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에서 자연과 시선 맞추기-(끝)

싣는 순서
1.도심 곳곳 아파트 숲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2.거미줄처럼 쳐진 전선 '창문 열면 보이는 풍경'
3.밤하늘 밝힌 간판  '어둠이 만든 풍경을 지우다'
4.푸른 산 곰팡이처럼 자리한 난개발 흔적

풍경은 이동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하면서 보는 것과 걸으며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는 절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산보길에는 훤히 보인다. 이는 곧 공간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통한다.

하지만 용인에서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몇 있다. 도심 풍경 중심에 서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고층 빌딩이 그렇다. 시선을 조금 더 멀리해 산속을 내다봐도 한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예전에는 송전탑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철탑이 주였다면 이제는 산 속까지 파고든 건물에 이 풍경마저 덮혀 버렸다.

용인시 기흥구 지곡동 산림지에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자료사진)
용인시 기흥구 지곡동 산림지에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자료사진)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송전탑에 앞서 보이는 아파트와 주택들. 표현이 요상하긴 하지만 멀리서 보면 분명 푸른 산 속에 엉뚱하게 핀 괴생명체 같다. 이를 흔히 난개발 후유증이라고 말한다.

멀리서 선명하게 보이는 산 풍경

용인시는 행정 면적이 넓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하지만 번화가는 면적이 넓은 처인구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이 아니라 인근 대도시와 근접한 수지구와 기흥구를 주 무대로 했다.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정해져 있는데 개발요구는 이어지고, 결국 산림에까지 파고 들어갔다. 이후 난개발이라는 지적과, 그로 인한 불편을 겪는 시민 민원이 쌓여 ‘난개발 최소화’란 사회적 약속이 생기게 했다. 그런 사회적 약속도 오래 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처인구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어진다. 용인 면적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처인구지만 산림을 그대로 둔 개발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일까. 수지구나 기흥구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 있는 식당이나 창고용 건물,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에 전원마을까지 들어섰다. 뿐만 아니라 전국 최다 수준으로 밀집해 있는 골프장도 먼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보인다.

산 능선을 따라 시선을 이어가면 으레 눈길을 막는 것 역시 도로에서 가까운 마을 건물이 아니다. 한눈에 보기에는 막연하게 느껴질 만큼 거리가 있는 산 한 부분에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진 건물들이다. 어떤 건물은 용도를 정확히 알기 힘들지만 대부분 전원주택이나 창고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산 속을 들어가면 사라지는 신기루

민선 8기 용인특례시가 난개발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은 2020 기흥구 상하동 개발현장 모습 /사진 우상표
민선 8기 용인특례시가 난개발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은 2020 기흥구 상하동 개발현장 모습 /사진 우상표

산림 속 건물은 비단 처인구만 밀집된 것은 아니다. 기흥구나 수지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주변에 건물이 이미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가까이서 보면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변 건물이 먼 거리를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시선을 피하고 싶은 산림 훼손 풍경을 보기 위해 먼발치 떨어져야 했다. 그것을 보지 않으려면 결국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에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펠탑 건설 초기, 누군가는 흉측한 철골조 건물을 보지 않게 위해 피한 곳이 에펠탑 내부라고 했던가.

더 이상 용인에서 푸른 산만을 한눈에 보기 위한 공간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게 된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기대마저 쉽게 깨진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캠핑장이나, 각종 펜션에 전원주택까지 이쯤이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찾은 곳은 으레 각종 시설들이 갖춰있다.

주변에 전선이나 통신선 같은 것이 보이면 먼저 찾은 누군가의 발길이 손길이 산림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용인시 도시 팽창은 진행형이다. 도시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형체가 아니다. 그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유형의 공간이다.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오감 역시 공존한다. 4회에 걸쳐 용인에서 자연과 시선 맞추기를 살펴봤다. 다음에는 ‘청각’을 주제로 용인에서 귀담아 듣기에 대한 현실을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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