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수 (27.3cmX22cm watercolor on paper)

보내기 아쉬운 봄이 막바지 절정이다. 다른 지역보다 다소 늦게 피어나는 나의 화실 뜨락은 푸른바다의 부서지는 포말처럼 하얗게 피어있는 이팝이 3층 지붕까지 닿아있다. 공조팝은 또 어떠한가! 꿈많은 신부의 드레스가 이토록 우아하며 찬란할 수 있을까? 말발도리가, 수레국화가, 독일붓꽃이, 그리고 각양각색의 작약이 마치 경주하듯 피어 화실 건물이 꽃에 휩싸여 있다.

제자들도 밖에서 빙빙돈다. 향기 맡고 꽃을 만지며 모양을 살피며 말한다. “해당화 향기도 그리고 싶어. 담아서 집에 가져갈 수 있음 좋겠다.” 장미과의 꽃들을 한데 모아 심어 만개한 꽃들이 내뿜는 향기는 개구리 울어대는 이 밤에도 코끝에 남아있다. 문명화의 물결은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있지만 아랑곳 없다. 침묵하는 꽃의 향기와 중년을 치닫거나 훌쩍 넘긴 제자들까지도 봄이라는 계절은 그들을 꽃으로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마술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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