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사람의 집에는 반드시 맥주가 있어야 한다’ - 켈트족 격언

지난 호에는 몰트가 나오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사실 맥주 양조이기에 몰트라고 하지만 쉽게 말하면 몰트는 엿기름이라고 보면 된다. 몰트에서 당을 뽑아내려면 먼저 엿기름처럼 분쇄기에 넣어서 잘게 부숴야 한다. 분쇄기에 넣고 부수는 이유는 껍질을 으깨어 그 안의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게 해서 녹말 성분을 잘 용해하기 위함이다.

용해를 위해 잘게 부순 몰트를 뜨거운 물에 넣고 가열을 하는데, 이 과정을 ‘당화’라고 한다. 자가 양조를 할 때는 들통이나 업소용 스텐리스 국통을 당화조로 사용하면 된다. 보통 40~60리터 크기면 적당하다. 좀 더 전문적인 양조를 하려면 이 스텐리스 통에 수도 밸브가 달린 전용 당화조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당화를 하는 이유는 몰트의 내용물인 녹말이 덩치가 큰 고분자 상태이기 때문에 효모의 먹이가 되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서 당화를 통해 녹말을 작은 입자의 단당류로 바꿔줘야 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은 원래부터 보리에 들어 있던 효소가 담당한다.

당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몰트 양의 3~4배 정도 되는 끓인 물을 섭씨 50도 정도로 식힌 후 분쇄 몰트와 섞어서 20분 정도 계속 저어 준다. 그러면 걸쭉한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를 ‘매쉬(mash)’라고 한다. 본격적인 당화를 위해 매쉬를 섭씨 68도까지 가열해 20분 정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당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몰트의 맛 성분을 더 끌어 내기 위해 추가로 78도까지 온도를 올려서 20분 정도 유지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당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과 온도를 지키는 것이다. 이 점만 지키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이후 몰트 껍질과 찌꺼기를 걸러서 맥즙만 받아낸다. 이렇게 거르는 작업을 ‘라우팅’이라고 하고 걸러진 맥즙을 ‘워트’라고 한다. 걸러진 워트는 약 90분 정도 더 끓여서 살균 과정과 안정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글로 쓰니 좀 복잡한 과정 같아 보이지만 엿기름으로 식혜를 만들거나 조청을 만드는 과정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사실 워트를 계속 뭉근히 졸이면 조청처럼 되고 거꾸로 조청을 물에 타서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면 맥주처럼 된다. 다음 호에는 효모의 발효 과정과 좀 더 쉽게 수제 맥주를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