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도시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공동체 회복2

70여 개 커뮤니티의 네트워크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싣는 순서
①도·농복합 용인시, 도시 속 고립되는 원도심의 현실
②사람과 마을을 잇는 마을 공동체를 가다
③도시의 재발견, 그리고 주민참여
④주택조합으로 도시재생 이룬 영국 버밍엄 캐슬베일
⑤기술 공유 통해 지역사회 지원하는 리메이커리
⑥공동체 사업 지원하는 영국 로컬리티와 덴마크 스반홀름의 공유경제
⑦에필로그-영국과 덴마크의 공동체
 

성미산마을에는 마을 속에서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책방인 ‘동네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가 있다. 책놀이터 지하에 있는 ‘개똥이네 문화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책을 보거나 놀이를 한다.

사회적경제, 로컬푸드, 생활공동체,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등을 통해 단절된 삶을 바꿔나가는 시도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런 흐름은 물론 용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교육, 문화, 환경, 인권 등 삶의 질을 중시하는 공동의 가치를 만들고 확대하는 활동이 지역공동체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마을은 농촌처럼 관계망으로 연결된 하나의 큰 커뮤니티인 것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커뮤니티 간, 다른 마을과 관계망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다. 성미산마을은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과거 농촌공동체에서 볼 수 있는 관계망이 있다. 도시지역의 생활문화 관계망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생산자, 소비자, 중개자, 지원기관 등이 모여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나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을 깨고 사회, 문화, 교육,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존을 추구하는 이웃들이 모여 또 다른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성미산마을은 공간적으로는 서울시 마포구 성산·서교·망원·연남동 일대를 자전거와 도보로 다닐 수 있는 반경 1km 이내 지역이며, 사회적으로는 크고 작은 커뮤니티들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중산층 이상이 사는 마을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여느 도시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인구 규모는 약 1000~1500가구 정도로 30~50대 가족 중심의 커뮤니티다. 최근에는 20~30대 비혼가구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마을 소개를 맡은 ‘사슴’(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누구누구 엄마·아빠나 선생님, 아줌마·아저씨 대신 흔히 별명을 부른다)이 설명했다.

성미산마을은 해마다 축제를 연다. 사람과마을 홈페이지에서 캡처

‘성미산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협동조합형 어린이집에서 출발했다. 이듬해인 1995년 두 번째 어린이집이 만들어진 이후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속속 만들어졌다. 2000년엔 이 네 개 협동조합 출신들을 중심으로 ‘마포두레생협’이 추진됐다. 어린이집을 넘어 함께 새로운 조직을 처음으로 구성한 것이다.

2001년 성미산에 배수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파괴를 우려한 주민들이 성미산 지키기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마포두레생협’이 있었다. 이러한 활동들이 외부에 알려지며 성미산 지킴이들이 사는 마을인 성미산마을(지금은 고유명사가 됐다)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은 주민들을 하나로 묶으며 ‘마을’이라는 자의식을 갖게 했다.

온갖 노력 끝에 2003년 성미산 개발사업이 중단됐다. 공동의 경험과 성취감에 힘입어 주민들은 긴밀한 관계망을 형성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도 이 때부터 본격화됐다. 커뮤니티 활동이 크게 활성화된 것이다. 2002년에 최초의 마을기업인 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2018년 3월 해산), 2003년 국내 최초 조합형 자동차정비사업소인 ‘차병원협동조합’(2009년 적자 누적으로 해산), 12년제 비인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도 그즈음 설립됐다. 도심 속에서 아이들을 생태적이고 대안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이들이 성미산마을의 공동육아어린이집과 대안학교를 찾아 이주해오며 마을 구성원이 해마다 늘었다. 그래서 도심 속에서 주거문제를 같이 해결하려고 마을기업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만들기(소행주)’도 만들어졌다. 

공동육아 1호 어린이집을 만들고 2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성미산마을은 그 사이 변화가 있었다. 해산한 곳도 있고 형태를 바꾼 곳도 있다. 현재 단체, 가게, 모임 등 70여 개의 크고 작은 독립적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마을이 커지며 초기의 긴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성미산마을’이라는 상징성이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 좀 더 체계적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란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성미산마을이 완성된 모습이라기보다 변화의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온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 ‘성미산마을극장’

성미산마을극장은 온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이다. 사진 성미산마을극장

성미산마을에는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있다. 소행주, 두레생협 외에 되살림가게, 성미산밥상 등이 그것이다. 성미산마을극장도 그 중 한 곳이다.
성미산마을은 마을살이 활동으로 축제가 열리는데 1년에 한 번 노는 걸로 성에 안찼는지, 2009년 마을극장이 개관했다. 마을단체 네트워크인 ‘사람과마을’은 이곳을 “사람들이 꾸는 꿈을 노래하고, 그 실험을 공유하며, 그 성과를 축하하는 곳이 마을극장”이라고 밝혔다. 마을극장은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연극 무대인 소극장이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콘서트홀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의 놀이터다. 
재능을 나누고 배우며, 배워서 남 주고, 함께 즐긴다. 강사와 수강생의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는 문화예술교육 공간이다. 마을축제, 문화예술 동아리축제 등 마을의 주요 행사도 이 곳에서 열린다. 

‘마을이 학교다’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성미산마을 소개를 맡은 ‘사슴’이 성미산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선생님, 아줌마·아저씨 대신 별명을 부른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마을’을 만들겠다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고, 돈을 냈다. 그렇게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만들었고, 생활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작은 방송국도, 마을 카페도, 마을극장도 만들었다. 학교도 만들었는데, 그것이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다.
성미산학교 사람들은 ‘마을 만들기’가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믿는단다. 어린이들은 성미산에 나무를 심고, 마실을 다니며 놀고, 마을극장에서 공연을 본다. 조금 큰 아이들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마을 축제에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생협 매장, 마을극장에서 일을 배우고, 마을 안팎에서 대안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로를 찾기도 한다. 경쟁보다 서로 돕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로 힘을 모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문화 나눔 공간 ‘개똥이네 책·문화놀이터’

개똥이네 책놀이터 한쪽 벽면에는 이 문화공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별명)이 있다.

동네책방 개똥이네책놀이터는 마포 성산동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책방이다. 좋은 책을 선별하고, 전시해서 누구나 책 고르기에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서점이다. 마을 속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과 문화 나눔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꿈을 담은 책방으로 자립해 운영하길 바라면서 민간기관(보리출판사, 휴머니스트) 지원으로 문을 열었다. 책과 문화에 중심을 두면서 좋은 책을 선별 전시하고 있다.
이 곳에선 한 달에 한 번씩은 자기 집에 있는 그림책을 가져와서 서로에게 읽어주는 참여공연의 시간도 갖고 있다. 어른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소모임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책방은 지역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하며 동네 책 관련 단체들과 매년 ‘’동네 책축제‘를 열고 구청과 함께 마을공동체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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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김종호 대외협력관
“생활자치 경험 공공성 확산 성과, 3인 이상·수시공모제 주민참여 문턱 낮춰”

서울시가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균형발전을 얘기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해소가 큰 화두였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화두는 로컬리티(지역) 내 균형발전이다. 서울시도 다르지 않다. 넓게는 강남과 강북지역 간 균형발전이고, 또 하나는 자치구 내에서의 불균형 문제 해소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참여의 실질화가 중요한데, 마을자치 활성화와 주민 직접 참여제도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마을공동체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어떻게 주민자치를 잘할 것인가다. 동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가 활성화될 때 행정체계도 주민 중심으로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마을공동체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먼저 부처간 성과주의와 칸막이 행정을 들 수 있다. 법률 간, 사업 간 충돌과 중복이 적지 않다. 부처간 경쟁 심화로 재원 확보와 구조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한 농촌지역에 비슷비슷한 사업이 진행되면서 중간지역조직을 만들어 지원하는데, 농촌에 자원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두 번째는 근거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시범도시사업과 부처별 정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성과주의 행정과도 관련이 있는데 한 사업이 끝나면 또 다른 비슷한 사업을 만들어 진행한다. 희망마을과 행복마을이 뭐가 다른가. 세 번째는 표준화·정량화된 지표로 사업 관리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민방위 교육처럼 수백 명씩 모아놓고 강의식 주민교육을 해야 효과도 없다. 끝으로 지역특성, 행정역량, 공동체 속도 등이 반영되지 않는 일방적 사업 추진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공동체사업 성과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사회변화를 견인하는 사회정책으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행정이 다 해주는 행정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웃 간 관심이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고독사 문제도 그런 부작용이다. 농촌지역의 경우 이웃의 누가 안 보이면 확인이 되지만 도시는 그렇지 않다. 마을사업을 하는 주민들을 보면 ‘나’에 대한 필요와 고민에서 ‘우리’라는 공공적 고민이 생긴다. 생활자치 경험으로 주민 공공성이 확산됐다. 민·관 협치 전달체계 제도화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기여했다. 민선 5·6기를 거치면서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불편해 하면서 협치라는 개념에서 많이 접근하고 있다. 마을선언과 기본법 제정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의 성과는.
“예전 행정에서는 법인이나 비영리민간단체가 아니면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지금은 주민 3명 이상이면 누구나 서울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조건이 주어진다. 처음에는 보조금을 어떻게 지급할 거냐, 사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대도시에서는 관계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주민들이 쓰기 편하도록 보조금 시스템을 개발했다. 보조금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제도가 바뀌면서 많은 지자체가 공모사업 지원요건 완화하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추는 계기가 됐다. 1년에 한 번 하던 공모를 선택 가능한 수시공모제로 바꿨다. 6개월 사업하고 정산해야 하거나 공모 시기를 놓치면 이듬해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점이 개선됐다. 사업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주민 입장에서 정책과 사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꼬리표 예산’을 ‘바구니 예산’인 포괄예산제로 바꿨고, 자치구에 예산과 권한을 내려준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어떤 조직인가.
“서울마을센터는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교육과 상담, 컨설팅을 통한 간접지원제도를 구축하고, 마을공동체사업 실행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 2013년까지 직접 주민 교육을 했는데, 지금은 각 자치구 마을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광역센터는 연구와 정책개발, 자치구 마을센터에 대한 직무역량 강화만 한다. 그 결과가 제안자 참여심사를 도입해 자치구로 확산한 것이다. 자치구마다 특성이 다르다. 그래서 공모사업에 대한 심사방법을 바꾸었다. 제안자인 주민들에게 심사 권한을 준 것이다. 주민대표가 사업을 발표하면 마을 전문가(50%)와 공모에 참여한 주민모임이 투표(50%)를 통해 점수를 부여한다. 주민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보니 전문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도입했는데 모임끼리 관계가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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