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17세기 레벤후크가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을 관찰하기 시작한 이후 많은 질병 원인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19세기 파스퇴르와 코흐 등에 의해 수많은 세균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미생물학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시대였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세균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가래에도 다양한 세균들이 발견되면서 큰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천식처럼 특별한 세균 없이 기침과 가래를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1853년 프랑스의 샤르코는 천식 환자 가래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 피라미드 모양의 투명한 결정들을 발견했다.

샤르코와 비슷한 시기에 독일의 젠커 등 다른 의사들도 가래 검사를 하던 중 투명한 결정을 보았는데 샤르코는 이 결정이 천식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1870년 독일 내과 의사인 라이덴은 천식 환자 가래의 투명한 결정들은 백혈구에서 발생하며 기관지벽을 자극해서 기침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가설을 발표했다. 미세한 결정이 모래처럼 가래에 섞여 기관지 벽을 자극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었고, 실제 결정을 모아서 동물 호흡기에 집어 넣어보는 실험까지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천식 발작을 유발시키지 못했다.

가래는 육안으로도 길고 꼬불꼬불한 새끼줄 같은 물질이 관찰되는데 수 센티미터 길이에 이르기도 하는 나선 모양의 탄력 섬유 다발이다. 1882년 독일 쿠르슈만이 꼬뿔꼬불한 나선 모양의 탄력섬유들이 샤르코와 라이덴이 발견한 결정으로 진행된다는 주장을 했다. 꼬불꼬불한 나선형 탄력섬유들은 작은 기관지에 가래가 뭉쳐서 눌려 있다가 배출되는 것인데 이게 녹아서 결정화 된 것이 ‘샤르코-라이덴 결정’이라는 주장이었지만 결정과 나선체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천식 가래 원인 연구가 계속되던 중 실마리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밝혀졌다. 세포들은 무색투명해 현미경으로 봐도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초기 연구자들은 세포를 잘 보기 위해 염료를 사용해 색칠을 했는데, 로그나무에서 추출된 헤마톡실린이 대표적이며 현재도 조직 염색시 사용된다.

1874년 독일 염료회사의 화학자 카로는 에오신이라는 빨간색 염료를 개발, 옷감 등에 사용됐는데 1879년 독일 에를리히가 에오신을 세포 염색용으로 사용해 봤다. 에를리히가 가래를 에오신으로 염색해 보자 빨갛게 색칠된 과립으로 가득찬 백혈구가 관찰됐다. 이 백혈구는 에오신 염색이 잘된다는 이름이 붙여졌고 한국에서는 산성 염료에 잘 염색된다는 뜻의 ‘호산구(Eosinphilia)’라는 이름으로 번역됐다. 에를리히의 호산구 발견은 천식 환자 가래 결정 발생 원인은 호산구 과립물질들이 단백질 등을 녹여 결정화 된 것으로, 결정 자체가 천식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천식 환자에게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며 호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는 샤르코-라이덴 결정이나 쿠르슈만 나선 모양의 섬유체보다 가래에서 호산구가 얼마나 관찰되는가가 더 중요하며 천식 심각도와 관련성이 있다. 특정 물질이 호산구와 비반세포 등 면역 세포를 자극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시킴으로서 발작적인 기침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부 세균이 아닌 특정 자극에 의해 발생되는 이 현상은 현재 알레르기로 알려져 있다.

동서양 모두 처음에는 가래가 몸의 수분 조절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했으나 가래를 보다 자세하게 연구하면서 여러 시행착오 끝에 원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래 발생의 진짜 원인인 세균이나 알레르기를 유발시키는 물질들을 밝혀내면서 가래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 치료에서 근본적인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세균을 없애기 위해 항생 물질을 사용하거나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찾아서 회피하거나 과도한 면역 반응을 감소시킴으로서 가래 발생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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