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내에서는 장애인이 통행한다는 것 자체가 생명을 건 모험입니다. 도저히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없을 만큼 보도 상태와 신호체계가 엉망입니다."

지난 13일 까지 한 달 동안 장애인 보행 환경을 조사하면서 장애체험을 했던 김영일(명지대 교통공학과 3년)씨는 시내에 휠체어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노면이 깊게 패인 보도, 찾아 보기 힘든 경사로, 그나마 힘들게 발견한 경사로를 가로막고 있는 불법 주차 차량들을 보면서 말문이 막혔다.

김씨와 같은 과 친구인 정윤희 박준형씨는 학기말 과제로 장애인 보행환경 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용인 삼가리에서 부터 시내 사거리에 이르는 길을 조사 구간으로 선정하여 보도와 차도의 상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 설치 등을 파악하면서 한 사람씩 휠체어를 타고 보행을 시도했다.

보행환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우선 보도 폭이 좁고 혼잡도가 심해 앞으로 전진하기가 힘들었다. 보도의 높이가 여성의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곳도 있어 휠체어로는 이동이 도저히 안되는데다 경사로가 없어 보도 진입조차 어려웠다. 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굳이 차도로 휠체어를 모는 이유가 납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게 돼 있는 화단폭을 이용한 인도와 차도의 분리도 거의 안돼 있어 자칫 차도로 뛰어들 위험마저 안고 있었다. 신호기 역시 정지와 통행을 알려 주는 음성장치가 전혀 장착돼 있지 않은데다 보행시간 마저 짧아 애를 먹어야 했다.

장애체험을 통해서 학생들은 장애인을 위한 정책에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 콘서트가 열린 문예회관. 장애인 가수 지원규씨가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으며 정문에 들어섰다. 대강당까지는 경사로를 통해 무난히 진입할 수 있었지만 높이 1m정도의 연단에 오르는 것이 문제였다.

이 날은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마련돼 있었으나 작동이 번거로와 네 사람이 매달려 휠체어에 탄 그를 들어 올렸다. 장애인을 위한 기본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연단에 오르는 장애인들은 매번 같은 고욕을 치러야 하는 현실이다.

문예회관 지하 통로는 계단만 있을 뿐 경사로가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 곳을 통과하려면 최소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업고 이동하는 사람과 휠체어를 들어 주는 사람이 있지 않으면 아무리 볼 일이 급해도 다목적실이나 소강당에 들어갈 방법이 없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법적 의무 사항만 마지못해 시행하는 공공시설물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세심한 배려가 아쉬운 현장들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