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 용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공동기획
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 로컬의 시대, 자율의 시대입니다. 2022년을 열며 용인시민신문과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용인시민이 ‘다들’ 참여하는 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기획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기본적인 삶터인 마을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민문화, 로컬문화, 자율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자발적인 행동과 자기주도적 삶만이 각자의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삶의 질 향상을 보장할 수 있기에 이 기획을 통해 용인에서 건강한 공동체 문화가 확산돼 가기를 기대합니다. 주제를 바꿔 매달 한 차례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제언을 싣고, 현장 인터뷰 기록, 사례와 스토리, 문화 확산을 위한 유익한 정보 공유, 함께 만들어갈 문화에 대한 상상 등으로 다채롭게 엮어가고자 합니다.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물질이 넘쳐난다. 소비가 넘쳐난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고 기술이 넘쳐난다. 풍요가 넘치고 상대적 빈곤이 넘쳐난다. 넘치는 쪽만 향해 가다가 이제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 쓰레기가 넘치고, 미세먼지가 넘치고, 바이러스가 넘쳐나는 풍요의 벼랑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서로 서로 복을 빌어준다. 행운을 빌어준다기보다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리라. 행복은 행운이 아니다. 행운처럼 한두 번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우리는 과연 어떨 때 행복한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누구라도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의 조건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할 수 없고, 원하는 것을 다 가졌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우리는 늘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결코 클 수 없다. 행복의 크기는 작고, 행복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고 끝나며 그런 작은 행복의 순간순간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할 뿐이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먹고 마시고 보고 즐기며 행복해한다. 옷이든 가방이든 차든 집이든 직장이든 가지고 싶었던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 한동안 행복해한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뭔가를 성취하고, 애쓴 보람을 느끼며 행복해한다. 작은 행복의 연결이 곧 행복한 삶인 셈이다.

행복의 조건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각자의 행복은 절대적이다. 나의 절대적인 행복을 찾아보자. 많은 부분 행복을 해치는 요인은 상대적 비교와 경쟁, 욕심, 불신, 무관심, 몰이해 등이다. 그런 요인들은 경쟁적, 위계적 사회구조와 이기심, 돈이 우선이 되는 물질주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어찌 되었든 누구에게나 공통된 행복의 조건이 있다면, 자신답게 살며 스스로를 인정하고 또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현 사회구조에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게 방법이다. 멀리 헤매지 말고 가까이에 있는 파랑새를 발견하고 만나는 것이다.

마을동아리가 그 파랑새일 수 있다. 재능 많은 사람들, 관심이 같은 사람들, 같은 걸 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생각보다 정말 많다. 경쟁관계가 아니고 순수한 선의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고 누릴 수 있는 행복은 파랑새를 만났을 때의 신기함과 경이로움에 비할 수 있을 정도의 순도를 가질 수 있다.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도 여럿이 함께 합창을 하며 만들어내는 화음과 힘을 경험해본다면, 혼자서는 밋밋하지만 여러 악기가 함께 리듬과 박자를 맞추는 황홀을 느껴본다면, 혼자서는 엄두를 낼 수 없거나 바로 포기할 일들을 함께 하는 옆 사람들이 있어 끝까지 완성하는 환희와 뿌듯함을 체험한다면, 혼자서는 터득할 수 없는 깨달음과 지혜를 여럿이 함께함으로써 절로 얻게 된다면,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멀리 가지도 않고, 수시로 함께 할 수 있는 마을동아리에서 그런 경험을 모으고 쌓아갈 수 있다면, 그 유익함을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처인구 이동읍 송전리 전경 /사진 함승태 기자
처인구 이동읍 송전리 전경 /사진 함승태 기자

이미 주변에 그런 마을동아리들이 있다. 하지만 없으면 둘이든 셋이든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뭐든 할 수 있다. 노래, 그림, 합창, 밴드, 독서, 요리, 바느질, 등산, 글쓰기, 사진 찍기, 영화보기, 춤추기, 수공예, 수납정리, 운동, 꽃가꾸기, 텃밭, 봉사 등등. 하나라도 안 하면, 못 하면 손해일 것 같다.

함께 하는 재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가장 큰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혼자서는 채워갈 수 없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내 부족이 그 안에서 채워지고 모두의 부족도 각자의 역할로 채워진다. 동아리 활동에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배움과 성장과 보람이 있다. 그 무엇보다 관계의 든든함, 게다가 애정과 열정의 전염까지 있다. 삶의 풍요, 삶의 질 향상이 그냥 따라온다.

마을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저렇게 모여 동아리 활동 하나쯤 하는 마을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척보다 동아리 벗이 더 가깝고 좋은 동료가 되어 서로 기대어 살아갈 수 있다. 가정이나 일터를 벗어난 나만의, 제3의 인생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내 삶이 건강한 에너지를 품게 되면 물질보다 정신이, 소비보다 생산이, 정보와 지식보다 활동과 나눔이, 기술보다 영혼이, 상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풍요가 넘치는 나다운 삶을 살게 돼 파랑새와 함께 날 수 있지 않을까. 팍팍한 사회가 파랑새(마을동아리)들이 나는 마을문화의 숲이 되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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