는 것은 청년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곳 청년의 관심 분야는 지역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학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 대학은 단순히 교육기관이 아닌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의 민노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진로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해당 분야나 사업을 연구한 학생들이 졸업 후 지자체나 기업에 연계돼 일자리를 얻거나 창업을 통해 펀딩을 받고 연구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메트로폴리아는 졸업 학생들의 취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진로상담을 지자체와 연계해 진행한다. 대학 관계자는 이를 ‘공공 기관 펀딩’의 예라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위탁 교육 일환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대학 차원에서 제공해 예산을 받는 형식이다. 이 역시 대학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메트로폴리아 혁신의 일부라 볼 수 있다. 정부, 지역이 원하는 교육을 대학이 적극적으로 파악해 제공하는 셈이다. 용인시일자리센터 직업 교육을 지역 대학에서 진행하게 된다면 대학은 예산을 받아 운영에 도움을 받고 지역은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청년 취업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안나 마리아는 “인근 에스포 지역이나 반타 지역은 수도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얻는다”면서 “그러나 핀란드 북부 지역 학생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시 큰 도시로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대학 인재를 지역에 머물도록 하고 이들의 창업과 주거를 도우면서 지역 경제 발전도 함께 도모하는 방식은 서울 캠퍼스타운과도 유사하다.

용인도 지역 대학과 상생한다면···
용인은 2004년 용인시정과 지역사회 발전에 관한 각종 과제를 조사 연구하는 기관인 ‘용인발전연구센터’를 지역 대학인 강남대학교와 공동으로 설립·운영한 바 있다. 

용인발전연구센터는 대학과 용인시가 함께 지역현안 관련 연구 기관을 설립한 사례로, 지역 문제를 대학 관련분야 인력과 함께 해결하는 메트로폴리아 사례와 일정부분 겹친다. 용인발전연구센터는 용인시 인구 100만 돌파에 따라 시정연구원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2016년 2월 해산했다. 하지만 설립 10년 간 시정발전 연구와 컨설팅 등 긍정적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용인발전연구센터가 강남대학교와 공동으로 설립·운영됐음에도 지자체 산하기관의 성격이 강했다면 메트로폴리아 대학의 ‘민노 혁신 프로젝트’는 대학이 주도적으로 지역이나 기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10학점을 주면서 학생 참여를 유도했다는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시립대학으로 지자체와 밀접한 연계가 쉬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용인 지역 대학에 그대로 접목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용인발전연구센터가 용인시와 강남대학교의 협약으로 공동 설립된 사례를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메트로폴리아 대학 관계자들은 민노 프로젝트가 대학 자립성을 높이고 인재의 지역 기업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짐은 물론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자체는 현안 해결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찾고 인재를 지역에 머물게 함으로써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효과를 낳았다. 지역과 대학 모두 얻는 것이 있었다는 얘기다. 용인시와 지역 대학이 가능한 방식을 찾아 지역 현안 해결을 함께 진행한다면 결과는 메트로폴리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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