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귀 담아 들리는 소리-3 고층 아파트 즐비한 용인 '층간 소음'

아파트를 비롯해 공동주택에 생활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미안함 마음과 불편한 심기를 느꼈을 것이다. 층간 소음 문제 때문이다. 위층에서 나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에 불편함을, 아래층에 거주하는 이웃에게는 생활소음이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도 있다.

용인시민 열 명중 8명 가량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30~40cm 두께 벽으로 층수를 구분해 각각 생활공간을 꾸리고 살고 있다. 이제는 비상구 정도로 사용되는 계단을 곁에 두고 승강기로 집안까지 들어오는데 만나는 이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경도다 빈번하다. 하물며 윗집과 아랫집의 소통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숙제다. 서로를 알지 못하며 한해 두해를 보내다 보면 궁금함을 느낄 법도 한데, 굳이 먼저 찾아가 인사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질 않는다.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은 어쩜 당연하다. 어떤 일을 하며, 가족 구성원 역시 쉽게 알지 못한다. 그 가족의 특수성을 알지 못하니 무관심이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무관심이 관심을 넘어 집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일이 생겼을 때다. 그 중 사회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것이 바로 층간 소음이다.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은 용인시. 그만큼 곳곳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입주민간 갈등이 많다.(자료사진)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은 용인시. 그만큼 곳곳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입주민간 갈등이 많다.(자료사진)

◇배려 없이 생산한 소음 갈등만= 용인에서도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수지구. 성복동에 거주하는 신미진(49)씨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 거주하다 최근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20년 넘도록 살았던 서울을 떠나 용인에 정착한 이유는 불편함 때문이다.

신미진씨는 “아파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인데, 한 5년 가량 층간 소음 때문에 상당히 불편을 겪었다. 이해는 하지만 일상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 참기 힘들었다”라며 “용인에서 단독주택에 살 수 있어 마음은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주변에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이웃과 아직은 인사를 못했지만 조만간 한번 모임을 마련할까도 고민하고 있단다. 그만큼 서울 아파트에 20년 이상 거부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없었던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용인에서도 층간소음 문제로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지가하락 등을 고려해 쉬쉬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층간소음에 대한 불편을 묻는 물음에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기흥구 상갈동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 소개로 만난 민상철(38‧가명)씨. 6층에 거주하는 이 가족은 2년째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겪고 있단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비실과 관리사무실을 수시로 찾는다는 민씨는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단다.

민씨는 “저녁 3~4시간 정도는 위에서 쿵쿵되는 소리에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다. 몇 번 찾아가서 이야기도 해보고,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실도 찾아가봤는데 솔직히 집 주인이 자제하는 것 외 방법이 없었다”라며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이웃 간에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동체 간 신뢰와 이해 절실= 층간 소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뉜다. 자신 일상만을 앞세워 공동체간에 배려 없는 행동이란 판단이 주를 이루지만 과도한 반응으로 이웃 간 ‘이해 없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기흥구 5층 빌라 3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38)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고 몇 번 아랫집이 이야기해 조심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다”라며 “아이들이 집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저녁 1~2시간이고 그중에 뛰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래도 소음이 난다고 하면 죄송한 일이지만 서운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 말에 따르면, 4년여간 거주하면서 지난해부터 소음 문제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 등으로 아랫집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들 두 주민이 만나 나누는 대화는 ‘층간 소음’이 거의 유일하단다. 대화가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더 상황이 깊어지기 전에 대화 목적을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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