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용인시 공세동에 건립을 추진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공문을 통해 회사의 피치 못할 사정이라고 밝혔다. 용인시는 업체가 밝힌 피치 못할 사정과 사업 예정부지 일대 주민 반발을 사실상 이음동의로 이해하고 있는듯 하다. 어렵게 말할 것 없이 네이버가 발길을 돌리는 가장 큰 원인은 주민들의 반발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주민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데이터 센터 건립을 반대해왔으니 ‘피치 못할 사정=주민 반발’은 성립하는 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생사는 수학공식처럼 단순하지 않다. 결론은 같아 보여도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수학은 결론만 맞추면 최소 0점은 피할 수 있지만 사람 간에는 과정을 알지 못하고 결론만 말하면 오히려 본전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고차원의 방정식인 셈이다.

주민들이 반발해 네이버가 발길을 돌렸다. 이 명제에서 우리가 참과 거짓을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네이버가 용인에서 사업을 중단했다는 것은 참이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보는 것은 거짓에 가깝다. 주민들의 반발에 묘안을 찾지 못한 용인시와 업체 모두에게 원인이 있다.

매주 발행되는 신문에 기자 이름을 달고 나가는 기사에 단골 단어라고 하면 개발일 게다. 그 중에서도 난개발이란 단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껏 본인 입을 통해 나온 자신의 이름보다 더 많을 것이다.

난개발과 관련된 현장을 가면 늘 주민들이 억울해 한다. 왜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냐는 것이다. 한 사람이 말해 듣지 않아 수십명이 모여 말해 봤지만 듣질 않는단다. 그래서 집회란 형식을 빌려 고성을 질러봤지만 목만 아팠단다. 결국 주민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은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거나 약간의 변동은 있을지 모르지만 네이버건처럼 중단되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사업을 두고 반대해온 주민들은 결과적으로 사업에 반대만 해온 사람들로 남는다. 합리적인 문제를 제기해도 사업이 진행되면 그냥 반대다.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다음 행정에 반영되지 않은 이상 말이다.

네이버가 공세동에 센터를 건립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낸 다음날 용인시 공무원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공식적인 취재 과정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뭐하지만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건 시민들이 무작정 반대를 해 대기업 사업을 유치하지 못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공무원 입장에서 할 수 ‘도’ 있는 말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 전에 공무원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 주민들은 어떤 입장이었나. “용인시와 네이버가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통 크게 이해해줬다” 주민의 솔직한 심정도 동일할까. 아닐게다. 어쩌면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통 크게 주민들의 반대 이유를 이해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해달라는 당부는 아니겠나.

이 같은 심정은 또 다른 주민의 말에서도 느껴진다. “공세동 센터 건립은 주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마무리 되지만 보라동 물류창고도 주민들 피해가 없도록 해결됐음 좋겠습니다” 기자를 대상으로 한 이 말을 정책 결정권자나 시행 주체용으로 번역한다면, “공세동 주민들의 반대로 네이버가 사업을 중단한 것을 안타까워한다면, 보라동 물류센터 사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도가 아니겠는가.

안다. 공무원 역시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을. 안다. 주민들 역시 공무원들이 업체가 아닌 시민들의 편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간혹 공무원도 주민들도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난제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두고 상대의 지적을 인정하며 차근차근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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