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예견된 침수, 왜 막지 못했나
“배수시설 미흡하다는 주민 지적에도 조치 없었어”
용인시, 허가 없이 사유지에 공공 우수관로 연결도

지난해 8월 8일 비가 내리면서 사업장(수지구 동천동 동천로 437번길8 지하 1층)에 침수 피해를 입은 이재만(51) 씨는 ‘예견된 침수’라고 진단했다.

배수시설이 미흡해 설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에도 용인시가 조치하지 않았으며, 개인 사유지 등에 허가를 받지 않고 공공 우수관로를 설치하는 등의 행위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8월 당시 침수피해로 흙과 물로 엉망이 된 이재만 씨의 사업장. 이재만 씨의 사업장은 침수 이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침수피해로 흙과 물로 엉망이 된 이재만 씨의 사업장. 이재만 씨의 사업장은 침수 이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침수피해 우려, 배수시설 요청했지만= 이 씨의 사업장 인근에 거주하는 A씨는 2012년 국민신문고를 통해 “비가 오면 집 앞 도로를 따라 물이 강물처럼 쏟아져 내린다”고 설명하며 배수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수지구청은 용인시에 하수도 설치를 검토 요청했다고 답변했으나 이후 2016년 A씨는 재차 침수를 우려하며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었다. 이로써 4년 동안 배수시설 관련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재만 씨에 따르면, 반복되는 민원에도 조치가 없자 지난해 초 동천동 통장 등을 비롯한 주민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춘숙 의원실을 찾아 배수시설 미흡을 설명하며 우수관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현장을 방문해 살펴본 뒤, 관련 예산 4천여만 원 지원을 확정했으나 주민 2명의 동의가 없어 토지 사용 승낙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청이 받아들이지 않아 사업이 무산됐다고 한다.

그러나 2명의 주민이 반대하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지 못했음에도 공교롭게 올해는 공사가 진행돼 현재는 우수관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당시 공사가 진행됐다면 사업장이 침수 피해를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행정기관의 민원 처리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유지에 무단 설치된 공공 우수관로?= 2020년 A씨는 집 앞 도로로 흘러드는 우수 및 자택 위쪽의 전원주택단지 모든 우수가 자택 관을 통해 배출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공 우수관로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 개인 주택 오수관이 파열되면서 지반 침하(원)가 일어난 모습. 
공공 우수관로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 개인 주택 오수관이 파열되면서 지반 침하(원)가 일어난 모습.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우수관로 정비와 함께 자택 관에 연결된 공공 우수관로 철거를 요구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관이 수용 가능한 양을 넘어서면서 2022년 6월 A씨 자택 오수관이 파열되고 땅이 드러나는 지반 침하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인근에 건립된 전원주택단지 내 27가구 중 절반 이상이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주변 우수로 과부하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피해 사실을 밝히며 “현장에 나와보지 않고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으면 처리해주겠다는 무성의한 처리”를 지적하고 7월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시 사유지를 통과하는 우수관로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자 A씨는 같은 달 27일 우수관로를 막은 사실을 구청에 알렸고, 이날 수지구 관계자는 현장을 나와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A씨는 자택 관에 공공 우수관로 연결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허락을 요구하는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용인시는 하수도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수도법 제29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르면, ‘배수설비 설치 또는 사용 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토지의 소유자나 이해관계인과 미리 협의해야 하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서는 상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수지구청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A씨의 사유지에 허락받지 않고 공공 우수관로를 연결했다는 것은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확답을 주지 못했다.

이재만 씨는 “물 사용량 등을 확인하고 배수시설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가구들이 들어서면서 배수시설이 더욱 미흡해졌다”며 “우수관로가 끊어져 지하로 흘러야하는 물이 비가 오지 않아도 위로 역류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그 결과 침수피해를 입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시의 허가받지 않은 사유지 공공 우수관로 연결은 이재만 씨의 사업장 인근에서 또 발견됐다.

◇시 공공 우수관로, 경수고속도로 배수로에= 2018년 6월 이재만 씨의 사업장 근처 B씨의 사유지에서 터파기를 진행하던 중 ‘공공 우수관로’가 발견돼 옮겨야 했다.

용인시가 경수고속도로 배수로에 무단으로 연결한 우수관 2개(원).
용인시가 경수고속도로 배수로에 무단으로 연결한 우수관 2개(원).

시는 이 우수관로를 동천로435번길 용수고속도로 용인방향 상부 방음벽 인근 산마루측구에 연결된 배수로에 연결했다.

산마루측구에 설치된 배수로는 높이 60cm, 상부 폭 86cm로 고속도로 표준에 따라 설치된 것이다. 용인시가 설치한 배수관 2개에서 유입되는 우수·오수를 감안해 설치된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공공 우수관로가 연결되자 다량의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7월 다량의 물이 산마루측구를 타고 흘러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수고속도로 관계자가 전구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배수관이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만 씨가 제공한 공문을 보면 경수고속도로 측은 “건설기간 및 운영기간 동안 이 배수관을 설치한 사실이 없으며, 그동안 제3자로부터 이 배수관 설치와 관련해 그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사실이면 도로법 61조를 위반한 사항이다.

용인시 하수도사업소 관로관리2팀 관계자는 “용인시가 고속도로와 별도 협의 없이 이설 공사를 한 게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이에 경수고속도로 측은 “용인시 하수도사업소로부터 협의나 허가 없이 배수관이 설치된 사실에 대한 답변을 회신받았으며 관련법(도로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수고속도로 관계자는 이재만 씨에게 공문을 통해 침수 피해 핵심 원인으로 △제3자가 허가 없이 기존 도로 배수시설 임의 변경 △기존 전원주택단지 내 우수처리를 위한 각종 배수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미이행 등을 꼽았다.

결국 배수시설이 미흡하다는 주민의 민원을 다각도로 살펴보지 않고, 불법으로 공공 우수관로를 관리하게 된 용인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씨는 “마을 상황에 대해서는 그곳에 사는 주민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용인시는 배수시설이 미흡하다는 주민의 지적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질렀다”라면서 “결국 주민 염려대로 장마 때 물이 안 빠져서 사업장이 엉망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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