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환경 용인 조건, ‘탄소중립’ 늦출 수 없다
③마을과 섬에서 진행되는 의미 있는 도전
다회용도 컵 회수기 설치 등 플라스틱 없는 섬 전환 ‘효과’

탄소 줄이기 정책은 장기전이다. 단 순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공감과 적극적 참여가 필수다.

이는 시간 장소를 뛰어넘을 만큼 절박하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즉시 시행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시 우도면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발자국 일환인 자원 순환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관심이다.

우도면은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서약을 통해 플라스틱 페트병이 자원 순환될 수 있도록 수거가 사용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회용 컵 도입매장 및 반납기 위치 페트병 수거기 위치 등 정보를 담을 '플라스틱 없지도'를 제공해 섬을 찾는 관광객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제주도 축소판이라 불리는 우도. 매년 2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을만큼 제주 대표 관광지다. 제주와 우도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관광객이 내리고 있다.
제주도 축소판이라 불리는 우도. 매년 2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을만큼 제주 대표 관광지다. 제주와 우도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관광객이 내리고 있다.

◇한 해 평균 200만 찾는 최대 관광지= 제주도는 국내 대표 관광지다. 그런 제주에서도 특별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 부속 섬이 있다. 새벽을 여는 섬, 신비의 섬이라고 표현되는 우도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 또는 쉐섬이라고 불렸다. 제주 본섬에서 배편으로 10여 분이면 도착한다. 섬 길이는 3.4km, 둘레는 17km 정도다. 쉬지 않고 걸으면 3~4시간이면 종주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우도 둘레길이 있을 정도다.

어느 때라도 우도를 방문하면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 여기에 최근에는 소형전기차를 이용하는 이까지 섬 전체를 휘감아 여정을 이어간다. 섬 전체만 돌아다녀도 충분한 볼거리지만 주변 곳곳에는 후해석벽, 주간명월 등 실로 자연이 만든 경관이 길을 사로잡는다.

우도 구경도 식후경이라 했나. 허기진 관광객들은 잘 갖춰진 식당을 찾아 건강한 먹을거리로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섬 전체에 180곳이 넘는 카페가 있다. 자연환경에 눈이 즐겁고, 카페서 입이 즐거운 여행을 할 만한 여행지이다.

우도로 들어가는 선착장에 걸려 있는 다회용컵 사용 협조 현수막.
우도로 들어가는 선착장에 걸려 있는 다회용컵 사용 협조 현수막.

◇제주 관광과 자원순환 두 마리 토끼 잡나= 우도는 우도 8경을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지로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연공원법에 규정 2008년 9월 우도면 전 해상 및 육지 일부를 생태 관광지로 보전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도는 우도해양도립공원(25.863㎦)으로 지정했다. 우도에 들어오는 관광객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도 한 해 평균 200만 명이 찾는 제주에서도 대표 관광지다. 용인시 전체 인구가 매년 두 번가량 들리는 셈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 폐기물 다량 배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 따르면 우도에서 한 해 동안 관광객들이 우도 내 180여 개 카페와 식당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약 63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우도 내에 1660여명이 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섬을 찾는 관광객이 버린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9월 우도를 직접 찾았다. 강풍으로 배편이 취소된 것을 모르고 선착장을 찾는 이용 희망자만 한 시간에 40명을 훌쩍 넘었다. 하루를 넘겨 다시 찾은 선착장은 여객선이 정상 운행한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표 판매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운행을 하지 않은 탓인지 평소 대비 20~30%가량 이용자가 늘었다. 성산포항에서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우도. 가는 배편에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배 위에서 보는 우도 전체 풍경에서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하기에는 쉽지 않다. 오히려 잘 꾸며진 카페와 숙박시설, 해안가 주변에 대거 몰려 있는 관광객이 더 눈에 띄었다. 섬에 도착해서도 우도 8경이나 해안 풍경에 앞서 전기자전거 등 이동 수단을 이용해 거리를 활보하는 관광객이 시선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주 성산포항에서 배를 타기 전 봤던 '청정 우도를 위한 여행의 첫걸음은 다회용 컵 사용부터'라는 현수막은 도착한 우도천진항 대합실에서 한 층 더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대합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청정우도 다회용 컵 반납기’가 설치돼 있었다.

제주도와 함께 다회용 컵 반납기 사업을 추진하는 SKT는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청정 우도’를 만들기 위해 다회용 컵 순환시스템을 도입했다.

다회용 컵 순환시스템은 고객이 카페에서 커피 등 음료를 마실 때 다회용 컵 보증금(1천 원)을 지불하고, 무인 반납기를 통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불받는 방식이다. 반납된 다회용 컵은 전문 세척장에서 7단계 안심 세척 공정을 통해 카페에 재공급된다.

우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기자전거 등을 이용해 거리를 다니고 있다.
우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기자전거 등을 이용해 거리를 다니고 있다.

◇우도의 의미 있는 도전, 미래를 지키나= 우도가 친환경 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이상기후로 제주도 주변 바다뿐 아니라 계절적 변화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관광이 주요 수익산업인 제주도는 지속가능한 여행, 친환경 여행, 저탄소 여행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도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제주관광공사와 관광 분야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다.

우도 다회용 컵 사업도 이 일환이다. 제주도가 관광 분야 자원순환 모델로 우도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것이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제주관광공사-우도면 주민자치위원회-SK텔레콤 행복커넥트가 ‘관광분야 자원순환 모델 구축 ’청정 우도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청정 우도 캠페인을 통해 △입도 관광객 일회용 컵 없는 청정 우도 디지털 서약서 7570명 참여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 사용에 12개 매장이 참여해 1만 4540개 다회용 컵 사용 △우도 재활용 쓰레기 원 단위 발생량이 2021년 0.115㎏/인에서 2022년 0.103㎏/인으로 0.012㎏/인 감량을 이뤄냈다.

또한, 청정 우도 캠페인으로 진행한 디지털 서약서를 제주도 방문객을 대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제주를 여행하는 관광객에게 플라스틱 제로 제주 홍보 및 일회용 컵 보증금제 참여, 다회용 컵 사용 등을 중심으로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실현을 위해 관광객, 지역 주민, 기업이 함께하는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 분야에서 자원순환을 선도하는 글로벌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도하우목동항 대합실에 설치된 다회용 컵 반납기.
우도하우목동항 대합실에 설치된 다회용 컵 반납기.

◇우도에서 만난 주민 3인을 통해 현재 상황을 듣다= 제주도뿐 아니라 주민들도 우도를 지키기 위한 절박함은 한결같다.

우도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박은철(57) 씨는 “우도는 전국에서 잘 알려진 관광지라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라며 “가족 단위로 다니기 너무 좋아 찾아오는 분들께 섬을 많이 홍보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는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캠페인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청정 우도 사업에 대해)잘 모른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잘 알고 있을 듯하다. 숙박을 오는 손님에게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양도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이 사업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씨라고 밝힌 상인은 “관련 회의에 참석을 안내받은 적이 있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 공감하지만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식당에서는 일회용은 이미 사용하지 않지만 우도를 찾는 관광객이 수백만 명인데 그들 동참이 없으면 사실상 힘들다”라고 말했다.

소규모 동물원을 겸해 카페를 운영하고 하는 젊은 부부는 3년 전에 동물 사육사 일을 접고 우도로 들어왔다고 한다. 10평 남짓한 카페에는 사용하다 남은 일회용 컵이 상자째 남아 있었다.

이 주인은 “우도면에 다회용 컵 사용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전에 사들인 일회용 컵이 있어 사용하고 있지만 추가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손님들도 (일회용 컵 미사용에)공감해주신다. 우도가 너무 맘에 들어 들어온 지 3년 됐다. 정말 잘 지키고 싶다. 환경을 지키는 것이 단지 환경만이 아닌 우리 부부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도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는 모습.
우도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는 모습.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10명‘ 희망을 말하다= 우도천진항 대합실에 설치된 ’청정우도 다회용 컵 반납기‘ 사용 현황을 살피기 위해 2시간가량 현장에서 기다렸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입도한 관광객이 이미 도로를 가득 메웠다. 대합실 용도가 섬을 떠날 때 주로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른 시간이다. 그런데도 2시간 동안 반납기를 이용한 관광객은 한 명이 전부였다.

부산에서 우도를 찾았다는 이은숙(26) 씨는 “정확히 어떤 취지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환경을 살리기는 일이라 생각하고 이용해 봤다”라며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은 전혀 없었다.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음 한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가 진행하는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온라인 서약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가 진행하는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온라인 서약서

반납기 이용도가 낮다는 것이 부정적인 판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도에는 카페만 180여 곳에 이른다. 저마다 특색을 갖고 있어서 관광객은 카페 공간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다회용 컵을 이용해 카페에서 음료를 즐기는 것 자체가 관광자원이다.

하우목동항 인근에 자리한 한 카페에서 만난 윤은옥(23) 씨는 “예쁘고 특색 있는 카페가 많아서 밖에 나가 일회용 컵을 별로 사용 안 한다”라며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이용해 음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납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은 우도 다회용 컵 사용에 적극 공감한다며 동참할 의지가 있다는 데 큰 이견을 내지 않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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