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대안생리대 쓰고 있니? 아직 만들기도 하구?”

친한 언니의 목소리가 대뜸 수화기를 넘어온다. 그러고 있다고, 가끔은 만들기도 한다 했더니 좀 구할 수 있냐고 묻는다. 딸내미가 대안학교에 입학하는데 그곳에선 일회용생리대를 쓰지 않는다고, 그래서 천 생리대가 당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들 중에는 일회용을 쓰면서 불편을 경험해본 이가 꽤 많을 것이다. 여성의 약 60%가 실제로 가려움이나 짓무름 등 피부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회용생리대는 몸에 닿는 부분이 화학섬유로 구성되어 있고, 펄프의 변색 방지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형광표백제 및 화학약품도 사용된다고 한다.  

소각할 때 다이옥신을 발생시킨다는 논란도 있으며, 속 재료인 펄프에 많은 나무가 쓰이는 건 물론 부직포, 필름 등 잘 썩지 않는 재료 사용은 환경파괴를 불러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건 일회용생리대에 어떠한 화학물질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몸에 미칠 영향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천 생리대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을 갖고 있다. 순면으로 만들어서 착용감이 좋고, 통기성이 좋아 땀이 차지 않으며, 생리통과 염증을 줄일 수 있고, 몸에도 안전하다. 만드는 과정에 정성은 좀 들여야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경제적인 것도 큰 장점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천 생리대는 막상 쓰기에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고나서 직접 쓰기까지 삼년을 끌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용기 내어 쓴 뒤부터는 거짓말처럼 여기저기 좋은 점을 전하거나 만들어서 선물해주기에 바쁘다.  

써보기 전에 뒤처리부터 걱정하는 이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찬물에 몇 시간 담가두었다가 비누를 잘 묻혀 손빨래하거나 세탁기를 이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 찬물에 바로 담가 빨면 얼룩이 거의 생기지 않으며, 대개 화려한 천으로 만들기 때문에 얼룩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빨 시기를 놓치거나 얼룩이 잘 빠지지 않을 경우엔 찬 소금물을 짭짤할 정도로 만들어서 담가두었다 빨면 좀 더 깨끗하게 빨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헹굼에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려 헹구면 소독도 된다. 뚜껑 있는 용기를 따로 마련해두면 빨래하기에 편하다.

밖에서 사용했을 경우에도 조그맣게 접은 다음 가방에 넣어 집에 가져오면 된다. 천 생리대는 냄새 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외출 때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먼저 집에서부터 써본 뒤 익숙해지면 나가서 쓰는 것으로 조심스레 늘려 가면 될 것이다.  

천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보려면 피자매연대(http://bloodsisters.or.kr)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본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고, 만드는 법이나 재료 살 수 있는 곳도 알려준다.  

언니가 시간 내어 한번 들를 거라는데 만들어 놓은 게 여섯 개 뿐이다. 열 개는 있어야 빨아가며 쓰기에 충분할 테니 아무래도 시간을 따로 내야겠다. 하나 만드는 데 손바느질로 두 시간은 걸린다. 그래도 써본 바로는 드르륵 박는 재봉틀 솜씨보다 꼼꼼하게 꿰맨 손바느질 솜씨가 훨씬 더 튼튼하다. 안전한 재료에 정성마저 들어간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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