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마지막 차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4일 연방기금금리를 25bp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25%로 같아졌다. 또 미국연방준비제도가 연방기금금리를 올해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을 예고해 올해 하반기 중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역전될 경우 국내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해 금리역전 현상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올해 국내 경제가 건설투자, 수출 등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경기 인식에 대한 변화를 보여줬다. 연초 민간 소비 위축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던 한국은행은 2월부터 개선된 경기 인식을 보여주기 시작해 4월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고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했으며,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7월에 한번 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장 긴축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추가 코멘트를 하긴 했지만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발언해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인상하면 단기간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정부가 가계대출 문제를 규제하려 하고 있고 금리인상도 규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다.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이 마무리되면서 지난 몇 년간 확장세를 보여온 아파트 분양물량이 일단락됐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대책인 ‘주택시장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배등방안’(6.19대책)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부터 서울과 경기, 부산 일부지역, 세종 등 청약조정지역에 한해 지난해 1년간 유예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현행 70%에서 6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현행 60%에서 50%로 강화한다.

앞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 주택 과열을 진정시켜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대출과 관련된 단기금리를 미리 조절하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먼저 조정해서 시장 충격을 극대화시키기보다 채권시장이나 자금 시장에 영향을 주는 금리를 먼저 조절해 향후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의 영향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의 정책을 참고할 수 있다. 중국은 디레버리징을 위해 올해 들어 유동성 공급수단인 역RP, SLF(단기), MLF(중기) 금리를 상향했다.

이러한 중·단기 정책금리 조절은 중국의 기준금리인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조절과 차별화되는데, 예금과 대출금리(예대금리)가 실물 경제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중·단기 금리 인상은 자금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높이게 된다.

기준금리를 가만히 두면서도 은행의 자금 사정을 압박해 은행간 거래 금리가 올라가 간접적으로 대출금리까지 올리는 효과가 있다. 한국 역시 유동성 조절을 통해 대출금리를 미리 올리게 되면, 대출을 규제하는 한편 이후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대출금리는 이미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했다는 인식으로 대출금리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시기가 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인데, 기준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한국이 역전을 해소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2005년 6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3.25%로 같아졌다. 금리가 같아지고 나서 미국이 두 번을 더 올린 후에야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굳이 금리 역전 현상을 되돌리려 하지 않았고 방향만 같이 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조절로 대출금리와 관련된 단기금리를 미리 올린 후 내년 1분기에 미국과 방향을 같이 해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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