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안이란?
A 용인시민 세금 약 1000억원, 경기도 6개 시 세금 약 5200억원을 정부가 빼앗겠다는 것이다.
현재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용인시민 세금 중 55%를 경기도에서 다른 시·군 지원에 쓰고, 나머지 45%를 용인시가 쓰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20%를 더 가져가고 용인시는 25%만 쓰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용인시는 일반회계예산 1조6851억원 중 6%가 넘는 매년 1040억원 이상 세입이 줄어들어 재정이 거덜 나게 된다.
용인뿐 아니라, 수원(863억), 성남(891억), 화성(1080억), 고양(752억), 과천(294억)도 빼앗기는데, 이렇게 빼앗은 약 5000억원 중 경기도가 2000억원을 다른 시·군 지원에, 정부는 3000억원을 다른 시·도 지원에 사용한다. 이 돈을 뺏기면 고양·과천은 교부단체(세입이 비용보다 적어 정부보조를 받는 단체)로 전락하고 나머지 4개 시는 가난뱅이 도시가 된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 수혜는 수 억원에서 최대 수 십억원에 불과해 ‘언발에 오줌 누기’ 하향평준화가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해 법인 지방소득세도 절반(용인의 경우 약 678억원)을 더 빼앗아가겠다고 한다.
Q 정부안대로 매년 1000억원을 뺏기면 시민의 삶은 어떻게 되나.
A 용인시는 인건비 등 법정·의무적 경비(1조1397억원)와 시설 및 유지관리비 등 고정경비(2067억원)를 빼고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은 1644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당장 내년에 1000억 원을 빼앗기면 신갈~수지간 도로 개설, 보성~구성역 간 도로개설, 읍면동 주민숙원사업 등 기반시설 설치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된다. 또 어린이집 위탁운영, 시립어린이집 확충, 지역아동센터 지원, 노인복지관 운영, 65세 이상 약제비 지원은 물론, 학교급식 및 친환경 농산물 지원, 학교 환경개선, 방과 후 교실지원 등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있다. 더불어 용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전면 중단된다.
특히 특별회계 전출금이 줄어들면 사업 중단뿐 아니라 상하수도 요금을 비롯해 공영주차장, 경전철 등의 운영비가 감소돼 공공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용인문화원을 비롯해 체육회, 장애인단체, 보훈단체 등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운영비와 사업비도 축소된다.
한때 6000억원 넘는 빚을 지며 재정위기를 겪었던 용인시는 2015년 말 2214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는 등 최근 3년 간 매년 1800억~2200억원씩 5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기 위해 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연기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올해 겨우 재정 정상화를 이뤘는데, 매년 1700억원씩 정부에 빼앗기면 재정위기를 겪었던 2012년 시절로 되돌아간다.
Q 용인은 ‘부자도시’니까 다른 도시 좀 도와주면 어때?
A 4년 전 용인시가 6274억원의 빚더미를 안았던 시대나 지금이나 용인시 세금은 크게 변경된 게 없다.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세금 낭비 요소를 줄이고, 세금을 걷어 빚을 청산하고 재정 정상화를 이룬 것이다.
부자도시란 세금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 시민이 세금을 그만큼 많이 낸다는 뜻이다. 단지 재정자립도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만으로 결코 ‘부자동네’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산은 항상 부족하다. 핵심은 ‘한정된 예산을 얼마나 아끼고 투명하게 잘 쓰는가’ 하는 능력과 의지의 문제이다. 정부의 부자도시 운운은 시민세금을 빼앗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들을 이간질하는 유치한 발상이다.
Q 다른 가난한 시나 군을 돕기 위해 조금 나누자는 것이라던데.
A 물론 재정상황이 용인보다 열악한 시·군들이 있고, 그런 시·군에는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용인시 등 6개 도시는 시민이 낸 부동산세 중 이미 55%를 타 시·군 지원을 위해 경기도에 내고 있다. 그런데 25%만 남기고 20%를 더 빼앗아 가난뱅이 도시로 만드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니라 강탈하는 것이다.
시·군 간 재정 형평성이란 그럴듯한 말을 하지만, 정부안은 시민 삶의 질을 상향시키려는 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다 같이 못살아보자’식의 하향평준화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안정적 재정확보이고, 지방재정 불균형 문제의 핵심은 형평성보다 확충이 먼저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세금 중 80%를 중앙정부가 가져가는데, 일은 지방자치단체가 60%를 담당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 시행 초기 당시 전국 기초지자체 재정자립도는 6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자치단체는 232개로 전체의 95.5%를 차지한다. 20년 만에 재정자립도가 23%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곳만 76곳에 이른다. 경기도만 놓고 보면 용인시 재정자립도는 51% 수준, 시 평균 재정자립도는 42.1%에 그친다. 군은 더욱 열악하다. 연천군의 재정자립도는 17.8%로 군 평균 18%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따라서 고작 20%밖에 되지 않는 지방세 비중을 최소 30%, 40%로 배분하는 등 지방자치를 위한 근본적 세제개편만이 ‘다같이 잘 사는’ 상향평준화의 길이다.
지방재정 확충과 건전성 강화는 정부의 법적 의무임에도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 바로 용인시와 5개 도시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Q 지방재정은 왜 나빠지고 있나.
A 지방세 세입은 일정한데, 정부가 재정부담과 국가사무를 전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낼 돈을 지방이 대신 내게 하는 것 중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용인시가 정부 대신 부담한 예산만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이외에 보육료 등 엄청난 규모의 국가부담을 대신 떠안고 있다. 그 외에도 민방위·국세징수·자동차관리·지적조사 등 국가사무를 대신 처리하면서 그 비용을 받지 못해 살림이 점점 궁핍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때문에 생긴 지방의 재정파탄을 성남시 등 6개 도시에 떠넘기려는 것이 이번 지방재정 개편안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