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한증막이 된 듯한 폭염이 계속되면서 체육 활동으로 사망하는 학생이 발생하는가 하면 밭에서 일하던 당뇨 환자가 고혈당 쇼크로 응급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포유류인 인간은 일정한 체온이 유지되나 기온 상승으로 조절기능을 넘어 몸의 온도가 올라가면 신체 손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온열질환’이라고 한다. 비교적 체온 중추가 작동하는 열탈진은 온몸에 땀이 나면서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쉬거나 수분 섭취 등으로 조절이 가능한 반면 중추 신경에서 조절되지 않는 열사병은 몸의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가는 응급 질환이다.

온대 지방인 한국에 비해 아프리카나 아라비아 지역의 경우 온열 질환이 더 자주 발생했다. 특히 갑옷을 입은 병사들은 직사광선에 노출된 상태에서 행군, 전투를 벌일 경우 열사병 위험성이 컸다.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 부대는 인도에서 귀환 도중 사막을 횡단하면서 온열 질환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막이 많은 중동에서는 열사병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열사병 치료와 예방법을 개발했다. 오일과 함께 식물즙이나 질경이 점액을 몸에 바름으로써 직사광선에서 몸을 보호하고 그늘에서 쉬면서 찬물을 몸에 뿌리고 생선, 와인, 버터 등을 권장했다. 그러나 열사병 환자가 찬물을 먹을 경우 경련이나 급사한다는 생각에 물을 먹지 못하게 하고 입만 닦아내게 했다. 10세기말 이븐시나는 이슬람 의학을 집대성한 <의학전범>을 저술하는 데 이 책은 동·서양 모두 큰 영향을 줬다.

한의학에서도 온열 질환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두통, 오심, 구토 증상이 발생되는 여름철 질병으로 서병(暑病)이라고 부르며,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서 신체적 과로로 발생하는 것을 양서병(陽署病), 찬 냉기를 많이 섭취해서 생기는 경우 음서병(陰署病)으로 표현했다. 동의보감에서 기술된 열사병 환자의 구급치료로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겨 안정을 취하게 하고 흙을 몸에 덮어서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거나 물을 뿌리고 부채질을 하는 방식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시도를 한다. 동의보감에는 찬물을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있는데 이슬람 의학 내용과 유사하다.

18세기 유럽인의 활동영역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등 열대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온열질환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당시 온열 질환 개념은 내부 뜨거운 기운이 피부 쪽으로 발산돼 땀과 함께 고열을 만들기 때문에 신체 내부는 차가워져서 소화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된다고 믿었다. 몸 안의 찬 기운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술이나 매운 후추 같은 강한 성격의 물질을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 안이 차갑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찬물 섭취를 피하라고 권장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찬물을 먹었을 때 회복이 빠른 경우가 있었다.

18세기 서구에서 열사병 치료 방법은 따뜻한 욕조에 환자를 눕히고 강한 음료를 마시게 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피를 뽑아내는 사혈까지 시행했으니 그야 말로 환자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기준으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치료 방법이었으나 나쁜 피를 뽑아서 병을 치료한다는 사혈은 당시에 흔히 사용되고 있었다.

열사병 환자의 내부가 차고 냉하다는 개념은 체온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면서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1798년 미국의 제임스 커리는 온도계를 활용해 신체 체온을 측정했는데 열사병 환자 심부 체온이 피부 체온보다 더 높았다. 체질을 떠나서 이미 중심 체온이 올라간 상태에 중추 신경계의 체온 조절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태가 열사병이므로 체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했다.

이제 빠르게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얼음물, 미온수 마사지, 혹은 얼음물을 먹이거나 하는 적극적인 방식이 시도됐고 온도계를 활용해서 각각 효과를 비교 검토하게 됐다. 열사병 환자의 체온을 얼마나 빠르게 낮추는가가 소생시키는 길이었고 실제 회복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