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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전하는 활짝 핀 이팝나무
  • 신승희(생태활동가)
  • 승인 2017.05.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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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

가로수에도 유행이 있다면 지금 최고의 유행 아이템으로 뽑히는 나무는 단연 이팝나무다. 얼마 전 용인시민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더라도 처인구 마평동과 양지면 사이 42번 국도의 대표적 가로수인 플라타너스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이팝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또한 새로 조성되는 공원이나 학교 숲에도 빠지지 않고 이팝나무가 심어지고 있다.

봄이면 벚꽃처럼 화려한 꽃을 자랑하고 여름이면 푸른 잎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열매가 버찌나 은행처럼 지저분하게 떨어지지도 않고 콩 모양의 작은 열매들이 겨울까지 달려 있다가 깔끔하게 떨어진다. 또한 플라타너스처럼 크고 많은 낙엽이 떨어지지도 않아 청소 및 관리하기에도 편리하다. 현재로선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가로수가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가로수나 정원수로 각광을 받으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지만 사실 이팝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 흔한 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그리고 대만에 소수의 개체만이 자생하고 있는데, 종자 번식이 쉽게 되지 않는 이팝나무 고유 특성이 원인이다. 그런 면에 있어 조경과 원예기술의 발달로 이젠 친근하게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인건가.

이팝나무라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조선시대 흰 쌀밥은 양반들이나 왕족들인 이씨들만이 먹는다 하여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팝나무 꽃이 필 때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 있는 모습이 마치 밥그릇에 소복이 담겨있는 흰 쌀밥같이 생겼다 해서 이밥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가 됐다는 이야기, 이 꽃이 피는 시기가 여름 기운이 일어나는 절기인 입하(立夏) 무렵이라서 입하가 이팝으로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전라도 어떤 지역에서는 아직도 입하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외 니팝나무·니암나무·뻣나무라고도 불린다.

가로수로 활용되고 있는 이팝나무.

세상 꽃이 다 독특한 모습으로 개성있게 핀다지만 이팝나무 꽃도 만만치 않다. 보통 5~6월에 푸른 잎들 위로 소복이 쌓인 흰 눈처럼 풍성하게 피는데, 자세히 보면 얇고 긴 꽃잎이 눈에 띈다. 미선나무나 개나리처럼 통꽃으로 시작됐지만 꽃잎이 네 갈래로 깊게 갈라져있어 바람에 나풀거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더구나 이팝나무는 꽃이 지고난 뒤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있고 달리지 않는 것이 있다.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꽃 한송이에 수술 딱 두 개와 암술이 하나 있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의 꽃은 암술이 없이 수술만 달랑 두 개 있는 꽃이 피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다른 꽃들처럼 수술을 많게 해 꽃가루를 날리면 효율적이고 좋을 텐데 달랑 두 개의 수술만 달게 하고는 또 다른 꽃을 만들어 꽃가루를 날리는 역할만 주다니 참 속을 모르겠다. 아무튼 9~10월에 콩처럼 생긴 단단한 짙푸른 검은색 열매가 달린다.

그건 그렇고 필자가 살아오면서 느끼는 바로는 올해처럼 가뭄이 심한 적이 없었다. 도시에 살면서 수도꼭지를 틀면 쏴아 시원하게 물이 나오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사실 지금이 가뭄인지도 모를 것이다. 얼마 전 원삼면과 백암면을 거쳐 흐르는 청미천 일부 구간의 하천 바닥이 메말라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드문드문 고인 물웅덩이가 이곳이 얼마 전까지만해도 하천이었음을 간신히 나타내고 있을 뿐이었다. 바닥이 드러난 하천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많던 물고기들이 ‘잘 피신했을까’ 염려된다. 저 작은 웅덩이에 모여 허덕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사람은 필요한 물을 맘껏 뽑아 쓰고 있지만 자연의 생명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불공평하다. 이러한 특혜를 과연 언제까지 용납해줄지 자연은 아직 말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이팝나무 꽃은 활짝 피었다. 이팝나무는 본래 물을 좋아하는 나무로 골짜기나 습지, 해안가에 주로 사는 나무이다. 건조한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 한창 농사에 물이 필요한 시기인 요즘 이팝나무에 꽃이 활짝 핀다는 것은 대지가 축축해 농사가 잘 될 것임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팝나무 꽃이 활짝 풍성하게 피어나면 그해 풍년이 들 것이고 꽃이 시들시들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한다. 이러한 가뭄에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곧 괜찮아질 거라고. 마침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비 예보가 있다.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일이기도 하다. 이팝나무 꽃처럼 우리에게 희망이 찾아올 것이라고 위로해본다. 괜찮아질 거야. 풍년이 들 거야. 좋은 대한민국이 될 거야.

 

신승희(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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