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지도 몰라요’ -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중 요새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덕후가 될 만큼 그 일을 좋아해서 본업이 돼버린 사람들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 바로 앞 공간에 얼마 전 고양이 분양소가 들어왔다. 사장님이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다가 아예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분양하는 일까지 하게 됐단다. 덕업일치의 전형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수제 맥주 양조자들은 이런 덕업일치의
‘맥주는 인간이 만들고 와인은 신이 만든다’___마르틴 루터·종교개혁가 작년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개혁교회에서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교계의 특성상 루터의 종교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숨은 요소 가운데 하나인 맥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수도원은 맥주 양조를 신성한 노동의 하나로 간주하며 맥주를 만들어 왔다. 이러한 수도원 출신인 마르틴 루터에게 맥주란 그 어떤 음식보다도 특별했을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쫓겨 다니며 궁핍
‘매일 마시는 맥주 1리터가 아내를 과부로 만들지 않는다’ -체코 격언 맥주 강국인 체코의 격언은 좀 과하다 싶을지 모르나 잘 만든 맥주는 가히 건강에 좋은 약주라 할만하다. 제대로 된 양조 방법과 양질의 재료로 정성껏 만든 맥주에는 다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돼 있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물론 적당한 음주량과 함께 먹는 안주와 기타 생활 습관이 뒷받침 돼줘야 하지만 맥주 그 자체만 본다면 좋은 음식이 가져야 할 양질의 음료임에는 틀림없다.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오래전부터 맥주는 인종과 지역을 넘어서 건강을 지켜주는
‘맥주의 위쪽 3분의 2는 머리와 심장을 위해 마시고, 아래쪽 3분의 1병은 위장을 위해 마신다’ – 벨기에 속담지난 호에는 맥주의 베이스인 워트와 맥주의 양념인 홉을 넣는 방법을 살펴봤다. 이로써 인간의 노력은 90%정도는 다 한 셈이다. 이제 인간이 할 수 없는 과정이 남았다. 바로 발효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이 자연을 통해 준 미생물이 활동할 때이다. 효모는 인간이 준비한 당을 먹고 이 당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꿔버린다. 그래서 ‘사람은 워트를 만들고, 맥주는 효모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 아무리
‘맥주는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 맛은 쓰지만 마음을 여는 데는 묘약이다’ - 후쿠자와 유기치(메이지 시대의 계몽 사상가)지난 호에는 워트를 만드는 과정까지 소개했다. ‘워트’를 한마디로 말하면 몰트를 효모가 발효하기 편한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워트로 발효한 맥주를 마셔보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 것이다. 맥주의 양념이 빠졌기 때문이다. 맥주를 맥주답게 만들려면 이 워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양념이 필요하다. 바로 ‘홉(hop)’이다. 홉이 들어가지 않는 맥주는 그야말로 앙꼬 없는
‘훌륭한 사람의 집에는 반드시 맥주가 있어야 한다’ - 켈트족 격언지난 호에는 몰트가 나오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사실 맥주 양조이기에 몰트라고 하지만 쉽게 말하면 몰트는 엿기름이라고 보면 된다. 몰트에서 당을 뽑아내려면 먼저 엿기름처럼 분쇄기에 넣어서 잘게 부숴야 한다. 분쇄기에 넣고 부수는 이유는 껍질을 으깨어 그 안의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게 해서 녹말 성분을 잘 용해하기 위함이다.용해를 위해 잘게 부순 몰트를 뜨거운 물에 넣고 가열을 하는데, 이 과정을 ‘당화’라고 한다. 자가 양조를 할 때는 들통이나 업소용 스텐리스 국통을
‘맥주는 건강의 근원이다’ - 독일 격언에서 이번 호에는 지금까지 살펴봤던 맥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알아보자. 맥주와 같은 곡주는 포도주와 같은 과실주와 달리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알코올 발효의 기본 원리인 효모가 당을 만나 분해해 알코올을 만드는 것은 같다. 하지만 과일과 달리 보리나 쌀, 밀 등에서 바로 당 성분을 뽑을 수 없기 때문에 곡물의 녹말 성분을 잘게 쪼개 발효를 진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양조장은 공장과 같은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맥주의 양조는 이미 밭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맥주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 물론 바퀴 역시 대단한 발명품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피자와 맥주의 궁합을 바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데이브 베리, 퓰리처상 수상 작가) 지난 호에 살펴본 맥주와 잔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먹거리와 함께 먹을 것인지 합을 찾는 것이 맥주를 맥주 이상으로 즐기는 비법일 것이다. 여기에서 먹거리는 기존 안주의 개념과 다르다. 맥주와 먹는 먹거리는 더 이상 술을 위한 음식도 아니고 음식을 위한
“맥주 한 잔과 목숨의 보증만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명예 같은 건 버려도 괜찮다(셰익스피어)”맥주를 잔에 마셔야 한다면 어떤 잔에 마실까? 맥주의 선택만큼이나 잔 선택의 폭도 넓다. 하지만 잔가지들은 쳐내고 너댓가지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실제 대부분의 맥주잔은 이 4~5가지 기본 형태에서 변형된 것들이니 말이다.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잔은 라거다. 라거 맥주는 한마디로 미국식 맥주이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맥주의 85% 이상 차지하는 대중적인 맥주이다. 라거 잔은 주둥이 쪽이 바닥보다 조금 넓은 모양으로 사이다 잔처
우리들의 책은 쓰레기더미이다. 위대하게 하는 건 맥주뿐, 맥주는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괴테지난 호에서 캔보다는 병으로 마시는 맥주를 제안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신선한 상태로의 맥주 보관과 유통을 위해서는 캔만한 용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가볍고 저렴하고 탄소 발생이 적어서 환경에도 좋다. 예전과 달리 캔 내부를 코팅하는 기술이 발전해서 소위 ‘쇠맛’도 사라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대로 마실 경우 거품과 탄산이 병보다 빨리 사그라지는 점과 미각을 극대화시켜줄 눈의 즐거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캔이라도
맥주를 마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맥주를 즐기기 위해서는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 - 스티븐 버몬트(맥주 저술가)바야흐로 ‘덕후’의 시대가 도래했다. 예전에는 맥주를 마실 것인지 소주를 마실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비교적 단순한 고민이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맥주를 마실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수많은 종류의 맥주가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며 상품 진열대에 늘어서 있다. 어디 종류 뿐 이겠는가? 같은 맥주라도 캔과 병, 그리고 잔 등 담겨진 용기에 따라 느낌이 너무 달라진다. 이렇다보니 아무렇게나 집
맥주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보기에도 간지 나고 캐주얼한 청바지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옷이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는가?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가장 오래된 주거 형태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현대를 살고 있는 나와 고대를 살았던 조상들의 삶의 양식에서 오랜 세월에도 변함없는 무언가가 있다면, 거기서 우리는 오래된 유럽의 고풍스러운 거리를 걷는 듯한 멋스러움과 예스러움을 느낄 것이다.대부분의 의식주는 그날이 그날 같이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여도 시대와 지역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