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기 아쉬운 봄이 막바지 절정이다. 다른 지역보다 다소 늦게 피어나는 나의 화실 뜨락은 푸른바다의 부서지는 포말처럼 하얗게 피어있는 이팝이 3층 지붕까지 닿아있다. 공조팝은 또 어떠한가! 꿈많은 신부의 드레스가 이토록 우아하며 찬란할 수 있을까? 말발도리가, 수레국화가, 독일붓꽃이, 그리고 각양각색의 작약이 마치 경주하듯 피어 화실 건물이 꽃에 휩싸여 있다.
제자들도 밖에서 빙빙돈다. 향기 맡고 꽃을 만지며 모양을 살피며 말한다. “해당화 향기도 그리고 싶어. 담아서 집에 가져갈 수 있음 좋겠다.” 장미과의 꽃들을 한데 모아 심어 만개한 꽃들이 내뿜는 향기는 개구리 울어대는 이 밤에도 코끝에 남아있다. 문명화의 물결은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있지만 아랑곳 없다. 침묵하는 꽃의 향기와 중년을 치닫거나 훌쩍 넘긴 제자들까지도 봄이라는 계절은 그들을 꽃으로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마술사 역할을 한다.
김영란(용인미협 부지부장, 수수꽃다리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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