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나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 한 걸음 먼저 다가서는 것, ‘우리’가 되는 시간입니다.

출산과 육아의 시간은 아이와 엄마에게 의미 있는 축복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키워놓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경력이 단절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기간 동안 직업적 경력은 단절되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 마을에서 만나고 도전했던 다양한 경험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용인에서 시민기자단, 시민 모니터링단, 아트러너, 마을활동 강사로 활동하면서 우리 마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안에서 성장했던 시간이었다. 개인의 성장을 넘어 육아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더욱 끈끈한 정을 나누는 ‘이웃’과 ‘우리’를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모이는 곳에 엄마들이 함께 모이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동네 작은도서관이다. 그곳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육아정보도 나누고, 아이들과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장소다. 자연스레 도서관에 자주 모이는 엄마들이 도서관 책 정리부터 소소한 것들을 챙기는 일을 하는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봉사자도 많아지고 조용했던 도서관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북적거리고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되었다.

책놀이 방법을 연구하고 활동하는 마을 동아리 활동 모습
책놀이 방법을 연구하고 활동하는 마을 동아리 활동 모습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임공간이 생겨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도서관을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 “아이들이 책과 더 친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등을 고민하다 보니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로 이어졌다. 출산 전 엄마들의 사회경력과 각자가 도울 수 있는 작은 재능이 모이니, 도서관 영화 상영, 요리의 날, 뜨개질 모임, 외국어 공부모임 등 엄마들의 재능으로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재능기부 활동은 혼자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수업을 준비하면 어떤 엄마는 수업이 잘 진행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고, 어떤 엄마는 간식을 준비한다. 또 어떤 엄마는 수업을 위해 아이들을 모집하는 등 개인의 작은 재능으로 한 걸음 다가가니, 함께 참여하는 이들도 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공동체 동아리 모임들이 점점 활성화되어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모든 공동체와 동아리 모임들을 할 수 없어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가야 했다. 그동안 활발하던 작은 도서관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백신패스와 코로나 방역으로 소모임 활동은 전면 중단된 상태. 그동안 닫혀 있던 공백기간 동안 우리의 열정과 마음이 더욱 굳게 닫히는 게 아쉬웠다.

허진(마을활동가, 마을강사)
허진(마을활동가, 마을강사)

그러던 중 마을공동체의 동네 공부모임이라는 지원사업을 통해 아이들과 즐거운 책놀이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철저한 방역과 최소의 인원이 모여 책과 관련된 책 놀이 방법을 연구해보고 연구한 책 놀이 활동을 각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고 피드백을 나누며 다시금 동아리 모임이 들썩들썩. 코로나19로 직접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지만 단체 채팅방에 한 주 한 주 우리들이 연구했던 책 놀이 방법으로 즐기는 즐거운 모습이 전송되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참 보람된 시간이었다.

혹시 나의 직업적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동안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마을동아리나 공동체 모임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너’와 ‘나’의 만남이 ‘우리’가 되는 시간을 꼭 한 번 만나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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