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획취재/ 지역과 대학, '유니버+시티'로 상생의 길을 걷다6

지역과 대학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창업 생태계는 웁살라를 스웨덴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웁살라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도시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가 대기업 에릭슨을 중심으로 산학정 클러스터를 조성했다면 웁살라는 웁살라대학과 스웨덴농과대학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협력을 이뤄 산학정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1900년대 중반까지 인쇄업, 기계제조, 철공업 등 공업이 주를 이뤘던 웁살라는 후반에 접어들면서 첨단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1998년 지역대학, 지방정부, 기업들이 스툰스(STUNS)라는 재단을 조직했고 웁살라 지역을 생명과학에 특화된 지역으로 개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웁살라 생명과학단지 추진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경기 침제 등 여파로 바이오산업의 지원이 줄어들었고 연구원들이 연구개발 자금 부족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연구원들의 어려움은 곧 과학단지 전체의 위기를 불러왔다.

웁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웁살라와 대학, 스툰스는 협의를 거쳐 200여개 기업 지원, 경영활동, 창업자금, 사업파트너 매칭, 매출증진, 마케팅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스타트업이 기술개발에만 집중되도록 생태계를 조성한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웁살라혁신센터(UIC)’다.

UIC는 국내 대학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 같은 기관으로 현재 스툰스가 25% 지분을 차지하고 그 외 웁살라(지자체), 스웨덴 농과대와 웁살라대 지주회사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UIC 프로그램 출신 기업 10개 가운데 9개가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UIC가 배출한 스타트업들이 낸 세금은 초기 지원받은 자금의 10배 이상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UIC가 지역 경제에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웁살라혁신센터(UIC) 사무실. 벽에는 '한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써 있다.

초기 UIC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창업보육센터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설비나 자금 지원에 그쳤던 소극적인 방식은 창업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지원이 아니었다. 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키워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영 상담과 경험 많은 선배들의 조언,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 애로사항에 대한 자문 같은 것들이었다. 2004년 UIC는 시스템을 완전히 정비했다. 경험이 풍부한 CEO급 임원 70여명을 UIC 네트워크에 두고 스타트업을 도와주도록 했다.

UIC에는 현재 대학, 연구소, 기업, 투자회사, 특허지원 기관, 국제교류지원 기관, 창업지원 기관 등의 구성주체가 한 곳에 집적해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UIC에서 1년에 개발되는 아이템만 250여개, 우주부터 의약까지 다양한 분야의 80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창업보육시스템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 먼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개발하고 실행할 지를 돕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이를 기업(파트너사)에 연결해주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이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무실, 컨설팅 서비스, 각 분야 전문가를 멘토로 연결시켜주는 단계가 마지막 세 번째 단계다.

스툰스가 그 혁신센터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주주 같은 역할이라면 UIC는 웁살라의 혁신적인 인재들이 지역에 그대로 머물며 창업을 도모하고 아이디어 개발을 이어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스툰스 재단 비즈니스 분야 대표인 룬데퀴스트는 “스웨덴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방선거가 4년마다 돌아와 시각이 굉장히 단기적이다”면서 “스타트업은 상업화를 목표로 한다면 10년, 또는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창업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룬데퀴스트는 이어 “스툰스는 정부와 시, 시의회에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와 대학, 협업이 성공 열쇠= 웁살라 과학단지는 지방정부와 함께 대학이 지역 인재들의 창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준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바로 아이디어를 가진 대학 인재와 연관된 UIC 기업이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이후에는 계약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연결하는 역할이다.

웁살라대학 혁신사무소 조나스 애스트롬 소장은 “대학은 연구가 활발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수많은 아이디어,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웁살과 과학단지의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참여함으로써 혁신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인재 영입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애스트롬 소장은 “대학 자체 설립회사가 있어 스타트업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UIC와 연결되거나 대학 연계 회사와 연결되는 것은 모두 창업자 선택에 맡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협업이다. 애스트롬 소장은 “대학 인재들의 연구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연구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은 기업과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지도록 고민한다. 이것이 바로 웁살라 혁신생태계의 일부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웁살라 스타트업 성공은 UIC에 있다”
타이더만 대표 & 에브리나 배게스요 대표

'에어워터그린' 타이더만 대표

UIC에 입주해 있는 ‘일리아 파마’는 UIC 창업보육 단계 중 마지막 단계에 있는 기업이다. 5년 전 설립해 현재 ‘상처를 어떻게 빨리 치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와 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맨 처음 UIC 지원만으로 시작한 연구는 현재 공공, 민간 부문의 다양한 기관과 연계되면서 확대됐다. UIC 창업보육 시스템이 ‘일리아 파마’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에브리나 배게스요 대표는 “UIC의 지원은 매우 체계적이다. 어느 정도 기준을 통과해야만 각 단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다”면서 “UIC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뽑고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돕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 에어워터그린 역시 UIC의 사업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지원을 받았다. 이 기업의 대표인 타이더만은 UIC 창업보육의 가장 중요한 지원은 은행, 보험, 교통 등의 실제 경영에 필요한 인프라 지원이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하나에 지원되는 분야 역시 다양하다는 의미다. UIC의 이러한 시스템은 기업의 투자를 이끄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타이더만 대표는 “기업들이 스타트업만을 믿고 투자하기는 힘들다”면서 “기업들은 UIC의 시스템을 믿고 그에 소속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일리아 파마' 에브리나 배게스요 대표


하나의 스타트업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웁살라의 혁신생태계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했다. 지자체와 대학 등이 협력해 만든 창업 시스템이 이들을 돕는다. 스타트업이 재정이나 법률, 보험, 기타 경영 애로사항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역량을 연구와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 시스템을 믿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한 기업들은 작은 창업회사에 불과한 UIC 입주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 선순환이 만들어내는 구조는 웁살라와 스웨덴의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면서 상생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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