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비가 쏟아진 탓에 여느 때 보송보송하던 산길이 군데군데 축축해졌다. 어떤 곳엔 새로운 물길이 생기기도 했다. 바짝 말라있던 길에 졸졸졸이나마 물길이 만들어져 있으니 호기심 많은 자연학교 아이들이 그냥 지나가질 못한다. 잠깐만 물놀이(?)를 하자며 졸라댄다. 어차피 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온 것이니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 마음대로 놀아보라 했더니 신이 나서 달려든다.


한 아이가 졸졸 흐르는 좁은 물길을 넓혀보자고 제안한다. 다른 아이들도 그러자고 맞장구친다. 여럿이 달려들어 물길을 헤집어대니 말갛던 물 색깔이 금세 누레지고 만다.

“와우, 우리가 노니까 흙탕물이 되어버리네!”

“괜찮아, 어차피 산다는 건 그런 거야. 맑았다 흐렸다... 좀 있으면 또 맑아지겠지.”


고학년이랍시고 제법 철학적인 말을 툭툭 던진다. 웃음이 났지만 끼어들지 않고 가만 듣고 있다가 나뭇잎으로 배를 만들어주었다. 배를 보자 너도나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더니 금방 배워 자기 배를 만들어낸다. 한 명이 또 다른 제안을 한다.


“얘들아, 개미 한 마리 나뭇잎 배에 실어서 띄워 보내볼까?”

“그래, 그래.”

“물이 많지 않으니까 돌로 막았다가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게 좋겠어.”

“그래, 그런 다음 누구 배가 멀리까지 가는지 시합해보자.”


줄줄이 나뭇잎 배를 띄워보았지만 물살이 너무 약하다. 물길도 얕아서 배가 나가다가 걸리고 또 걸리고 한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옆에 있는 돌들을 주워 와서 바닥을 긁고, 박힌 돌을 빼내고, 물길을 돌려보고 막아보고 한다. 감질나게 흐르는 물 위에서 커다란 나뭇잎이 기우뚱 거리자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그 와중에 돌을 쌓던 아이가 큰 돌 하나를 빼내버리자 모여 있던 물이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물살을 이기지 못한 나뭇잎 배가 반쯤 쓰러진 채 떠내려간다.


“하하, 배 띄우기가 너무 힘들어.”

“으악, 갑자기 빼니까 물이 너무 세게 내려오잖아! 무당벌레가 떠내려가고 있어.” 

“와우, 여기 좀 봐, 노래기도 둥둥 떠내려가는데?”


옆에서 기어 다니던 벌레들이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쓸려가 버리자 한 아이가 말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사람이 손대는 건 역시 생명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이야!”


이번엔 물속에 생기는 포말을 보고는 왜 그런지 물어온다.

“물살이 빠른 곳에 돌이나 자갈이 있으면 거기에 물이 부딪히며 산소공급이 활발해지거든. 그 때문에 공기방울이 생기는 거고. 여울(큰 돌이나 자갈에 물이 부딪히며 빠르게 흘러가는 곳)이 많으면 물속에 산소공급이 잘 되는 거지. 녹아있는 산소량이 많을수록 더 깨끗한 물이고.”

“와우, 그럼 여긴 산소공급이 잘 되고 있는 거네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물은 태연히 흐르고, 한참을 손 담그고 놀던 아이들도 한마디씩 하며 일어선다.

“아하, 건드리지 않으니까 물이 금방 맑아지네.”

“흐르는 물은 원래 가만 놔두는 게 제일 좋은 거라니까~.”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해나간다는 뜻으로 흔히 ‘물 흐르듯이’란 말을 쓴다. 그런 “진리”를 아이들은 놀면서 터득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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