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철이 돌아왔다. 앨범 한 구석 빛 바랜 사진으로 꽂혀 기성세대에게는 지난간 학창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수학여행. 여행이 주는 해방감을 느끼며 괜시리 객기를 부려보기도 했던 수학여행의 풍속도 세태가 변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오는 24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용인중 2학년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이라는 용어가 낯설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테마여행’이라는 명칭으로 여러 지역을 코스별로 나누어 답사하고 있다. 올해는 충주탄금대-문경새재-도담상봉-천둥굴을 거치는 1코스와 안동하회마을-도산서원-태백산맥-정동진-경포대-소금강을 지나는 2코스로 충북·영서문화권 답사를 테마로 정했다. 작년에는 부여지역을 포함시키는 3코스까지 있었으나 학생들의 제안에 따라 올해는 이 지역을 제외시켰다.

학교에서는 여행 전에 미리 각 지역에 관한 정보를 자료로 주고 답사중에 학생들이 조사해야 할 내용을 알려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에 맞추어 여행중에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 발표시간을 갖는다. 여행이 수업의 연장인 셈이다.

이 학교는 소풍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허비하는 대신 강화도나 신륵사와 같은 문화유적지를 찾고 있다.

또 용인지역 문화탐사에 나서거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정화조시설을 방문하기도 한다. 모든 일정의 끝에는 과제를 부여, 토론과 발표시간을 통해 느낀바를 표현하도록 하고 있다. 고등학교일수록 수학여행을 학습의 장으로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 입시에 반영되는 수행평가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5월2일부터 4일까지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태성고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학생들에게 답사내용을 과제로 제출,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중학교로서는 드물게 4년전부터 제주도를 여행지로 정하고 있는 기흥중학교는 학생들에게 항공교통을 이용한 특별한 여행의 체험을 마련해준다는 목적과 함께 관광자원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려주는 학습의 기회로 삼고 있다.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용동중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 4월 초순경 설악산을 오르면서 학생들의 체력이 예전의 학생들과 달리 크게 약화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등산을 포기하거나 쉽게 지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체력단련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또 여행지에서 조차 서로 나눌줄 모르고 자기것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 많은 교사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요즘 청소년 세대는 단체놀이가 익숙하지가 않다. 혼자 노는 것이 몸에 배어 좀처럼 어우러지기가 힘들다. 태성고의 경우는 몇 년전부터 아예 현지에 레크레이션강사를 초청, 수동적으로라도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갖도록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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