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시민신문-용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공동기획6

“선생님, 선생님, 개망초 이름하고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 친구에게 알려줬어요.” 하고 도서관에 오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신나서 말했다. 아이들과 동네를 산책하면서 꽃과 곤충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길가에서 자주 본다고 했다. 그동안 몰랐는데 이름을 알게 되니 많이 신나 있단다. 이 아이는 더불어 살아갈 새로운 이웃을 알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풍요로움을 얻었지만, 인간의 맹목적인 개발은 생태계를 마구 파괴했다. 생태계 파괴는 다시 부메랑처럼 인간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현상이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은 분절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의존적인 관계이며,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부임을 자각해야 한다.

아름다운 지구는 그저 지식이 아닌 실천이 동반돼야 지킬 수 있다. 환경문제를 두려움과 불안감을 자극하는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연과 자주 만나면서 친근하게 느끼고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곳이 현재의 삶만이 아닌 미래세대가 살아갈 터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생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생태 감수성은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을 일상에서 겪는 생태체험은 자연과의 공존을 경험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의식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한다.

우리 마을에는 경안천이 흐르고 있다. 경안천변은 학교나 다른 어딘가를 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운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잠시 만나 서로 근황을 묻기도 하는 곳이다. 이용 시간과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이곳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식물, 곤충, 새들을 마을 사람들과 같이 관찰하고, 사진도 찍고 대화를 나누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와 이야기를 담아 작은 책자를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경안천 변에서 알레르기와 비염을 발생시키는 단풍잎돼지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경안천 변에서 알레르기와 비염을 발생시키는 단풍잎돼지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주 다니던 길인데도 그냥 지나쳤던 작은 꽃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새들의 몸짓을 관찰하고, 평소 싫어했던 곤충들의 표정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나를 둘러싼 또 다른 생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든 생명체가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과 자주 인사를 나누며 어느새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이웃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공존해야 함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이제 경안천은 내게 사람과 사람을, 자연과 사람을, 나와 이웃을 연결해 주는 친근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깨끗한 마을, 안전한 마을에 살 권리를 위해 인체 유해식물 1호로 지정된, 사람에게 알레르기와 비염을 발생시키는 ‘단풍잎돼지풀’ 제거 작업도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지나가면서 호기심 가득 묻는 이웃들과 ‘단풍잎돼지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기도 했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고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진하게 느낀다. 모두 지구별 시민임을 깊이 자각하게 된다. 같이 책을 읽으며 학습하면서 공장도 없고 도로에 차도 별로 없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을 위험에 빠진 이름도 생소한 ‘키리바시’라는 나라를 알게 됐다.

나의 작은 행동이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다른 이웃–지구 반대편에 사는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나라의 위기가 결국 우리 위기임을 느끼고 깨끗한 지구별을 위해 지구인 모두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만 외치지 않고 일상의 생활에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해야 함을 자각한다.

김영욱 관장
김영욱 관장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자연과 이웃과 서로 연대해 나가야 한다. 생태적인 삶은 의미 있는 실천인 프락시스(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루 프레이리는 이론과 실천의 이분법으로 분리하지 말고 이론적 실천, 즉 의미를 알고 실천하는 상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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