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다문화 용인 그리고 정체성

한때 단일민족이라는 용어가 상당히 당연한 듯 사용된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단일 즉 한 뿌리를 둔 인종이라는 것이다.

용인시 가족센터가 진행한 2022년 결혼이민자 취업교육지원사업 수업 모습
용인시 가족센터가 진행한 2022년 결혼이민자 취업교육지원사업 수업 모습

과학적 입증은 큰 의미가 없는 상징적인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미를 지역성으로 최소화해 보자. 정체성도 비슷한 의미로 인식해도 무방해 보인다.

역사에서 용인이란 명칭은 고구려 시대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역사 교과서를 통해 수없이 들었던 장수왕 재위 때다.

시계추를 뒤로 돌려 용인시가 지금의 시로 자리매김한 1990년대를 보자. 이미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용인시는 최근 30년 동안 급격히 성장했다. 1996년 당시 인구 26만이던 것이 지금은 109만 명이다.

◇용인시 유입인구와 공동체= 용인시가 30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인구가 4배가량 늘어났다. 유입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용인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도시도 팽창해 생활권역 또한 크게 다양해졌다. 이는 지형을 비롯해 부동의 가치를 가진 것을 제외하면 이전 용인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도시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입인구는 용인시를 어떻게 생각할까. 2022년 용인시 사회조사 보고서를 보면 용인 공동체 밀도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가 나온다. 공동체 의식이다. 2022년 기준으로 용인시 주민 간에 서로 잘 알고 지낸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하다.

특히 매우 그렇다고 답한 수치는 2.6%에 머문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경우도 12%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서로 잘 지내지도, 동네 일에 이야기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0%를 넘는다.

결혼이민여성 집단상담 프로그램 모습
결혼이민여성 집단상담 프로그램 모습

소통이 공동체 유지에 중요한 부분임을 고려하면 용인시 공동체가 조밀하다고는 말하기에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수치는 더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잘 돕느냐는 물음에 절반가량이 그렇지 않다고 답한 반면 매우 그렇다는 답변은 2%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기흥구와 수지구 같이 유입인구가 집중된 도시화 지역은 더 심하다. 처인구가 이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5.1%인데 반해, 기흥구와 수지구는 각각 0.9%와 0.6%로다. 동네 행사 참여를 묻는 질문에도 처인구는 4.7%인데 반해 기흥구와 수지구는 0.9%와 0.4%로 1%를 밑돈다.

◇대도시 원동력과 튼튼한 공동체 위한 난제= 용인시 발전하는데 인구는 자양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인구 배가행정이 정답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인구성장세가 멈추지 않은 용인시지만 성장 속도가 제자리걸음을 할 시점이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온다.

지난해 용인시정연구원(원장 이상대)이 발표한 정책 동향 보고서 YRI 포커스 앤 이슈 제57호 ‘인구감소․저성장에 대비한 용인특례시 도시정책 방향’을 보면 용인시 인구는 2030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용인시가 해야 할 것은 인구감소에 대비해 그간 경험하지 못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인시에 남을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출산율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인구 유치는 그 지역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 인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임이 틀림없다.

용인시를 단기간 내 대도시로 성장하게 만든 인구가 곧 용인시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용인시는 일자리와 기반 시설 확충 및 인구추세 맞춤 지원 등 다각적으로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다른 자치단체와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고 판단할만한 근거는 아직은 찾기 힘들다. 그만큼 난제 앞에 용인시도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셈법을 적용하고 있다.

◇용인시 또 다른 축 다국적 출생 인구= 용인시 인구 증가는 다시 말하면 도시화 지역 증가다. 이는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시에서 농업인구 유출로 이어졌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까지 더해져 상대적으로 농촌지역이 밀집한 처인구는 더딘 인구 증가세가 이어졌다.

용인시가 진행한 다문화 체험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용인시가 진행한 다문화 체험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지금에야 각종 개발 호재에 가파른 인구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지금까지는 처인구는 인구 공백 지역이 분명 발생했다. 이런 인구 공백은 시간이 갈수록 도시화한 기흥구와 수지구에서도 일어났다.

인구는 많지만 노동 인구를 구하기는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공백을 채운 것은 흔히 말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이들 중 다수는 한국에 둥지를 만들고 정착하기 시작했다. 용인시 개발에 맞춰 외국 출신 용인시민이 증가한 것이다.

수치적으로 보면 2006년 용인시 전체 인구는 75만 명이었다. 이 중 외국인 인구는 1만여 명을 조금 넘었다. 전체 인구 대비 1.4% 수준을 보였다.

17년이 지난 올해 7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는 110만 명에 육박한 109만 6000명이다. 2006년과 비교해 30만 명 이상 늘었다. 외국 인구는 7월 기준 1만 8700여명이다. 같은 기간 8천여 명이 늘었다. 용인 유입 비율은 내국인보다 오히려 빠르다.

◇외국 시민 위한 정책은 정착 돕기가 전부?=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국적을 따 생활하는 국민을 흔히 다문화라고 했다. 짐작하건대 다문화란 ‘다양한 문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에 맞춰 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시행한 것은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타지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언어나 문화 나아가 사회 분위기까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용인시 역시 마찬가지다. 다문화 관련 정책은 국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용인시가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 사회통합 지원 현황을 보면 △찾아가는 한국어 및 부모교육 △자녀생활서비스 단계별 한국어 교육 운영 △결혼 이민자 맞춤형 취업 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 강사 양성 및 교육기관 파견 △다문화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축제, 캠페인 문화 체험 등이 주를 이룬다.

최근 들어 공동체 구성원으로 기존 문화에 적응해 생활하는 차원을 넘어 상호 문화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용인시가족지원센터는 다음달 다가족 다문화축제 위아 패밀리라는 주제로 13~14일 양일간 축제를 연다. 축제 내용을 보면 △아시아 및 유럽 등 세계놀이 및 전통의상 체험 △다양한 가족&문화체험 △인형극, 세계전통 문화공연 등이다. 축제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 출신 시민은 용인 생활과 문화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며, 출신국 문화와 관련해서는 공유는 고사하고 소통하는 것마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문화 보급자 아닌 한국문화 부적응자= 한국에 온 지 4년째를 맞은 베트남 출신 팜모(32) 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에 와 줄곧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안산에서 2년여 생활하다 용인으로 온 지는 1년 정도란다.

용인에 거주하는 지인 소개로 처인구에 있는 공장에서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는 팜 씨 이름을 제대로 아는 한국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란다.

동료들은 물론 생활 공간에서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란다. 그나마 한국식으로 가명을 만들어야 공동체 일원으로 공통 부문이 생긴단다.

팜 씨가 일하는 공장에는 한국 국적을 딴 베트남 출신 노동자도 2명이 있다. 한국 생활이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발음은 통상적인 것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의사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단다. 특히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한국문화에 부적응자라는 것이다.

2020년 진행된 한국 문화 체험 행사 모습
2020년 진행된 한국 문화 체험 행사 모습

◇12살 아이가 바라본 10년 뒤 우리는= 황캐(가명)는 베트남 부모 밑에서 자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다. 현재 기흥구 한 초등학교에 20명 남짓 반 친구와 생활하는 아이가 용인에 이사 온 것은 2년 전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 사용에는 어려움이 없다. 외모도 눈에 띌 만큼 이국적이지 않다. 학교 생활뿐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또래 아이들과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부모가 참석해야 하는 학교 행사는 여전히 쉽지 않다. 다문화 체험 행사와 관련해 베트남 문화를 소개하는 학교 수업 시간에 황캐는 낙담한 때도 있었다.

반 친구들이 베트남에 대해 당연히 물어왔기 때문이란다.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지만 왜, 그런 질문을 해왔는지도 이해하기 힘들었단다. 정체성에 혼란이 온 것이다.

“반 친구들이 제가 베트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솔직히 한국에 대해서 아는 그것만큼 베트남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베트남 말도 하지 못하고요”

황캐는 친한 반 친구 두 명과 학원까지 함께 다닌다. 귀가 시간인 저녁 6시 전까지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에 친구 집에도 수시로 다닌다. 어떨 때는 친구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도 있다는 황캐는 간혹 듣는 질문이 있다. “한국 생활 힘들지 않냐”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친구만큼 한국에서 살았어요. 근데 어른들께서는 부모님이 외국 분이면 저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나마 생긴 것이 크게 다르지 않아 심하지는 않은데 간혹 그렇게 물어보세요”

황캐 장래 희망은 운동선수다. 또래보다 키는 작지만 날쌔다는 것이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곧 있을 가을 체육대회에서도 반을 대표해 달리기 대회에 나선단다.

하지만 걱정이 많다. 점점 친구들과 신체 차가 나기 때문이다. 부모님 신장을 감안하면 지극히 정상이지만 황캐가 걱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친구들 부모님과 비교하면 엄마 아빠 키가 작아요. 괜히 저도 키가 더 안 크면 어떻게 하냐 걱정이 되긴 해요.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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