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규모 팽창 불구 인력·장비 제자리

기흥구의 한 도로 위를 환경미화원 혼자 도보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 환경미화원 옆으로 시속 60~70킬로미터 속도로 차가 달리고 있다.

“아휴~ 위험하죠. 정말 위험해요. 그렇다고 별 수 있나요?”
지난달 29일 새벽 6시쯤 기흥구의 한 도로변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A씨는 도로변 청소가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A씨는 특히 한 겨울 새벽시간대나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은 가시거리가 짧아 차량이 미쳐 자신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담당 구간을 가로지르는 500여 미터의 터널 안 쓰레기도 줍는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지나는 길이라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안전장치 없이 매일 청소를 위해 터널을 도보로 지나고 있는 셈이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구청 관계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관계자는 “평소에도 환경미화원 분들에게 위험한 구간은 절대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터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고 말해 해당 사안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구간의 환경미화원 B씨는 차가 시속 60~70㎞로 달리는 왕복 6차선 도로 위를 매일 두 시간 반 동안 혼자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다. 기자가 만난 B씨에게는 안전장치라고는 형광색 조끼뿐이었다. 손에는 청소용 집게와 쓰레기 종량제봉투 100리터짜리가 들려있었다. B씨 옆으로는 차들이 쉬지 않고 속도를 내며 지나갔다.

인도가 없는 도로 위의 청소는 위험천만한 모습이었지만 B씨는 오히려 “수년간 매일 해온 일이라 이제는 위험한지도 모르겠다”며 “노면청소차가 가끔 와서 (청소)하지만 소용없다. 이렇게 매일하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와 시 해당부서 직원은 “노면청소차가 매일 새벽 노면을 청소하는 걸로 안다”며 “도로 위를 환경미화원이 직접 청소하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관련 인력의 업무나 운영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시청결을 책임지는 각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담당 구역 청소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교통사고 후 잔해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사체를 치우는 일, 민원이 들어온 도로나 인도를 수시로 청소하는 일 역시 환경미화원 몫이다. 특히 교통사고 후 도로의 현장정리 책임은 사고당사자에게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환경미화원이 맡는다. 동물사체 처리 역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작업이지만 당국은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흥구청의 한 직원은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보니 당일 해당 지역 근무자가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용인시 도시 규모와 면적에 비해 청소 인력·장비·예산 면에서 타 지자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도로 환경미화원을 위한 안전복무 교육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서 위탁을 맡긴 청소 대행업체는 물론 각 구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에 대한 안전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청 직원들은 “위험한 곳을 가지 말아달라는 말을 할 뿐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환경미화원들은 이렇다 할 안전장치 없이 목숨을 담보로 한 청소업무를 매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기흥구 공세동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기흥휴게소 주차장에서 휴게소 환경미화원 김모씨가 25톤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혼자 주차장을 걸어 다니며 청소를 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가로청소 및 노면청소에 대한 성과분석’ 보고서를 낸 시 정책기획과 현승현 성과분석위원은 “위탁을 받은 청소대행 업체와 시·구청 등 행정 당국, 환경미화원 간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 수렴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현 위원은 인도가 없는 도로 위를 환경미화원이 도보로 청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정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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