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공유하고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는 덴마크 스반홀름 공동체 주거동과 공동작업장 모습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 기자는 공동체의 힘을 통해 도시 내 양극화를 극복하는 현장을 보기 위해 영국을 찾았다면, 덴마크는 공동 생산과 공동 소유를 원칙으로 행복을 찾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를 보기위해 방문했다.

코펜하겐에서 서남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거리에 도시를 등지고 대안적인 삶을 찾아 모여든 80여명이 사는 농촌 마을이 있다. 스반홀름 공동체다. 이 곳은 덴마크뿐 아니라 주변 유럽 국가에서도 잘 알려진 공동체 마을이다. 공동 생산, 공동 소유를 원칙으로 마을.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을 공동체에 내고, 수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그 중 일부를 생활비나 용돈으로 사용한다. 공동체 밖에서 일하든 안에서 일하든 관계 없이 수익을 같은 비율로 내고 있다. 공동체 주민들이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은 공동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공동의 소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분배를 하지 않는다. 한 달에 용돈으로 얼마간의 돈을 받아 사용할 뿐이다.

물론 음식, 주택, 생활필수품 등은 일체 공동체에서 제공 받는다. 공동체는 100만 ㎡에달하는 토지에서 수백 톤의 곡물과 채소 등 농업생산품과 1차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하다. 스반홀름에는 드넓은 농지뿐 아니라 우유 생산과 치즈를 만들기 위한 100여마리의 젖소를 키운다. 공동작업장과 공동식당 등도 있다. 이들은 농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 식당, 사무, 가축, 가공 등의 업무를 세분화 분업화해 작업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작업과 식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이유다. 우유를 생산해서 직접 치즈를 만들거나 직접 도축한 고기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특히 공동체 내에서 소비하는 남는 잉여 생산물 등은 공동체내 카페 등에서 외부 주민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런 농업 생산품 뿐만 아니라 전기도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스반홀름에는 공동체 식당, 놀이터, 빨래 건조시설 등 공유공간과 개인 생활을 위한 주택 간 구분이 확실하다. 종교, 사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개인 취향을 존중해주며 간섭이나 강요는 없다.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 회의가 있지만 모두가 참여하진 않는다고 한다. 기자가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9월 25일 8건의 안건에 대한 회의가 있었는지 주민들이 모이는 넓은 홀 입구에 관련 내용을 적은 차트를 볼 수 있었다. 1년에 한 번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마을회의를 여는데, 스반홀름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은 만장일치제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하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하지만 서로를 믿고 결론을 낼 때까지 회의를 한다고 안내를 맡은 케네스톤 씨의 설명이 있었다. 케네스톤 씨는 1976년부터 스반홀름 공동체 생활을 했다.

스반홀름 공동체 일원이 되기까지 기준은 까다롭다. 가입신청부터 회원 인증까지 6개 월여의 시간이 걸린다. 6개월의 과정에 이 사람이 공동체와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낸다. 공동체 일원이 되는 것은 까다롭지만 떠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물론 마을에 미리 알리고 절차를 밟아 떠날수 있다. 떠날 때는 공동체에 냈던 전 재산은 일부를 공제하고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삶과 실험이 가능한 것은 의료비, 교육비 등이 무료인 잘 갖춰진 복지제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1년간 공동체 의식 키우며 진로탐색 도와주는 바우네호이

스반홀름 공동체에 이어 이튿날 인생학교로 불리는 바우네호이를 찾았다. 코펜하겐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도시로, 외곽 바다와 접해 있는 대안학교였다. 학교를 방문했을 때 예닐곱명의 학생이 승마를 하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에스다(16) 양에 의하면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배우고 참여할 수 있단다. 학생들의 안내로 학교 내부를 둘러봤다. 목공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 공예를 하고 있는 학생, 요리교육에 참여한 학생 등 다양했다.

클라라(16) 양에 의하면 승마, 음악, 작가, 디자인, 목공, 요리 등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하기 전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 학교의 교육은 ‘땅에서 식탁까지’다. 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키우고 이 재료로 요리까지 하는 수업이 따로 있다. 음식은 1주일에 한 번 돌아가면서 한단다.

학생들은 매알 오전 노래를 부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조회시간엔 돌아가 면서 자신이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애크터스콜레의 하나인 바우네호이는 1969년 덴마크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수업은 목공예, 승마, 디자인, 음악 등을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다. 이 곳은 진로 탐색을 위한 대안학교라 정부 지원이 있긴 하지만 별도의 교육비를 내야 한다. 학생 부담액은 식비와 기숙사비를 포함해 한화 800만원 가량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교육에 참여하며 협동과 공동체의식을 배운다. 크리스티안 다마로 교감에 의하면 9학년을 마친 학생 30% 정도가 바우네호이와 같은 에프터스콜레를 찾는다.

이곳에 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가장 큰 차이에 대해 크리스티안 교감은 “사회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 1년 간 생활하며 협동과 서로 돕는 활동을 배우게 되는데 서로 돕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에는 에프터스콜레 교육과정과 같은 학교가 254곳에 달한다. 그 중 이곳 바우네호이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학교 중 하나다.

이에 대해 크리스안 교감은 “우리의 교육철학은 안 되는 것을 계속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흥미를 심어주고 창의성을 길러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공동체과 사회성, 창의성을 강조했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찾도록 도와주고 가르치는 바우네호이의 교육에서 경쟁 중심의 한국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 더욱 또렷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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