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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위의 꽃정원
  • 김영란(용인미협 부지부장, 수수꽃다리 갤러리 대표)
  • 승인 2019.09.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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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복잡한 사람은 한여름에도 삭풍이 불고, 긍정적인 사람은 한겨울에도 새싹이 돋는다고 했던가. 외출에서 돌아와 정원을 살펴보니 무슨 벌레가 그랬는지, 불두화 잎을 온통 갉아 먹어 삭막한 가지만 남아있다. 작년엔 벌개미취를 초토화시키더니 올해에는 또 다른 꽃을 해하다니 괘씸한….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속상한 마음에 우산을 쓰고 뜨락을 서성이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명자와 아까시 떨기 작살나무 등이 잦은 비에 너무 무성하기에 전지해주고, 무작위로 퍼지는 금불초 인동 데이지 벌개미취 꽃범의꼬리 등은 많이 솎아냈다. 비가 내린 후라서 쏙쏙 더 잘 뽑히는 느낌이다. 아무리 꽃이라 해도 저만 살겠다고 퍼지는 꽃들은 중간중간 다 솎아냈다. 키가 큰 개미취와 노랗게 꽃불 지피기 시작한 돼지감자꽃은 서로 의지하라고 끈으로 묶어주고, 씨를 훑어낸 접시꽃은 베어냈다. 

끝없는 정원 일이지만 내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줄 꽃들이니 잘 가꾸자고 마음을 위로하며 손질해본다. 화폭 위에 푸르른 바탕칠을 하고 흰모란 수국 등을 배치해 그린다. 내 손에 닿았던 꽃의 감촉과 코끝에 스치던 향기를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고운꽃을 그린다.

김영란(용인미협 부지부장, 수수꽃다리 갤러리 대표)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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