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방문 일색, 형식적인 보고서 대부분

“정책 변화 이끌 내실 있는 해외연수돼야”

2015년 6월 8박10일 일정으로 미국 플러튼시를 방문했던 용인시의원 해외연수 보고서에 실린 사진.

최근 지방의회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용인시의회 역시 의원 해외연수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용인시의회 공무 국외연수 내역과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다.

용인시의회는 2014년 자매도시인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시 초청 방문을 비롯해 2018년까지 매년 2건에서 7건씩 총 18번의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연수에 쓰인 시 예산은 7건 연수가 있었던 2017년 651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16년 5332만9000원, 2015년 4144만6000원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총 3건으로 1776만5000원을 해외연수에 썼다.

해외연수는 선진지 견학, 해외도시와 상호 발전방안 협의, 우호관계 확립 등 목적을 제대로 이뤘을 경우 그 영향력과 효과 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시의회 해외연수가 관광지 방문 일색이거나 연수 이후 이렇다 할 변화나 정책 반영이 없었다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외유성 해외연수 눈살= 2015년 6월, 8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플러튼시 자매도시를 방문했던 해외연수는 의원 8명에 사무국 직원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 거리, 그랜드캐년, 씨월드 샌디에이고 등 현지 문화 체험이라는 목적으로 10여개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다. 보고서 상 연수 목적은 자매도시 방문을 통한 양 시간 우호관계, 동반자적 관계 정립이었지만 8박 10일 연수 시간 동안 자매도시 교류를 위해 쓰인 시간은 하루, 나머지는 대부분 관광에 쓰여졌다.

당시 이 해외연수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의원들이 플러튼 헐리우드 거리를 걷던 이 기간, 용인시민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으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메르스 여파로 지역에서 수십 명의 자택격리자가 발생한데다 일부 학교에서 휴업 및 단체 활동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시의원들이 ‘해외 여행’을 즐겼던 셈이다. 당시 한 의원은 할리우드에서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매년 초 경기도 시·군의회 간 의정 교류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해외 선진의회를 방문하는 ‘도 시군의회의장 남부권협의회 공무국외연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용인을 비롯해 수원, 화성, 안성, 평택, 오산시의회 의장 6명과 이들을 수행하는 직원 15명이 함께 갔던 지난해 4박 6일 공무국외연수는 호놀룰루시의회 방문 외에는 거의 관광지로 채워졌다. 보고서 내용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검색이 가능한 지식백과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보인다.

총 16페이지로 된 보고서는 연수 개요와 일정, 관광지 소개 외 연수 목적에 맞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총평에는 ‘하와이의 발전된 관광산업에 대해 현지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등 감상평이 주를 이뤄 여행기를 연상하게 했다. 의장 한 명당 2.5명 수준의 수행원이 따라갔다는 점도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형식적인 보고서 ‘엉망’= 시의회 공무 국외여행 규칙에 따르면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의원은 귀국한 날부터 30일 이내 정해진 서식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 제출하고 홈페이지 등 자료실에 열람이 쉽도록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해외연수는 특성상 그 결과와 내용을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그 내용으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용인시의회 홈페이지에는 현재 2016년 공무 국외연수 5건 중 3건, 2018년 3건 중 2건만 공개해놓은 상태다. 2018년 보고서 2건은 본지 요청 이후인 1월 25일 게시됐고 나머지 13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본지가 사무국을 통해 받은 18건의 보고서는 대부분 규칙에 따른 작성요령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국외여행 보고서 작성요령에 따르면 보고서는 A4 양면에 20쪽 이상으로 제목, 제출년월, 소속의회, 보고서 작성자 및 여행자 인적사항 등을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18건 보고서 모두 제출년월을 작성하지 않거나 보고서 작성자를 기재하지 않아 규칙대로 30일 이내에 보고서가 작성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용인시의회가 아닌 사무국 또는 시청 부서가 작성한 보고서가 4건, 해외연수에 참여한 의원의 이름이 누락된 보고서도 1건 있었다. 규정인 양면 20쪽 이상을 지킨 보고서는 한 건도 없었으며 가장 많은 분량은 양면 15쪽 분량의 ‘2015년 복지마을공동체 만들기 선진사례 국외연수’ 한 건이었다. 해당 해외연수는 이후 공공기관 화장실의 유니버셜디자인 적용과 조례 제정으로 이어져 유일하게 정책에 반영됐다.

당시 일본 연수에 참여했던 용인시의회 한 의원은 “당시 사무국 수행 직원이 아닌 관련 분야 시 직원이 동행해 이후 정책 반영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보고서는 너무 길다는 내부 지적 때문에 줄였던 기억이 있다. 용인시의회도 실제 정책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내실 있는 해외연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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