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 소식에다 전국의 에너지 사용량 최고치라는 보도가 아니어도 정수리에 내리는 볕이 지글지글하게 느껴지던 날.

 

하나.

도로 옆 굴다리 밑을 지나는데 전등 아래 매미 한 마리가 덜렁거린다.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다 죽은 게 분명하다. 아이들이, 불쌍하니 떼어가서 묻어주자고 한다. 좋을 대로 하라했더니 그 더위에도 매미를 내려놓지 않고 신주단지처럼 들고 간다. 볕은 뜨거운데 죽은 매미 한 마리 묻어줄 만큼의 흙 있는 땅은 왜 그리도 안 나오는지. 한참만에야 자리를 정했다. 저희들이 느끼는 더위만큼 매미도 뜨거울까봐 그랬는지 아이들은 그늘을 찾아 죽은 매미를 꼭꼭 묻어준다.

 

둘.

굴다리 밑은 그래도 좀 시원하더니 밖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다시 바람이 후끈하다. 후아~ 숨을 들이키는데 가장자리 쪽에 두툼한 무더기가 보인다. 언뜻 봐도 벌레다. 다가가서 보니 부서진 말벌집이고 주변에 파다다 흩어져있는 건 말벌의 시체다. 위를 쳐다보니 굴다리 입구엔 벌집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신고 받고 119에서 나와서 없애준 거겠지.”

“119에서 나왔다면 저렇게 너저분하게 버려두진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무서운 말벌집을, 누가 저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걸까. 생각하는 사이 아이들은 발길을 휑 돌려버린다. 매미도 곤충이고 말벌도 곤충인데, 그리고 다 같이 죽은 시체인데, 매미와는 달리 말벌 묻어주겠다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셋.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10원짜리 옛날 동전 하나가 눈에 띈다. 앞서간 사람도 많은데 아무도 못 봤나, 제일 뒤에 가던 내가 주웠다. 돈 주웠다, 했더니 아이 한 명이 자기가 가지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그래라, 하고 선뜻 주었는데, 나무 계단을 다 올라간 녀석이 뒤돌아서더니 “그런데 이거 이제 어떻게 해요? 버려요?”한다. 돈을 왜 버리느냐고, 길에서 주운 행운의 동전이니 잘 갖고 있으라 했더니 마지못해 가방에 넣는다.

산언저리에 다다르니 괭이밥이 무성하다. 새콤달콤한 괭이밥 이파리를 따먹으며, 괭이밥에는 수산성분이 들어있어 이파리로 때 묻은 동전을 닦으면 반짝반짝해진다 했더니 직접 해보자고 한다. 지갑을 안 갖고 와서 동전이 없다 했더니 그 아이가 가방에서 10원 동전을 꺼내놓는다. 10원은 이제 돈으로 쓰이는 시대가 아닌가보다.

 

뒷이야기.

내려와서 지인들과 10원 주운 얘기, 괭이밥으로 동전 닦은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지인 한 명이, 그와 같이 간 아이도 그 주변에서 10원을 주웠다며 동전이 두 개나 떨어져 있었나보다 했다. 그런데 다른 지인이 말하기를, 앞에서 주운 아이가 쓸모없다고 다시 버린 걸 뒤에 오던 내가 또 주운 거란다. 죽은 매미만큼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10원. 말벌 시체와 마찬가지 존재였던 10원짜리 동전이야기다. 날이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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