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과 상생의 지역순환경제 구조 만들자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옷을 입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음식이 가장 중요함에도 일상생활에서 음식은 옷을 입는 것처럼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

음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비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잘 알지 못한다. 물론 대개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건강식품에 관심을 갖는다. 어디에 무엇이 좋다고 하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그 식품을 구입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일상생활에서 먹는 음식이 좋은 먹거리인지, 나쁜 먹거리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필요에 따라, 편리함에 따라 미리 만들어진 음식을 그냥 먹는다. 나쁜 먹거리 때문에 건강과 환경 등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음에도 음식에 대한 관심은 인색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용인에서도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살림과 아이쿱과 같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생산자협동조합(아홉색깔농부들)과 소비자협동조합(용인마을협동조합) 등이 속속 생겨나며 로컬푸드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곡농협과 모현농협 등 지역농협도 하나로마트 내에 로컬푸드 직거래 매장을 설치하는 등 지역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농민들이 직면한 영농 위기, 도시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먹거리 위기에 대한 해법을 로컬푸드에서 찾아본다.

얼굴 있는 지역 먹거리 로컬푸드

왜 로컬푸드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걸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로컬푸드가 갖고 있는 다양한 장점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로컬푸드(지역 먹거리)란 멀리 떨어진 농기업이 아닌 근처 농가와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먹거리이다. 그래서 가까운 먹을거리, 얼굴 있는 먹을거리라고 한다. 가까운 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 있는 관계로 직거래하는 신선한 먹을거리가 ‘로컬푸드’다.

보통 유통기간이 짧으면 3~4일, 길면 5~6일인 일반 농산물에 비해 로컬푸드 농산물은 하루 안에 유통되기 때문에 훨씬 신선하다. 일반 농산물은 선별장-도매시장-소매상인(일반마트) 등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는 반면, 로컬푸드는 생산자가 직접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소비자를 만난다. 유통비가 축소되는 만큼 소비자는 가격이 싼 농산물을 구입해서 좋고, 생산자인 농민은 유통비가 줄어 소득이 늘어서 좋다.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로컬푸드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이른바 ‘얼굴 있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믿고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얼굴 있는 관계’ 속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점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과 생산자간 신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좀 더 넓게 보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보호에 이득을 준다는 점이다.

로컬푸드는 기본적으로 지역 내에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먹거리가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가 짧다. 생산지에서 운송·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소요된 거리를 지표화 한 것을 ‘푸드 마일리지’라고 한다. 식품 수송량(t)에 수송거리(km)를 곱해 계산한다. 푸드 마일리지 값이 클수록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유통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식품의 신선도는 떨어진다. 물론 식품을 운반하는 선박과 비행기의 탄소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푸드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 발표한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식품수입량, 푸드 마일리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위이며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1인당 식품 수입량은 468kg으로 2001년 410kg보다 14% 증가했다. 또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085t·km에 이르렀다. 이는 프랑스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역 내 선순환 경제 만들 수 있어

주요 수입 먹거리의 푸드 마일리지를 보면, 오렌지(미국)는 5968마일, 연어(노르웨이)는 5113마일, 바나나(필리핀) 1624마일, 쇠고기(호주산) 5177마일, 양파·당근·마늘(중국) 567마일 등이다. 이를 보면 운송거리는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과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글로벌푸드는 단일 품종을 대규모로 재배해 많이 수확하는 것이 목적이라 생태계 다양성을 위협한다. 반면 로컬푸드는 다양한 품종, 토종 품종을 심어서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

환경뿐 아니라 식량주권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3.8%에 불과하다. 우리 먹거리의 70% 이상을 수입한다는 뜻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세계 주요국가 중 자급률은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할 경우 식량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식량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포컬푸드는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큰 힘이기도 하다.

지역 차원에서 보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수입산 농산물 즉, 글로벌푸드를 이용하면 서울 등 용인지역 밖에 있는 대형마트, 대규모 농산물 유통업체로 돈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농협과 같은 지역 유통업체와 농민들에게 돈이 돌아가게 돼 지역에 돈이 머무르는 효과가 있다. 그 돈은 다시 지역 내 병원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이용되는 순환형 지역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전로컬푸드연구회는 로컬푸드가 지역순환경제를 움직이는 ‘톱니바퀴형 로컬푸드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농간 지속 가능한 농식품 체계와 지역 중·소 농가의 자립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가 분명한 먹거리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또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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