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하다 43.0cm×33.4cm, Water color on paper

중간중간 밥 먹고 커피 마신 것 빼면 꼬박 10시간을 작업했다. 사색, 혹은 명상하다. 올해 내 그림의 테마는 ‘관조(contemplate)하다’이다. 관조(觀照)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본다는 뜻이기도 하고, 주의 깊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뜻하는 철학 용어이기도 하다.

3월 동경전시회와 인사동 전시회 그리고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그림이 있어 꼼짝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 짙은 밤의 시간을 붓으로 가르고 물들이다 보니 보는 그 누구도 눈 멀게 만드는 우리 전통 색감과 매혹의 꽃들이 감성의 불꽃을 지피게 한다. 잡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의 기억들, 푸른 창공, 소슬바람, 떨어지는 꽃들의 칸타빌레. 그래서 이 겨울은 차갑지 않다. 슬프지 않다. 관조할 수 있어서. 향기로 답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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