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상단여백
HOME 연재기사 이동훈의 재미있는 의학이야기
위험한 방사선, 유익한 방사선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7.09.06 10:10
  • 댓글 0

퀴리부인이 발견한 라듐은 금보다도 더 비싼 귀중품이었다. 1926년 그 비싼 라듐을 어렵게 구한 유전학자 헤르만 뮐러는 파리에서 돌연변이 유도실험을 계획하고 있었다. 운반하는 과정에서 라듐이 든 유리병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비싼 라듐을 다시 구입할 수 없었던 뮐러는 라듐 대신 엑스선을 초파리 알에 비추기 시작했다.

초파리는 한세대가 2주 정도로 짧고 기르기 쉬운 곤충이어서 생물학적 유전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뮐러의 스승 모건은 빨간 눈의 초파리에서 흰 눈의 초파리가 우연히 나타나는 자연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그는 이 유전인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흰색 눈을 가진 초파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모건의 초파리 연구는 제자들에게 이어졌고 제자 중 한명이 뮐러였다.

뮐러는 초파리 알에 다양한 강도의 엑스선을 조사했다. 일부 알은 강력한 엑스선으로 인해서 부화되지 못했으나 일부 알들은 성충이 됐다. 성충이 된 초파리들은 모건이 발견했던 흰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뮐러는 엑스선을 이용해서 인공적인 돌연변이를 최초로 발생시켰다. 엑스선이 라듐보다 방사선이 약했기에 적절한 강도로 돌연변이를 만들었던 것이다.

뮐러는 연구를  계속해 엑스선이 강할수록 돌연변이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했고 초파리 이외의 동물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엑스선이 동물에게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면 사람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사람에게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뮐러는 당시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던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까지 엑스선과 라듐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는 악성 종양과 결핵, 피부 질환의 치료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1895년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선은 진단 목적뿐 아니라 치료용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1896년 프랑스의 한 의사는 위암 환자 치료에 강력한 엑스선을 사용했다. 엑스선 치료를 받은 위암환자의 종양은 점차 감소했으나 결국 환자는 사망하고 말았다. 몸속 깊은 질병보다 효과가 쉽게 확인되는 피부 질환에서 엑스선 치료가 적극적으로 시도됐고 일부에서는 성공적이었다.

1900년대에 모발 제거, 모낭질환, 피부질환, 피부종양 등에서 엑스선 치료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백혈병과 결핵 치료가 시도됐으나 대부분 치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결핵 치료로는 거의 쓸모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때 나타난 라듐은 엑스선보다 센 방사선을 뿜어냈고 효과가 더 강력했다. 세균을 죽이는 살균효과는 라듐을 더욱 더 믿음직하게 생각했다.

악성 치료에 효과가 크게 나타났고, 라듐을 흡입한 결핵 환자에서 객혈이 사라지자 라듐을 새로운 치료제로 착각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라듐 사용이 증가하면서 당연히 방사선에 의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45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방사선 피폭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강력한 폭탄으로만 생각했던 원자폭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인체 DNA에 치명적인 손상을 줘 이후 수많은 암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다. 최대한 빨리 방사선 방출 물질로부터 피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면 피해를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다. 몸이나 옷에 묻어 있을 방사선 물질은 재빨리 벗어서 따로 보관하고 방사선 물질이라는 표시를 남겨서 다른 사람들의 2차적 피해를 막아야 한다. 전신 샤워 등을 통해 몸에 부착된 방사선 물질을 재빨리 처리하기만 해도 95% 정도의 방사선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방사선 노출이 경미할 경우 무기력하거나 오심, 구토, 설사 등이 간헐적으로 있지만 심각한 경우 피부에 홍반이 발생하고 심한 고열과 두통, 위장관 증상이 발생한다. 전신적인 증상이 발생할 경우 보존적 치료를 실시 할 수밖에 없다. 체내에 있는 방사선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몇 가지 약물 요법이 시도될 뿐이다. 안전한 관리가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방사선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방사선 사용에서도 엄격한 차폐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고, 정확한 방사선량을 계산해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의료진도 1년간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해 보호하고 있다. 방사선이 인체에 영향을 주는 용량이 계산되면서 진단과 치료 목적의 방사선이 안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방사선이지만 잘 알고 적절하게 관리하면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유익한 빛이 될 수 있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