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련을 그립니다. 유년시절 작은 우리집 옆에 구중궁궐 같던 기와집이 있었고, 그 너른 뜨락에 우아하게 피어있던 함박꽃나무(산목련)를 그리는 것이지요. 그 기품있는 꽃은 나비와 햇살과 바람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내 기억의 조각 한편에 향기로 남아있습니다. 창문 밖 햇살의 유혹을 못 본 척하며 어제오늘 그림이라는 바다에 푹 잠겨 헤엄치며 산목련과 옅은 핑크의 풀협죽도와 구절초를 배치하고 기억 속 시간은 조각보로 표현합니다.

아~ 그 봄날 꽃과 늦은 여름날의 꽃, 그리고 늦가을 꽃이 조각보 위에서 만납니다. 파스텔톤의 조각보를 분할하고 채색합니다. 기억의 조각들을 조각보로 그려서 추억과 향기가 못 도망가게 꽁꽁 싸 놓았다가 마음 허전할 때 풀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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