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회장 “진심으로 사과, 자숙의 시간 가질 것”
직원들 “사퇴 요구 변함없어, 준법투쟁도 고려”

지난달 27일 용인시체육회 직원 20여 명이 오광환 회장의 상습 폭언에 대한 폭로와 함께 사퇴를 요구한 지 3일 뒤 오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직원들은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데 뜻을 모았다.

오광환 용인시체육회장이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사과를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오광환 회장의 취임 당시 모습/ 사진제공 용인시
오광환 용인시체육회장이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사과를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오광환 회장의 취임 당시 모습/ 사진제공 용인시

◇고개 숙인 오 회장, 직원들 “사과 받아들일 수 없다”= 오광환 회장은 지난달 30일 체육회 회의실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 회장은 사과문에서 “폭력적인 폭언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시민과 종목단체, 직원과 가족, 체육인에게 사죄한다”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오 회장의 임기는 2027년이다. 사과문을 통해 자숙하겠다는 오 회장의 말은 사실상 자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과문 발표 과정에서 오 회장이 체육회 규정에 맞지 않는 대안을 발표해 직원들이 내용을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오 회장은 “자숙의 시간 동안 종목단체장에게 업무를 위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규정상 종목단체장은 체육회장 권한대행을 할 수 없다. 이에 사과문을 듣던 직원들이 해당 내용을 바로잡으며 잘못된 내용을 지적했다.

오광환 회장과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체육회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일 협력관을 파견해 직원들이 주장한 욕설 파문 관련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경기도체육회 이원성 회장은 용인시체육회에서 발생한 임직원 간 문제를 두고 31개 시·군 체육회장과 사무국장에게 서한문을 보냈다.

이 회장은 서한문에서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최우선 순위로 존중하며 솔선수범의 마음으로 봉사한다 △항상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생·협력하는 체육문화 조성 앞장선다 △갑질 근절·직장 내 괴롭힘 금지 예방 활동 적극 참여와 신고자·피해자 보호에 앞장설 것 등 3가지 결의를 발표하며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

◇준법투쟁 고려하는 직원들, 종목단체협도 회장 사퇴 압박= 오 회장의 사과와 별개로 직원들은 출근 전 오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시청 앞에서 벌이는 준법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현수막 게시, 직원들의 탄원서와 함께 대한체육회장 면담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체육회 직원일동이 기흥구 기흥역사거리에 오광환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용인시체육회 직원일동이 기흥구 기흥역사거리에 오광환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시민들과 체육동호인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업무 중에 시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말을 이용하거나 출근 전 모여서 시위를 하고 출근 시간에 맞춰 현업에 복귀해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원들과 오 회장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종목단체협의회에서도 오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오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다.

종목단체협의회는 오 회장의 사퇴로 뜻을 모았다. 받아들이지 않을 땐 내부 규정상 종목단체장과 읍면동 체육회장으로 구성된 대의원 총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논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회장 공석 상황에 놓일 경우, 선거 이전까지 부회장이 직무대행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부회장 중에서도 선임자가 없을 땐 연장자가 직무대행을 하며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업무를 맡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행’으로 회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과 종목단체들의 반발이 커 조기 대의원 총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오광환 회장의 입장을 듣고자 오 회장을 포함해 주변 측근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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