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 53.0cm×45.5cm, Water color on paper

코로나로 인해 많은 화가들을 되짚어 공부하고 있다. 반도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훌륭한 화가들이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의 첫 번째 연인이자, 영원한 스승이며, 멘토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고흐. 인생의 근원적인 고뇌를 많이 표현하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농부들의 생활과 거친 터치로 생명력 있는 꽃그림을 그려내어 더욱 좋아한다. 해바라기, 아몬드꽃, 붓꽃(아이리스) 등등. 그의 꽃 그림들은 춤추고 노래한다. 아름답고 숭고한 사람과 잘 익은 옥수수, 황금들판 해바라기 등 희망을 상징하는 색을 많이 썼던 고흐가 유년시절 내겐 신적인 존재로 느껴져 그림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요즘도 그림을 그리는 중간중간 그에 관한 책을 본다. 다른 화가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추억과 현실을 곁들인 꽃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한 화가로 살아가고 있다. 푸른 하늘에 뜬 한조각 구름처럼 외롭고 피말리는 인생길을 걸었던 고흐를 생각하면서 작품은 고흐처럼 그리되 인생은 내식대로 행복하게 살자는 나름대로 굳은 약속을 해본다. 이번 호를 끝으로 ‘향기가 있는 그림’ 연재를 마친다. 좀 더 자유로운 그림세계와 꽃을 그리는데 몰두하기 위해. 가만히 꽃을 관조하고 화폭 위에 녹여내기 위해. 그리고 그 어느날 더 농익은 작품과 향기로 다시 만나기 위해.


※이번 호를 끝으로 김영란의 ‘향기가 있는 그림’ 연재를 마칩니다. 1년여 동안 아름다운 그림과 글을 보내주신 김영란 님과 ‘향기가 있는 그림’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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