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자연과 시선 맞추기-(3)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있다.

반딧불이와 눈에 반사된 빛으로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할 때 흔히 사용한다. 고서에 나온 이 말에 숨겨진 현상은 어둠이다. 어둠이 찾아오면 주위 모든 것은 보이지 않고,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는 것조차 큰 어려움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도심 밤 풍경. 어둠을 가리는 밝은 조명
도심 밤 풍경. 어둠을 가리는 밝은 조명

그만큼 어둠은 우리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현상임에 틀림없었다. 최소한 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 전기 공급이 일상화되기 전까지는. 하지만 어둠이 단지 불편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은 어둠과 적절히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었고, 인간은 적응하고 순응하며 일상을 살았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밤 풍경은 너무 달라졌다. 더 이상 칠흑 같은 어둠은 깊은 산속이 아닌 이상 접하기 어렵게 됐다. 먼발치에는 별빛처럼 가로등이 비추고, 가까이에는 강렬한 네온 조명이 눈부실 정도로 내리 쬔다. 그 빛에 어둠은 사라지고, 별 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도심 상가 밀집지역은 말 그대로 불야성이다. 길거리를 비추고 있는 가로등과 하늘을 비추고 있는 간판 불빛은 도시 전체를 밝히고 있다. 길에서 앞을 보면 낮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충분히 일상에서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을 만큼 시야가 확보된다.

19일 저녁 7시경 신갈 오거리. 낮 시간이 길어진 만큼 완연한 어둠이 내리지 않은 거리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를 두고 오간다. 간판 불빛은 이미 환하게 밝혀졌다. 8시를 넘기자 완연한 밤이다. 적어도 도심이라는 공간을 제외한 자연 대부분은 어두워졌다. 유일하게 인간이 밀집해 생활하는 도심지만 인간이 만든 인공적 빛에 ‘밝은 섬’이 됐다.

외부는 가로등과 간판 불빛 여기에 오가는 차량에서 나오는 불빛까지 더해져 오히려 어두운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내부는 오히려 낮 시간보다 더 밝다. 자연 빛에 의지해 잠시 꺼두었던 방안 불빛 대부분은 누군가에 의해 켜졌다.

어둠을 배경으로 동물 형상으로 이어진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나 볼 수 있다. 누군가 달을 가리켜 보지만 환한 불빛에 주변 사람들은 그의 손만 쳐다볼 뿐이다.

주택가와 상가가 교묘하게 혼선된 공간은 기형적인 밤 풍경이 더 확연하다. 한 밤이지만 불빛을 피해 완연한 어둠을 찾기 어렵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네온 빛을 막기 위해 커튼을 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야행성으로 살아가겠다 작정이라도 한 듯 불빛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고, 사람들은 어둠이나 밤을 밝히는 아주 작은 곤충의 빛, 아니 그 밝은 별이나 달빛마저 제대로 찾지 못한다.

과거, 어둠이 두려워 밝음을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밝음을 피해 어둠 속으로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요즘 한창 유행인 캠핑도 그런 여유를 찾는 사람이 즐기는 여유 중 하나다.

처인구 원삼면에 자리한 한 캠핑장에서 만난 김승수(49)씨는 “아이들에게 밤하늘 별도 보여주고, 조용히 산책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캠핑을 자주 온다”라며 “도시의 밤은 누군가에게는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불편한 시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빛을 피해 두툼하게 내려앉은 어둠 속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주변에 인공적인 불이 대부분 다 꺼지면 손에는 강력한 불빛을 내는 스마트폰이 눈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우리 스스로 인간 반딧불이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될 요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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