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국 곳곳에 노란 리본이 선한 바람을 타고 나부꼈다. 많은 이의 가슴에 흩날리던 리본이 한 데 모인 것은 ‘1000일’간 한으로 남아있는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지 1000일이 넘었다. 이 사고로 304명이 희생됐으며 그 중 9명은 지금껏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사고발생 직후 소스라치게 충격을 받았다. 한해가 지나고 다시 같은 시간만큼의 세월이 흘러도 침몰 원인을 두고 많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온 국민인 납득 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해명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국민이 받은 참사 충격은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정부의 ‘사태 수습’에 치 떨리는 분노로 바뀌었다. 규명하라는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인양하라는 선체는 수백개에 구멍만 뚫어 놓고 1년이 넘도록 만지작만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용인시민들도 참사 이후 지금껏 곳곳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용인 시민, 세월호와 함께 한 1000일의 기록

참사 발생 직후 용인 시민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16일 참사 이후 국가적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용인시를 비롯해 각 단체는 각종 행사를 취소하는 가하면, 4월 28일부터 5월 25일까지 3개 구청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처인구청 분향소에는 2476명, 기흥구청에는 3214명, 수지구청은 5810명 등 1만1500명이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5월 들어 용인시민들은 차분한 애도를 넘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관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2014년 5월 18일에 열린 행진에는 자녀를 둔 여성들이 대거 동참해 침묵행진을 이어가며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용인 시민들의 의지는 단발에 머물지 않았다.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용인촛불’ 등 단체를 중심으로 상시 촛불 문화제를 이어갔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수지구 죽전역을 비롯해 처인구 김량장동 우리은행 일대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리본을 나눠주는가하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현재까지 받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용인시민들의 모임이 만들어져 기흥구와 수지구 일대에 실명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실명 현수막에는 4.16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전하는 내용과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지를 담았다.

당시 시민들은 “사고가 발생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용인시민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참사 1년, 안전은 ‘뜨고’ 관공서서 세월호 ‘지고’ 

참사 발생 이후 1년 여동안 시민들의 추모 문화제는 이어졌다. 동백 호수공원에서는 수백명이 찾아 촛불바다를 만들었으며, 매주 어김없이 시민들은 정해진 장소를 찾아 추모 문화제를 이었다.

특히 세월호 직후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안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기도 해 시민들은 뒤늦은 대책이지만 반긴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사 발생 1년 뒤인 2015년 용인시의 모습은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침몰 직후 용인에서는 기흥구 등 3개 구청에 분향소가 설치, 운영된 것과 비교해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당시 단원고가 있는 안산시를 비롯해 수원시, 성남시, 부천시, 화성시 뿐 아니라 경기도청, 경기도교육청은 분향소를 설치 운영했다. 고양시도 세월호 1주기 추모음악회를 열었으며 시흥시는 시민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전 직원이 검정색 옷에 노란 리본을 달기도 했다.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한 지자체는 홈페이지에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달아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기도 했지만 용인시 홈페이지에는 노란리본을 찾을 수 없었다.  

용인시민들의 추모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세월호 삼보일배 유가족 부녀행진단’이 용인을 찾자 용인시민 100여명은 기흥구와 수지구 일대 15㎞에 이르는 길을 함께 하는가하면 참여자를 위해 식사 등 편의도 제공했다.

당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인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인 이호진씨는 “(이번 삼보일배에 참석해 주신 용인시민들은)지난해 4월 사고 발생 이후 늘 함께 해주신 분”이라며 “특별히 하고 싶든 말이 있기보다 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00일째인 8월 28일에도 용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로 구성된 ‘용인 0416 모임’ 20여명이 진상규명과 인양작업 촉구, 아직 수습되지 않은 9명의 희생자 등의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2주기 넘어 1000일 그리고 남은 숙제는

2016년. 다시 4월 16일이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주기를 맞아 늘 그렇듯 시민들은 모였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용인시민의 모임’ 회원들은 2016년 3월 27일 안산분향소 방문을 시작으로, 4월 10일에는 죽전포은아트홀에서 성남시민단체와 함께 ‘함께 손잡고 함께 행동하자’란 주제의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어 참사가 발생했던 날을 추념해 4월 16일에는 안산과 서울에서 열린 ‘참사 2주기 합동분향식 및 추모제’에 참여했으며, 죽전역 1번 출구 앞 광장에서는 세월호 피켓팅과 노란리본 나눔행사도 이어갔다. 전교조 용인지회도 학생을 대상으로 세월호 관련 공동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흥덕고를 비롯해 다수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마련한 추모회가 열렸다. 2014년에 이어 2016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돼,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안전한 용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했다.

참사 이후 세 번째 맞은 4월 16일을 앞둔 요즘. 세월호가 다시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세월호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이용자 자로의 ‘세월X’ 영상이 공개된 이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용인시민들은 지난 9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다시금 한자리에 모였다. 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9명의 귀환도 촉구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고 진상규명 촉구도 끊이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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