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개미천사운동’ 소액 기부 확산
참여 방법 다향화·배분 방법 고민해야

기부가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는 시대가 왔다. 연말연시에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던 기부가 아닌 연중 수시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기관이나 단체 중심 기부가 주를 이루는가 하면 현금, 쌀, 김장김치 등 기부 자원도 한정돼 있다. 용인 지역의 기부 현황과 타 지역의 사례를 통해 범시민적이고 올바른 기부에 대해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 지 정확하지 않아 (기부가) 꺼려져요.”
“나도 살기 벅찬데 모르는 이를 돕기가 쉽지 않아요.”

이웃과 인사할 기회도 많지 않은 요즘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누군가에게 내 것을 대가 없이 내놓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 기부의 특징은 일시적이고 일회성에 그친다는 데 있다. 기부 시기는 연말연시에 집중된다. 재벌이나 기업 위주의 큰 금액 기부가 눈길을 끌고 주목 받는다. 대상도 아동·노인 복지 시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에 한정되는 편이다.

하지만 기부는 연중 수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이 돈이나 김장김치, 쌀로 한정되는 것도 아쉽다. 일시적인 자금 지원은 그들의 자활 능력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나마 기부금에만 치우쳐 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재능, 현물 기부 등 형태가 다양해졌다. 지역 상점은 매달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제공하고, 학원은 지역 청소년에게 무료로 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지속성, 다양성과 범시민화는 우리 사회 기부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럼점에서 ‘개미천사 운동’은 의미가 있다. 용인시의 대표적인 범시민적 기부운동이기 때문이다. 1004원을 1구좌로 일반 시민도 부담 없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2015년에 시작돼 2월말 기준 총 모금액 3억6000여 만원, 2년여 간 참여인원만 7489명, 개설된 구좌수는 2만5000구좌가 넘는다.

용인시와 함께 계좌 관리와 기금 운용을 맡고 있는 경기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용인시 개미천사 운동은 일반 시민이 소액 기부로 기부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용인시 이후로 비슷한 기부 운동이 이곳저곳에서 생겼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미천사 운동이 시작된 지 2개월만인 2015년 4월 1만 계좌를 달성해 화제가 됐던 속도에 비하면 현재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이천시 1만1565명에 비해 적다. 이천시 인구 수가 26만명임을 감안하면 용인시의 참여율이 훨씬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각 읍·면·동, 기관, 단체에 의존해 ‘구좌 만들기’를 추진하다보니 한계가 온 것이다.

풍덕천1동(동장 김상완)은 최근 통장협의회, 부녀회 회원 등 100여명과 함께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 510구좌를 새로 개설했다. 김 동장은 “정기적으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고 설명하면 처음엔 부담스러워한다”며 “‘소액이지만 지속적인 기부가 필요하다. 이웃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 마음을 열고 기부에 동참하는 주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홍보로 신규 기부자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비슷한 기부운동을 펼치고 있는 의왕시 오전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최근 ‘1004나눔 캠페인’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 ‘오전동 365 달력’ 사업을 진행했다.

달력에 캠페인 참여 명단을 기재하고, 기부자들의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표시해 나눠줬다. 기존 기부자를 위한 배려와 관리 차원이었다. 또 오전동 내 소재한 단체들의 봉사 등 활동사진을 기재해 기부 활동에 참여를 원하는 주민 발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오전동 관계자는 “달력 제작 이후 반응이 정말 좋았다”면서 “생각보다 1004 나눔 캠페인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았다. 달력 제작 이후 문의가 다시 늘었다”고 말했다.

기부금에 대한 배분도 활성화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용인시는 2월말 기준으로 모금액의 26%에 불과한 9600만원을 희귀·난치병 어린이 및 저소득층 40가구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용인시 관계자는 배분이 일부에 그친 이유에 대해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예치금을 보유해야 한다”며 “대상자를 찾아 심사를 거친 후 지급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기부금 사용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