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획취재/ 지역과 대학, '유니버+시티'로 상생의 길을 걷다1

대학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생산하고 교환하는 역할에서 기업이나 지자체 간 매개체로 역할을 하더니 이제는 아예 지역 발전의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유니버+시티’ 개념이다. 대학을 뜻하는 University의 ‘유니버’와 도시를 뜻하는 City를 결합시켜 만들어졌다. 대학과 지역 간 상생 협력은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성공 사례가 다수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이 지역의 요구와 맞물릴 때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도시재생,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인재확보, 대학 상생 발전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효과는 예산을 들여서라도 추진해야할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본지는 지역과 대학 상생의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고 용인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 편집자주 

일자리 창출·경제 활성화 서울시 캠퍼스타운

/ 자료 서울시, 편집 용인시민신문

용인에는 단국대학교,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명지대학교, 용인대학교, 강남대학교, 용인송담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루터대학교, 칼빈대학교,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 삼성전자공과대학교 등 총 13개 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대학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학과 연계된 사업들은 대부분 일회성 행사나 교육, 단순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 그쳤다. 이는 지역과 대학이 윈윈 할 수 있는 협력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어느 한 쪽만 혜택을 받는 구조에서는 ‘상생’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한 곳은 서울특별시다. 서울시는 전체 대학 수가 52개에 달한다. 서울대입구역·건대입구역·고려대역·한성대입구역 등 대학을 이름으로 한 지하철역이 31개에 이를 정도다.

서울의 대학은 서울시 가용지의 3.7%(11.45㎢)를 차지하는 지역 핵심 거점이자 서울 안의 또 다른 작은 복합도시다. 하지만 대학가 주변 지역은 타 지역과 단절이 뚜렷해지는가 하면 상가나 하숙집 사업주를 제외한 일반 주민 거주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등 문제를 낳았다.

그간 서울시는 신촌 도시재생사업, 성곽마을 조성사업, 홍릉 일대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조성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대학 자원 활용 노력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그러나 용인과 마찬가지로 대학이나 지역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지원에 그쳤다. 이는 대학의 자원 활용과 참여 동기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결국 단발적이거나 미미한 사업 효과로 이어졌다.

서울시 유니버시티 사업인 ‘캠퍼스 타운’은 기존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주안점으로 뒀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일방적으로 기여하기만을 기대하는 방식이 아닌 청년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동기 부여를 확실히 한 것이다.

캠퍼스타운이 정책협의회 등 협력 조직을 구성한 것은 기존 대학 협력 사업과 차별화된 또 하나의 특징이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의 방안으로 지역과 대학의 연계사업을 계획한 이후 2016년 11월 서울시장을 비롯해 서울 소재 52개 대학교 가운데 참여를 희망한 48개교 총장 총 49명으로 구성된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를 조성했다. 대학과 지역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물꼬를 튼 것이다.

또 캠퍼스타운 조성을 전담할 시 인력을 구성해 관련 사업들이 효율적이고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1기 시범사업인 고려대 안안동 캠퍼스타운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총 60곳, 약 1520억원을 들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대학 선정은 각 대학이 주제별로 지역과 연계한 계획을 시에 제출하면 이를 심사해 뽑는 방식이다. 선정된 각 캠퍼스타운은 종합형과 단위형으로 나눠 종합형 10곳은 4년간 최대 100억원, 단위형 50곳은 같은 기간 2억에서 10억 원까지 지원받는다.

침체된 전통시장 숨 불어넣은 숙명여대 캠퍼스타운

숙명여대 학생들이 만든 용문시장 홍보 신문

숙명여자대학교는 지금까지 서울시 캠퍼스타운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2016년 12월 캠퍼스타운 단위형 1단계 사업 대학으로 선정돼 지난해 5월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문전통시장 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잡았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용문시장은 타 지역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이 대형 마트나 편의점 등 상가에 상권을 빼앗겨 쇠퇴 일로를 걷고 있었다. 지역 욕구에 맞춰 대학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


숙명여대는 먼저 캠퍼스타운사업단 단장과 총괄 대학교수를 임명하고 전담직원 1명, 연구원 3명 등 4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보통 다른 캠퍼스타운이 전담직원을 외부에서 투입하는 것과 달리 숙명여대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내부 직원을 고용했다. 대학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내부 인력을 통해 필요한 곳에 적절한 자원을 활용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사업 수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용문전통시장과 인접한 용산구 나진전자월드 지하 1층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를 마련했다. 일종의 교외 캠퍼스가 마련된 셈이다. 거점센터에는 캠퍼스타운 사업단 뿐 아니라 빅데이터활용, 문화예술경영, 창의융합디자인 연구센터를 입주시켜 이곳에서 실질적인 교육과 연구 활동이 사업과 연계돼 수행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숙명여대 일부 과목은 용문시장 활성화 방안과 연계해 이뤄졌다. 일회성 사업이 아닌 대학과 지역이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 것이다. 지역연계 수업으로 전래동화를 주제로 한 축제를 기획해 시장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축제로 인해 시장은 아이들과 주민들로 북적였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고 서울시가 인근 아현시장과 수유시장에서도 축제를 진행하도록 제안할 정도였다.

대학·상인 적극 참여 성공 이끌어= 무엇보다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대학, 교수, 학생, 상인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데 있다. 
먼저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상권 활성화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2회 공모전에는 총 99개팀 244명이 지원할 정도로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용문시장의 소식지 온·오프라인 발행 △용문시장 전체 브랜딩 및 간판 보드 디자인 △용문시장 내 체험교육형 프로그램 운영, 상인교육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였다. 

이는 용문시장 홍보잡지 용용산문 창간호와 2호를 발행하는 등 실제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전래동화 시장’으로 용문시장을 특성화하는 축제를 정기적으로 열고 용문시장과 협업해 도시락을 판매하는 창업을 하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아이디어들이다.

숙명여대 사업단이 진행한 사업들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자 시장 상인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용문전통시장상인회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단은 공모전 심사에 용문시장 상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상인과 학생을 지역 멘토와 청년 멘티로 매칭해 청년 창업에 대한 주제로 수업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캠퍼스타운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숙명여대 경영학부 설원식 교수는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사업은 기존에도 아주 많았다. 그런데 그 사업들은 대부분 진행할 때는 성과가 나타나지만 끝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면서 “시장의 체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교수, 학생은 물론 상인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조종숙 사업단 부장 역시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니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대안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면서 “학교의 청년 자원은 어마어마했다. 50개가 넘은 전공에서 다양한 안들이 나왔고 이를 거점센터에서 잘 활용해 시장에 접목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역뿐만 아니라 대학이 얻은 성과도 컸다. 용문시장에서 재료를 공수해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학생 창업, 학생들이 디자인한 캐릭터 상품화 등 ‘청년 일자리 창업’이라는 서울시 캠퍼스타운의 기본적인 목표 역시 성공했다.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조유진(23) 학생은 “무엇보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부터 기획, 실행까지 다 해보니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최대치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여가 지난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사업이 마무리 되는 2년 뒤를 준비하고 있다. 설 교수는 “학교 동아리와 현 사업을 연결시켜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며 “무엇보다 이러한 사업들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것은 사실”이라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캠퍼스타운 사업을 진행했으면 하는 의견도 내비쳤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 캠퍼스타운조성 장양규 단장 인터뷰]

“지역 대학 청년들 지역 창업 성과”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6년 대학가 주변을 어떻게 관리할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행정뿐 아니라 재정지원까지 있어야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먼저 서울 전체 대학 총장을 만나 이런 취지를 설명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존 대학 협력 사업과 다른 점은
그동안 창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청년들에게 지원하는데 목적을 뒀다. 공간이나 장비, 마케팅 기술 교육, 초기 자금 지원 등이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메리트로 작용했다. 지역 대학 청년들이 대기업으로 가지 않고 남아 창업을 한다는 점은 서울시 캠퍼스타운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청년이나 일자리관련 부서가 아닌 도시계획국에서 사업을 진행한 이유는
대학교가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가 어떤 시설을 조성하려면 시 도시계획국에서 결정해 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했다. 시에서 행정적 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대학과 관련한 조직들이 보다 캠퍼스타운 사업이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년여 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얻은 성과라면
시범사업을 추진했던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은 1년 만에 창업 스튜디오를 8곳 조성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선정된 15개팀, 41명이 입주했다. 특허출원 9건, 사업자상표 등록 8건, 매출액 총 3억8500만원을 창출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지역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나
청년 창업 공간을 지역 내 빈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이 지역연계 수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의 현안을 과제로 부여해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주민 대상 아카데미 강사, 대학만의 축제가 아닌 지역과 함께 하는 축제 등 지역과 함께 가려는 노력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캠퍼스타운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면
△숙명여대 용문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경희대 공유형 상점 운영과 청년상인 기획단 운영 △서울여자간호대의 지역 노인 대상 치매예방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사업 등 13개 단위형 사업과 1개 종합형 사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16개 단위형 사업과 3개 종합형 사업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과제는 
서울시 지원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창업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 지역관리회사(CR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창업한 기업들이 매출이 발생할 경우 사업 자금을 자율적으로 기금으로 적립해 또 새로운 창업 기업을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외 캠퍼스타운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제도적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명시하고 ‘대학의 지역사회 협력의무’를 법제화할 수 있는 산학협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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