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은 내 돈이고, 네 돈도 내 돈이다

박진도

부자 아버지와 두 아들이 있다. 아들은 둘 다 가난하지만 그래도 큰 아들이 작은 아들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부자 아버지가 큰 아들에게 작은 아들이 형편이 어려우니 가진 돈을 좀 내놓으라고 한다. 형편이 낫다고는 하나 딸린 식솔이 많고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어려운 살림을 간신히 꾸려가고 있는데 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반발한다. 작은 아들도 형님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잘 알기에 부자 아버지의 말이 고맙기는커녕, 자기 돈을 좀 나눠주면 될 쉽게 해결될 일을 공연히 형님과 싸움을 붙이는 아버지가 밉다.

지난달 22일 행자부가 2018년부터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해 시·군에 재분배하고, 조정교부금 배분방식을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지방재정개혁방안을 내놨다. 한 마디로 행자부가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시·군의 돈을 뺏어서 형편이 보다 못한 시·군에게 나눠주겠다는 얘기다.

돈을 뺏길 처지에 놓인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약 52%에 지나지 않고, 형편이 낫다고 돈을 뺏길 처지에 놓인 수원시, 성남시, 용인시 등 이른바 부자 자치단체도 재정자립도가 간신히 60%에 미치거나 그보다 못하다. 이들 자치단체들도 하고 싶고 할 일은 많은데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행자부의 방안은 지방자치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우리나라는 조세 중 국세가 80%인 반면에 지방세는 20%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재정제도는 중앙정부가 돈을 거둬 지방자치단체에게 나눠주면서 통제하고 군림하는 중앙집권적 분산시스템이다. 우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0대 20에서 적어도 60대 40으로 바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성을 놓이는 방향으로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인상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지역 간 존재하는 재정력 격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고 재정력이 약한 자치단체에게 유리하도록 배분방식을 바꾸면 부분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간에 형편이 나은 지자체가 형편이 못한 지자체를 지원하는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이러한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는 북유럽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선 부자 아버지(중앙정부)가 자신의 돈을 두 아들(지방정부)에게 나눠준다. 이때 힘(재정력)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큰 아들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버지는 큰 아들(재정력이 좋은 지방정부)에게 넘겨준 돈의 일부를 작은 아들(재정력이 약한 지방정부)에게 나눠주도록 조건을 달면 된다, 행자부는 내 돈은 감춰두고 남의 돈을 마치 내주머니 구슬처럼 멋대로 굴리는 놀부 심보는 버려야 한다.
이참에 지방분권과 재정개혁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좋겠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