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솟대라고 하는 건데 혹시 본 적 있는 친구?”

“저요, 산에 가서 봤어요.” “민속촌에서 봤어요.” “우리랜드에서 봤어요.”

“막대 끝에 올려놓은 이 새는 무슨 새일까?”

“뚱뚱해서 닭처럼 보이는데요.” “오리 같기도 해요.”

한편 엉뚱하면서도 늘 정확하기도 한 아이들의 대답이다.

▲ 자연학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솟대


며칠 전 자연학교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일 년의 활동을 영상으로 보면서 함께 했던 날들을 추억하고 칭찬과 격려도 나누는 자리.


지난봄에 식물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싹을 내고 꽃을 피웠다. 영상으로 다시 보는 이른 봄의 조팝꽃은 어쩜 그리도 아름다운지. 영상 속엔 연두와 초록으로 숲을 조금씩 채워나가던 여름도 있었다. 지난여름의 초록 잎은 어쩜 그리도 싱그러웠는지. 형형색색 잎을 물들여가던 가을도 지나왔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단풍 또한 어쩜 그리도 고왔는지.

▲ 용인 학일마을 입구의 솟대


일 년 동안의 활동영상은 시시때때로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과 함께, 그 속에서 놀고 느끼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솔직하게 보여주었다. 자연그대로의 모습에 보는 내내, 보고나서도 흐뭇함이 밀려들었다. 어머니 한 분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며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하셨다.


하지만 지난날을 추억하고 보듬는 까닭은 다가오는 새날을 더 잘 맞이하기 위함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도 거기 머무르지 않고 희망을 담을 나무솟대 하나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민속신앙의 하나인 ‘솟대’는 원래 마을수호신 및 경계의 상징으로 동네 어귀에 세운 긴 나무 막대이다. 우리조상들은 솟대를 세워두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해왔다. 장대 끝에는 오리, 기러기, 까마귀, 따오기 등 새 조각을 얹었다. 그 중에서도 오리를 주로 앉혔는데, 물새인 오리가 홍수를 막아 주고 농사에 필요한 물도 가져다주며 새끼를 많이 낳아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믿었던 것 같다. 솟대에 담긴 뜻을 헤아리며 우리도 나무 다듬는 손길 하나하나에 정성과 소망을 담아보았다.


온 세상이 지금은 새로 움틀 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돋아났던 새순, 올해 피었던 꽃, 올해 태어났던 벌레, 올해 흘러간 물, 그건 모두 올해의 것이고 내년에는 새 생명들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작년 이맘때 우리가 뭘 했는지 어렴풋이 기억해내며 철마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리라.


생태활동을 하면서 저절로 생겨난 내 소망은 ‘함께 내딛는 걸음만큼 자연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것’이다. 다가설 수 있다는 건 사랑할 마음자리가 이미 마련되었다는 것 아닐까. 이 세상은 사람만이 사는 곳이 아님을,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임을 자연학교 친구들과 나는 다음 한 해 동안 또 배워나갈 것이다.


지난해의 추억에서 비롯하여 새해에의 기대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소망은 고사리 같은 손길을 타고 솟대로 옮겨졌다. 소망을 담은 솟대는 아이들 각자의 책상 위에, 눈앞에, 마음 안에, 든든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이다.

▲ 용인 학일마을 입구의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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