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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보다 장맛?
  • 허준영(작은씨앗도서관 관장, 마을 수제맥주학교 강사
  • 승인 2018.03.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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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책은 쓰레기더미이다. 위대하게 하는 건 맥주뿐, 맥주는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괴테
지난 호에서 캔보다는 병으로 마시는 맥주를 제안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신선한 상태로의 맥주 보관과 유통을 위해서는 캔만한 용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가볍고 저렴하고 탄소 발생이 적어서 환경에도 좋다. 예전과 달리 캔 내부를 코팅하는 기술이 발전해서 소위 ‘쇠맛’도 사라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대로 마실 경우 거품과 탄산이 병보다 빨리 사그라지는 점과 미각을 극대화시켜줄 눈의 즐거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캔이라도 잔을 사용한다면 이러한 약점을 많이 보완할 수 있다. 캔으로 마시든 병으로 마시든 맥주에 어울리는 잔이 있다면 맛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한마디로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한국 속담은 맥주와는 상관없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맥주잔’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글귀는 ‘맥주는 반드시 맥주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라고 나와 있다. 그 이유는 ‘맥주 특유의 색깔을 감상할 수 있고 맥주가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맥주의 거품을 만들 수 있어서’라고 한다. 필자는 ‘반드시’라는 말에 절대 공감한다. 특별히 맛과 향 등 개성이 강한 맥주일수록 그 맥주에 맞는 잔에 따라 마셔야 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맥주 제조사들은 이 점 때문에 자신들의 맥주 맛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전용 잔을 함께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증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홍보용이 아니라 그만큼 맥주잔이 맥주 맛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우리나라 맥주 제조사들이 전용 잔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개성 없는 밋밋한 맛의 맥주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내 맥주 제조사에서 주는 잔은 상표만 다를 뿐이지 사이다 잔과 모양과 두께가 똑같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증정품을 그대로 쓰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국내에서 수입맥주를 살 때 증정하는 잔들은 주의를 요한다. 대부분 유리 질이 너무 안 좋아서 고객 유혹을 위한 ‘낚시용’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 정도로 조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주잔을 구비할 때는 번들로 주는 것보다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맥주 종류가 많듯이 맥주잔도 다양해서 대표적인 것만 하더라도 예닐곱 가지는 훌쩍 넘어 버린다. 맥주잔 모양은 우리가 마시는 모든 음료 중 가장 종류가 많다. 게다가 제조사별로 약간씩 변형된 것까지 하면 맥주 전문점들도 다 구비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략 서너 가지 맥주잔을 두고 사용하든가 주로 마시는 맥주가 있다면 거기에 어울리는 맥주잔으로 한두 가지만 구비하기를 권한다.

가정에서야 꼭 맞는 맥주잔이 없을 때도 있지만 만일 맥주 전문점에 갔는데 주문한 맥주와 어울리지 않는 맥주잔을 준다면 원하는 잔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맞다. 간혹 브루어리펍(소규모 양조시설을 갖춘 맥줏집)의 경우 양조자가 설계한 맥주 맛에서 특별히 부각시키고 싶은 점이 있어서 다른 형태의 잔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모양이 너무 벗어나있다면 이유를 물어보고 마시는 것이 맥주를 잘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다음에는 맥주잔 모양 별로 맥주와 맥주잔의 궁합을 살펴본다.

허준영(작은씨앗도서관 관장, 마을 수제맥주학교 강사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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