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배달 18개월‘토마토아저씨’ 만들었다”

모기업 홍보실 근무 중 내 일을 해야겠다는 젊은 혈기로 30대 초반에 레스토랑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외환 위기 때 그 레스토랑은 문을 닫게 됩니다. 제가 다시 시작한 것은 피자, 스파게티, 돈가스 위주의 음식을 배달하는 소규모 음식점이었습니다.
오토바이 배달 18개월이라는 시간은 고객의 맛과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고 ‘토마토아저씨’ 본점을 오픈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 본점 직원들과 함께 한 박승열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젊은 패기로 승부수 띄운 음식업

용인 해곡동에서 출생한 박승열(43) 사장은 용인 토박이다. 격동의 세월 80년대에 중앙대 신방과와 풍물패에 몸담았던 그는 젊은 패기로 가득했던 30대 초반, 모기업 홍보실을 미련 없이 떠났다.

그의 20대 중반,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사망을 경험했기 때문이었을까? 인생이 너무 짧다고 느껴진 어느 날, 그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조직 속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느끼는 개인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개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는 와우정사 인근에 피아노 선율과 함께 미술품도 감상하면서 랍스타 등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레스토랑의 건축 및 인테리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그리고 감각을 키우기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6개월 동안 근무하기도 했었다(이 경험은 화사한 크림색 톤의 ‘토마토아저씨’ 인테리어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노하우로 작용한다). 하지만 외환 위기가 불어 닥친 1997년 레스토랑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럼에도 박승열 사장은 당시의 실패 원인을 IMF 사태에서 찾지 않는다.

“당시엔 솔직히 말해서 열정은 있었지만 겉멋이 들어있었다고나 할까요? 돌이켜보면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가를 찾기보다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차림표를 차려놓고 그런 취향을 좋아하는 대상만을 고객으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 고객이 원하는 맛 찾은 배달 18개월

두 자녀의 가장이기도 했던 그에게 사업 실패는 힘겨운 시련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본질을 보는 맥을 짚어나가듯 음식업에 있어서 자신만의 타당성과 명분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저는 음식업을 하는 것이 좋았고 이 음식업에서 분명히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우선 최소의 비용으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작은 점포로도 운영할 수 있는 오토바이 배달 전문점으로 시작했습니다. 메뉴는 피자, 스파게티, 돈가스 등이었고요.”

손이 꽁꽁 어는 겨울엔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18개월의 배달기간은 고객이 원하는 맛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그리고 맛의 중요한 요소인 소스와 요리방법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맛의 흐름에 대응 가능한 준비가 되었을 무렵 탄생한 매장이 바로 용인 김량장동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토마토아저씨’ 본점이다.

# 느린듯하지만 튼튼하게 성장하는 ‘토마토아저씨’

스파게티, 스테이크, 피자, 돈가스, 샐러드 등 꽤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토마토아저씨’의 본점이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자, 프랜차이즈 체인 사업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제게 ‘토마토아저씨’와 같은 음식점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분이 문의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체인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필요한 인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게는 운도 따라주었는데, 체인사업과 관련된 각 분야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들 역시 본점과 직영점 그리고 체인사업부 등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24명의 직원들입니다.”

현재 본점을 포함해 15개(경기도 14개/충정도 1개) 점포의 ‘토마토아저씨’가 운영되고 있으며, 조만간 강원도와 서울에도 새로운 점포가 문을 열 예정이다.

“아웃백, TGI, 빕스 등과 비교할 때 저희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 ‘토마토아저씨’는 가격에 있어서 좀더 저렴하기 때문에 상업지역보다는 주택밀집지역 등 차별화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요구하는 맛과 서비스 등에 맞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하는 것입니다. 음식점 매출에 도움을 준다는 단순한 생각 하에 서비스 인원을 줄이고 재료비를 깎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잘못입니다. 때문에 전국 체인화가 목표이긴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려 합니다.”

박 사장은 체인사업이 확대됨과 동시에 체인점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으며, 균일하고 우수한 맛을 확보할 수 있는 자체 제조공장도 준비 중이다.

지금과 같은 OEM방식 하에서는 각 체인점에 따라 어느 정도 음식 맛이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직’이 그의 모토다. 느린듯하지만 천천히 기초를 다지며 ‘토마토아저씨’는 튼튼하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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