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이른 홀로서기에 방황

지원센터 인력·시설 역부족에도 시·교육청은 소극적

민정(가명·20세)이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을 시작했다. 처음 1년은 은둔생활을 하며 집 밖에조차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가지 않고 쉬는 게 좋은 것도 잠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게 답답해졌고 집에 갇혀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친구들과 만나지 못해 외로움이 커졌다. 사춘기도 시작됐다. 부모님도 방황하는 나를 돕지는 못했다.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 합격 후 홀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하려니 앞이 캄캄했다. 2년 동안 좌절과 방황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다 검정고시 접수장에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소개하는 직원을 만났다. 시험 준비를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솔깃했다. 

지원센터를 알게 된 후 오랜 기간 학교에 가지 않아 낯을 가리게 된 민정이에게 상담과 동아리 활동, 발표회, 관심 분야 인턴십 등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다. 이른 나이 홀로서기로 방황했던 민정이에게 도움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민정이는 지금 모 대학의 유아특수교육과에 진학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희망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민정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인생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을 홀로 책임지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은 분명하다. 민정이는 지금도 그 때 지원센터를 알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한다. 그랬다면 대학은커녕 지금도 집 안에서 홀로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의 보호에서 벗어난 청소년 중 다른 교육 기관에 속하지 못한 경우 집 안에서 은둔생활을 하거나 밖으로 나오더라도 갈 곳이 없어 방황할 확률이 높아진다. 학교 밖 청소년 중 53.5%는 학교를 그만 둔 후 친구집, PC방, 모텔에서 거주하는 등 주거상태 불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2015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 이런 경우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거나 정서·신체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지역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학교 밖 청소년과 지원센터를 연계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다. 그동안 용인시에도 학교와 경찰, 지원센터의 정보망을 강화해 학교 밖 청소년 명단을 지원센터에 매달 전달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민정이처럼 학교 밖을 나온 아이들이 지원정책의 울타리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이렇게 지원센터에 정보가 연계된 청소년이 서비스를 받게 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데 있다. 

용인시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43명, 2월 58명, 3월 251명의 학교 밖 청소년 명단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았지만 서비스로 연계된 청소년은 3월 2명뿐이었다. 지난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총 533명의 명단을 받았지만 서비스로 연계된 청소년은 25명뿐이었다. 

우선 지원센터 인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청 연계 청소년 명단을 관리하는 직원은 지원센터 내에 한 명뿐이다. 해당 청소년에게 일일이 전화해 연결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은 연락두절로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한 명 한 명 찾아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역할이 지원센터에 해당 청소년 정보를 연계하는데 그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청소년을 지원센터로 보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하지만 ‘학교 밖을 벗어난 청소년은 더 이상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는 인식이 아직도 당국엔 만연해 있는 듯 했다. ‘관련 정보는 지원센터에 문의해보라’는 말은 취재 중 흔히 들을 수 있는 당국의 답변이었다. 

용인 내 지원센터가 처인구에 단 한 곳뿐인 것도 한 몫 한다. 수지구와 기흥구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 지원센터를 이용할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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