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마을 주민들 대책위 구성
지구 지정 계획 철회 투쟁 의지

1970년대 초 정부 시책이라는 이름으로 600여 년 전통을 지닌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농업용수를 가득 저장하고 있는 이동저수지 어딘가에 자리했던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어비울 마을이다.

정부는 처인구 이동읍 천리, 묵리, 덕성리, 시미리 일대 69만평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사진은 천리 일대 전경.
정부는 처인구 이동읍 천리, 묵리, 덕성리, 시미리 일대 69만평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사진은 천리 일대 전경.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20년대 이동읍 5개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이어 반도체 산업단지 배후도시 역할을 하게 될 ‘이동 공공주택지구’ 지정 계획 발표 때문이다.

2016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이동읍 덕성리 일대 용인1·2테크노밸리(옛 덕성1·2산업단지)를 포함하면 이번이 5번째이다. 저수지 개발로 수몰된 어비울 마을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10년 새 대단위 개발로 마을 공동체가 사라졌거나 해체 위기에 놓인 횟수만 벌써 4번째다.

이동읍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강력한 투쟁을 통해 지구 지정 계획을 저지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수용의 아픈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공공주택지구나 국가산업단지 개발로 주민들이 입을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집과 농토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지역공동체 해체는 물론,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개발이익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사업시행자인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땅을 헐값에 사들여 용도를 바꾼 뒤 건설사 등에 비싸게 팔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반면 농지 등 땅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주민들은 오를대로 오른 땅값 때문에 농사뿐 아니라 변변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없는 게 현실적이다.

이동읍 천리·묵리·덕성리·시미리 주민들은 지난 2일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구지정 저지 활동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지난 5일 용인시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대한 공람을 실시하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한 것”이라며 지구 지정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대책위 측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한 번 발표되면 정정하기 쉽지 않고, 수많은 사람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크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지구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정부는 수많은 정책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주민들은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라며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공권력을 동원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특히 수용할 목적물의 범위는 사업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라며 “택지지구에 원주민 삶의 터전을 모두 포함시킨 것은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평생 가꾸고 지켜온 토지와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헐값에 강제 수용당하고, 아무런 기반이나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는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관 위원장은 “강력한 투쟁을 통해 지구 지정을 저지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오직 개발계획 철회 요구가 주민들의 뜻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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