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시대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헌법 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수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방분권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인구 100만명을 넘긴 용인시 역시 맞춤형 지방분권 행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분권의 한 축인 의회는 어떤 변화를 준비할까. 올해로 27년을 맞은 용인시의회의 역사를 통해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현실을 진단해본다.

인구 6배 증가하는 동안 의원 수는 2배

가히 용인시 인구 1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1991년 제1대 용인군의회가 개원할 당시 의원정수 14명인 것을 감안하면 27년여 만에 의원수가 2배가량 증가했다. 수치적으로만 본다면 상당한 진전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용인 전체 인구가 17만여명에서 100만명으로 넘어서 6배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의원 1명당 감당해야 할 시민 수는 늘어났다.

1대 의회 당시 14명이던 의원 수는 1995년 2대 의회를 맞아 2명이 늘어났다. 이어 1998년 3대 의회는 오히려 14명으로 줄다 2002년 21명으로 다소 현실화 됐다. 이후 5대에서는 20명으로 줄어드는 등 고무줄 신세를 면치 못하다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 올해 선거에서는 26명의 지역구 의원을 비롯해 역대 최다인 총 29명이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이를 인구 수에 적용할 경우 용인시 지방의회 분권 필요성 근거를 산출해 낼 수 있다. 
우선 용인이 시로 승격된 1996년부터 살펴보자. 용인시는 1996년 당시 인구가 30만명에 약간 못 미쳤다. 지금의 군포시 28만여명과 비슷하다. 당시 용인시의회 의원 수는 총 14명으로 현재 군포시의회 9명과 비교해 5명가량 많다. 그만큼 의원 1인당 대민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후 용인시 인구는 급격히 증가해 2002년에는 52만명에 이른다. 지금의 평택시 50만명보다 약간 많다. 이에 2002년 제4대 시의회 의원 수도 3대 시의회 14명에 비해 7명 가량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역대 최고 폭의 의원 수 확대다. 인구 수가 비슷한 제 7대 평택시의회 의원 수가 16명(지역구 14 비례2)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적은 수는 아니다.

다시 용인시의회 의원 수는 2010년 6대 의회서 25명으로, 2014년 7대 의회서는 27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6월 열리는 선거에서는 지역구 의원을 비롯해 총 29명으로 늘어난다. 매년 용인시 인구 증가에 맞물려 의원 수도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원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용인시와 인구 수가 비슷한 인근 지자체와 비교할 경우다. 뿐만 아니라 용인시가 광역시에 준하는 특례시로 승격하거나, 인구 40만명을 넘어 분구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흥구 현안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 용인시와 인구가 비슷한 고양시나 성남시의회 의원 수는 30명을 넘는다. 용인시보다 인구가 다소 많은 수원시도 34명에 이른다. 가장 최근에 광역시로 승격한 울산광역시의회 22명과 비교해서는 용인시가 오히려 많아 보인다. 하지만 4개 자치구의회 의원 40여명까지 합하면 용인시의 2배 이상이 된다. 울산광역시 인구는 116만여 명이다.


용인시의회 27년 선거구는 사실상 매 선거 때마다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행정동 중심으로 선거구가 나눠졌다.

지역별로 보면 1대 군의회는 현재 기흥구에 해당하는 선거구는 기흥읍과 구성면 등 3곳, 수지구에 해당하는 선거구는 수지면 1곳이 전부다. 그외 7개 선거구는 모두 처인구다. 시의회 전환된 이후에도 선거구 역시 행정동별로 나눠졌으며, 다만 수지면 선거구가 4년만에 1곳 늘었다.

지금의 ‘가나다’순으로 선거구를 분류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4대 지방 선거 때부터다. 당시 용인시의회는 총 7개 선거구로 처인구와 기흥구가 각각 2곳인데 반해 수지구가 3곳으로 가장 많았다. 20여년만에 선거구 수가 역전됐다. 5대 의회부터는 전역을 지역구로 하는 비례대표까지 활동에 들어갔다.

용인시 행정동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선거구 역시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애초 행정동을 중심으로 선거구가 나눠졌을 경우 ‘1행정동=1선거구’식이 성립됐지만 이후 행정동이 세분화돼 다수 행정동이 한 선거구로 묶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의 경우는 행정동이 다른 지역에 편입돼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획이 변경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이런 문제는 개선됐지만 일부 의원들은 챙겨야 할 선거구가 너무 넓어졌다는 하소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선거구 개편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대 정당 독식에 따른 견제와 균형추 붕괴에 있다.
행정동을 묶어 ‘가나다’형식으로 선거구를 분류하면서 인구 수에 맞춰 의석수를 나눠 용인시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최다 3명의 당선자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득표수가 많은 3인이 시의회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승자독식이라는 냉혹한 선거 결과에 따른 한계를 다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었던 셈이다. 이는 거대정당과 비교해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군소정당에게는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오히려 독이 됐다. 실제 그동안 용인시의회 다선선거구제에 맞춰 진행된 선거 결과를 보면 여당 혹은 거대 정당 독식 형식을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0여년 용인시 지방의회 역사 내내 정당 간 마찰뿐 아니라 합의된 무기력 정치를 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다수의 목소리에 소수 의견이 무시됐다는 의미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다.

제 6대 용인시의회 의원을 했던 전직 의원은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2인 혹은 3선거구가 된다해도 결국 한쪽 당이 독식하는 구조”라며 “저 같은 경우도 기호 순위에서 밀려 결국 낙선했다. 선거구를 어떻게 개편하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물을 보는 선거문화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 기초의원 수 줄여라?
용인시의회 의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여전히 인근 일부 대도시와 비교해서는 수에서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무작정 의원 수만 늘이는 것이 복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용인시가 각종 개발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회가 시민의 민원을 담을 수 있는 역량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용인시의회도 각종 연구단체를 만들어 민원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요량이지만 아직은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의정활동비 ‘셀프 인상’을 추진하는 등 예산 대비 효율성 저하를 문제삼기도 한다.
기흥구 지곡동 한 주민은 “지역의원은 생활정치인이다. 그만큼 주민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 의원 수가 많으면 더 많은 민원을 들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라며 “제대로 지방분권이 된다는 것은 지역에서 정치하는 시의원이 얼마나 중앙정치 눈치 안보고 시정활동을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한 초선 의원도 “지방정부 시대에 맞춤 정치인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지역정치가 맞다. 공천 눈치 볼 것이 아니라 유권자 눈치를 보면 의회 역할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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