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water color on paper 72.7×60.6cm

발레리나의 토 슈즈같은 파란 가죽구두를 신고 나갔다. 비에 목욕을 한 꽃들 사이로 작은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 다닌다. 아 기분 좋아! 단비라는 게 이런 거구나! 갈증에 겨워 푸석푸석한 땅을 적셔 꽃의 뿌리로부터 환희의 색감을 밀어내게 하는, 바로 그런 거였구나! 수천 번 수만 번 빗방울을 뿌려주어 꽃을 미소짓게 해준 단비. 그 단비 머금은 꽃을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의 그림 제자께서 싹둑 잘라 수업시간에 가져오시어 내민다.

“선생님께서 꽃을 좋아하셔서 잘라왔어요”

비닐 봉투 안에 분홍 낮달맞이가 한가득 들어있다.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으나 나를 생각하고 잘라다 주셨으니 예쁘게 꽂아 조각보 위에 올려놓아 본다. 그 꽃에서는 수줍은 새색시 같은 향이 난다. 세련되고 익숙한 그런 향이 아니라 무언가 살짝 어설픈 향. 어릴 때 입안에 넣고 씹으면 설은 향기로 입안을 꽉 채우던 골담초꽃 같은 향. 아~ 모두에게 이 향기를 느끼게 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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